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강호' 박지현(52)은 대회 직전에 화상을 입어 고통이 큰 상황에서 이번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PQ와 64강전을 모두 애버리지 1점대로 활약하며 32강에 진출했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1세대 강호' 박지현(52)은 대회 직전에 화상을 입어 고통이 큰 상황에서 이번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PQ와 64강전을 모두 애버리지 1점대로 활약하며 32강에 진출했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여자 3쿠션 '1세대 강호' 박지현(52)은 LPBA 투어에서 결승과 준결승에 오르며 활약하는 몇 안 되는 고참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함을 무기로 프로에 오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국내 정상급 선수로 자리를 지켰던 박지현은 LPBA 무대에서도 원년 시즌부터 5년여 시간 동안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박지현은 LPBA 데뷔 후 4번째 투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22년과 2023년에 2년 연속으로 월드챔피언십 4강에 진출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상위 입상 기록이 많지는 않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준우승과 4강 등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박지현은 고참 선수로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LPBA 무대가 80년대생을 지나 90년대생 선수들이 초창기에 활약하다가 이제는 2000년대생 선수들까지 가세해 세대를 뛰어넘는 치열한 격전의 장이 됐고, 기존과 다른 룰로 인해 변수가 많아지면서 실수 한두 번에 판도가 뒤바뀌는 어려운 승부처가 돼 아무리 구력이 많아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선수들의 실력이 나날이 늘어서 이제는 1.0대의 승부가 즐비하기 때문에 애버리지가 평균적으로 0.8대 이상이 나와야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과 한 번 겨뤄볼 만해졌다. 상향 평준화된 현재의 LPBA 투어에서 박지현은 그래도 꾸준하게 자신의 애버리지를 올려가고 있다.

박지현은 프로에서 서바이벌 승부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일 대 일로 올라온 투어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박지현은 프로에서 서바이벌 승부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일 대 일로 올라온 투어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프로에 오기 전인 지난 2019년 9월 '태백산배 전국당구대회'에서 박지현(가운데)은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김진아(하나카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프로에 오기 전인 지난 2019년 9월 '태백산배 전국당구대회'에서 박지현(가운데)은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김진아(하나카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빌리어즈앤스포츠 DB

박지현은 지난 2019년 11월에 열린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LPBA에 데뷔했다. 일 대 일 승부만 주로 해왔던 박지현은 서바이벌 무대에 적응이 어려워 첫 시즌 세 차례 투어를 뛰며 시즌 애버리지 0.613을 기록했다.

프로에 오기 불과 두 달 전인 '태백산배 전국당구대회'에서 박지현은 3년 만에 우승했다. 당시 전국대회에서 3회 연속 4강에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던 박지현은 태백산배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를 꺾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박지현이 꺾고 올라온 상대가 '3쿠션 세계챔피언'에 오른 이신영과 '프로 강자' 김진아(하나카드) 등이었고, 마지막에 스롱까지 제압하며 국내 강자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정상에 올라선 뒤 프로에 전향했는데 세 차례 쓴맛을 봤고, 서바이벌을 통과하고 16강부터 일 대 일 승부를 펼친 2020-21시즌 개막전에서는 김보미(NH농협카드)와 서한솔(블루원리조트), 전애린(에스와이) 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에게 져 첫 우승을 최연소 타이틀리스트에게 양보했지만, 일 대 일로 박지현을 상대하는 것은 당시 강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승부라는 것을 입증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덧 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 선수들까지 경쟁에 가세해 1세대 고참 선수인 박지현은 더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덧 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 선수들까지 경쟁에 가세해 1세대 고참 선수인 박지현은 더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에 열린 첫 번째 월드챔피언십에 나가 16강 조별리그전에서 박지현은 백민주(크라운해태)와 서한솔을 꺾고 이미래(하이원리조트)에게는 패했다. 8강에 올라가 다시 맞붙은 이미래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박지현은 김가영(하나카드)에게 1-3으로 져 결승행에는 실패했다.

