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은 마지막에 한지은(에스와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바자르 여왕' 한지은이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에게 세트스코어 0-1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26일 오후 4시 30분에 강원도 정선군의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시즌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16강전에서 한지은이 세트스코어 2-1로 김가영을 꺾었다.
2세트부터 벌어진 치열한 공방전에서 한지은은 마지막에 승운이 따랐고, 김가영은 아쉽게 두 세트 모두 뒷심에서 밀려 이길 수 있었던 승부를 놓쳤다.
한지은은 김가영과의 맞대결에서 두 번 모두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64강전에서 한지은은 김가영을 상대로 19이닝 만에 25:7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 승부는 4개월 만에 두 선수가 만난 리벤지 매치로 경기 대부분 김가영이 한지은을 리드하며 복수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3세트에서 간발의 차이로 운명이 뒤바뀌었다.
1세트는 6이닝까지 점수가 잘 나지 않으면서 2:2로 지지부진한 승부가 이어지다가 7이닝에서 김가영의 하이런 8점이 나오면서 급격하게 김가영 쪽으로 균형이 쏠렸다. 김가영은 8연타에 힘입어 순식간에 10:2로 승부를 뒤집고 9이닝 만에 11:4로 1세트를 승리했다.
2세트에서도 중반까지 김가영의 흐름이 이어졌다. 김가영은 1이닝 3득점과 5이닝 2득점 등 7이닝까지 7점을 득점하고 애버리지 1점대를 유지했다. 반면에 한지은은 연속타로 연결하지 못하고 1점씩 올리는 데 그쳐 점수는 4:7로 벌어졌다.
한 차례 승부의 반전이 일어난 것은 한지은의 8번째 공격. 전 타석에서 김가영의 길게 비껴치기가 충돌이 나면서 행운의 샷으로 득점이 될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 점수가 되지 않은 다음 한지은이 반격에 나섰다.
이를 기점으로 한지은에게 서서히 승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한지은은 8이닝 공격에서 정확하게 제1적구의 두께를 맞춰가며 뒤돌리기로 2점을 득점했고, 정교하게 옆돌리기로 2점을 더 보태 4득점에 성공하며 8:7로 역전했다.
이어서 스리뱅크 샷은 너무 얇게 제1적구에 맞으면서 득점에 실패했고, 9이닝에서는 한지은의 뒤돌리기와 김가영의 원뱅크 되돌리기 모두 살짝 빗나가 점수가 나지 않았다.
10이닝에서 먼저 한지은이 뒤돌리기와 비껴치기로 2점을 득점하고 세트포인트에 도달했으나, 연거푸 득점에 실패하며 김가영에게 10:9까지 추격을 당했다. 반드시 2세트를 이겨야 하는 한지은은 1점을 남겨두고 비껴치기와 앞돌리기, 옆돌리기 등을 놓쳐 위기에 놓였다.
김가영도 2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뱅크 샷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12이닝에서 한지은의 옆돌리기 실패 후 김가영이 길게 비껴치기를 시도했는데, 아깝게 점수가 되지 않으면서 13이닝 기회를 잡은 한지은이 비껴치기로 세트포인트를 득점하고 11:9로 승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초구, 김가영의 뱅크 샷이 빗나가자 한지은은 곧바로 스리뱅크 샷으로 2점을 득점하고 역전 드라마를 시작했다. 2이닝에서 다시 1점을 보태 3:1로 앞서다가 김가영이 3이닝에서 원뱅크 걸어치기 등 4점을 올리면서 다시 3:5로 역전됐다.
후공에서 한지은이 뒤돌리기 두 방으로 5:5 동점을 만들었고, 4이닝에서는 김가영의 원뱅크 샷 실패 후 한지은이 뒤돌리기 대회전으로 1점을 보태 6:5로 역전했다.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승부는 동점과 역전을 반복했다. 김가영은 5이닝에서 뒤돌리기를 성공시켜 6:6 동점을 만든 다음 스리뱅크 샷 기회를 잡았다.
이 공격이 들어갔다면 승부는 다시 크게 휘청거릴 수 있었는데, 아깝게 제2적구 옆을 지나쳐 가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김가영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한지은은 6이닝에서 비껴치기로 1점 더 달아나 7:6으로 다시 앞섰고, 7이닝 선공에 나선 김가영이 앞돌리기 대회전으로 다시 7:7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두 선수 모두 남은 점수는 단 2점. 누구든 먼저 2점을 치는 선수가 이기게 되는 상황이 되면서 큐를 잡고 있는 김가영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가영이 시도한 뒤돌리기 대회전이 충돌이 나면서 득점에 실패해 한지은에게 차례가 넘어갔다.
이 중요한 순간에 한지은이 시도한 공격이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8:7이 됐고, 이어서 당구대를 횡단하는 비껴치기로 마지막 매치포인트까지 득점에 성공하면서 결국 9:7로 한지은이 승부를 마무리했다.
통산 두 번째 8강에 진출한 한지은은 한일전 리벤지 매치에 나서게 됐다. 지난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 64강전에서 하이런 1점 차로 아쉽게 분패했던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와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 것.
사카이는 당시 한지은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16강전에서는 송민정을 세트스코어 2-0(11:3, 11:7)으로 누르고 8강에 올라왔다.
두 선수의 승부는 27일 오후 4시 30분에 시작되며, 같은 시각 8강전에서는 스롱-임혜원, 백민주-김정미, 김세연-이미래의 경기가 벌어질 예정이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