2023년 한국 당구의 새로운 역사가 하나 탄생했다.
허세양(충남체육회)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세계스누커-잉글리시빌리어드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8강에 입상한 것.
허세양은 조별 예선리그 두 경기 모두 4-0의 전승을 거두고 본선 42강에 올라 전체 순위 2위로 32강에 올랐다.
32강에서 오만 알리(이라크)를 4-0으로 물리친 허세양은 16강에서 이집트의 미나 아와드를 5-1로 꺾고 8강까지 진출했다. 조별 예선리그와 본선 42강, 32강을 거치는 동안 단 한 프레임도 지지 않은 허세양은 16강에서 단 한 프레임을 잃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8강에서 2022년 월드게임 우승자인 홍콩의 청카와이와 맞붙은 허세양은 2-7로 패해 도전을 마쳤다.
이로써 허세양은 한국 스누커 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스누커-잉글리시빌리어드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사실 허세양은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다. 허세양은 중국에서도 12년간 당구선수로 활약했다.
"내가 선수를 할 당시만 해도 중국도 스누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두고 한 5년 정도 당구를 안 쳤는데, 한국에 와서 우연히 스누커를 잘 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스누커를 연습하기 시작했다"고 다시 당구 선수로 돌아온 계기를 설명한 허세양은 당구연맹 차원에서 스누커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캐롬이나 포켓볼 종목은 대회마다 새 당구대를 사용하는데, 지금 대회에서 사용하는 스누커 당구대는 인천인도어아시안게임에서 사용했던 테이블로, 놀랍게도 10년째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이다. 스누커는 정교하게 살살 치는 공이 많은데, 연맹 대회에 나가서는 그렇게 못 친다. 공이 직진으로 가지 않고 휜다"고 열악한 경기 환경에 대해 성토했다.
그는 연맹의 초 제한 룰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시했다.
"우리나라만 스누커 경기에 40초 제한 룰이 있다. 스누커는 다른 당구 종목에 비해 공이 많고, 테이블이 커서 40초 룰이 맞지 않다. 공의 수만큼 경우의 수가 많아 최상의 경기를 위해서는 더 오래 생각해야 한다"며 "40초로는 테이블을 한 바퀴 도는 여유도 가질 수 없다. 초 제한을 두려면 최소한 시간이라도 여유 있게 2~3분은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초 제한 때문에 선수들은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대충 치게 되고, 오래된 테이블은 선수들의 왜곡된 경기력을 가져올 것"이라며 "결국 대충 치는 게 습관이 돼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고 말하며 한국 선수들이 스누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초 제한에 대한 초조함 없이 충분히 고민하고 최상의 경기를 할 수 있어서 8강까지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회 동안에는 얼마나 좋은 성적을 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한 판 한 판 치다 보니 8강까지 갈 수 있었다. 사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우리 한국 선수들의 수준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시합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 지난 3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카타르 선수에게 2-4로 졌는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 선수가 우승을 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조별 예선에서는 2021년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내가 4-0으로 이겼다. 그리고 8강에서는 대회 준우승을 한 선수에게 졌다. 이 선수들 실력이 나보다 좀 높았지만, 시합했을 때는 나도 기회가 있었다."
지난 11월 27일 대한당구연맹은 허세양, 이대규, 박용준, 백민후 등 4명의 선수를 스누커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첫 파견 훈련을 보냈다. 우리 선수들은 세계 랭커인 자오신통과 장안다 등과 함께 일주일 동안 영국에서 훈련을 마치고 12월 3일 돌아왔다.
"연맹에서도 2030년 도하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영국 파견 훈련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깜짝 놀랐다. 왜 잘해주는 거지?(웃음) 연맹에서 스누커에도 관심을 조금씩 갖는 듯해서 기뻤다."
마지막으로 "캐롬, 포켓볼, 스누커를 다 쳐본 사람은 스누커가 정말 재밌는 종목이라고 말한다. 공이 많고, 수비도, 포팅도 할 수 있다. 경기를 다 끝내면 어려운 만큼 그 만족도가 정말 높다"고 스누커의 매력을 설명한 허세양은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있고, 한국으로 귀화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련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누커 선수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인천/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