2021-22시즌에는 7차례 투어 모두 서바이벌을 통과하지 못했다. 관건은 4인 1조의 서바이벌 통과였는데, 3년간 적응을 마친 박지현은 2022-23시즌에 열린 8차례 투어 중 3번은 서바이벌을 통과하고 8강과 16강에 진출했다.

문제는, 오래도록 서바이벌을 통과하지 못해 일 대 일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그간에 숱한 경쟁을 거쳐 실력을 쌓은 톱랭커들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박지현은 서바이벌을 통과하고 김가영, 임정숙, 스롱 등 정상에 있던 선수들과 맞붙었지만, 모두 패하고 말았다. 월드챔피언십에서는 32강 조별리그전을 3승으로 1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했고, 김예은과 김진아를 연파하고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준결승에서 김가영과 프로에서 세 번째 승부를 벌였는데,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역전을 당한 뒤 마지막 6세트를 10:8에서 끝내기 3점타를 맞고 10:11로 아쉽게 져 세트스코어 2-4로 패했다.

서바이벌이 없어지고 50분 동안 25점제로 대체된 이번 시즌에 박지현은 포인트랭킹 27위로 64강 시드를 받고 시작했다. 그러나 어린 후배 선수들과의 64강전 승부가 쉽지 않았고, 최고 성적은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 16강이었다.

박지현은 지난 시즌에 세 차례 서바이벌을 통과하고 세 차례 본선에 올라왔고, 시즌 애버리지도 0.738로 회복했다. 이번 시즌에는 시즌 애버리지 0.764를 기록하며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박지현은 지난 시즌에 세 차례 서바이벌을 통과하고 본선에 올라왔고, 시즌 애버리지도 0.738로 회복했다. 이번 시즌에는 시즌 애버리지 0.764를 기록하며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애버리지는 0.8대와 1.0을 넘나들었지만, 부쩍 성장한 후배들의 기세에 밀려 두 경기 이상 이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난 5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은 32강에 진출했으나 백민주에게 1-2로 패했고,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도 32강에 올라가 김가영에게 0-2로 졌다.

6차례 투어에서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랭킹도 37위로 떨어져 이번 7차 투어에서는 예선 2라운드(PQ)부터 출전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지현은 대회 직전에 2도 화상의 부상까지 입었고, 부득이하게 깁스를 하고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그러고 나온 PQ 경기에서 박지현은 애버리지 1.042를 쳤다. 24이닝 만에 25:8로 최정선을 꺾고 64강에 진출한 박지현은 이번에는 장혜리를 상대로 25이닝 만에 25:15로 승리, 두 경기 모두 1점대 애버리지로 이기는 강한 정신력을 보였다.

대회 참가 직전에 다리에 화상을 입은 박지현은 진통제를 먹고 깁스를 한 채 경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애버리지 1점대의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박지현이 PQ에서 23:7로 앞서 있는 상황.
대회 참가 직전에 다리에 화상을 입은 박지현은 진통제를 먹고 깁스를 한 채 경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애버리지 1점대의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박지현이 PQ에서 23:7로 앞서 있는 상황.
다음 64강전에서도 박지현은 장혜리를 상대로 22:12로 앞서며 하이런 7점, 애버리지 1.000으로 승리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다음 64강전에서도 박지현은 장혜리를 상대로 22:12로 앞서며 하이런 7점, 애버리지 1.000으로 승리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기자와 만난 박지현은 "끓는 물을 다리에 엎었다. 무릎 밑으로 피부가 다 벗겨져서 너무 아프다. 오늘이 최고조로 아픈 것 같다"며 "진통제 아주 센 거 두 알 먹고 버텼다. 약 기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쳐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진짜 열심히 쳤다. 하하"라고 말했다.

"경기 중에도 아팠는데, 참을 만은 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리는 거들 뿐 내 팔과 머리가 문제다'라는 마음으로 경기했다"라고 밝혔다.

후배 선수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동료 고참 선수들에게는 롤모델이 되는 박지현. 32강전은 25일 오후 4시 30분, 상대는 김민아(NH농협카드)다. 

화상의 고통을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애버리지 1점대의 실력을 보여준 박지현이 과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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