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챔피언' 최원준이 '승부사' 최성원(휴온스)과 벌인 역대급 명승부에서 승리하며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투어 챔피언' 최원준이 '승부사' 최성원(휴온스)과 벌인 역대급 명승부에서 승리하며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패배까지 단 1점, 탈락을 눈앞에 둔 최원준(45)이 극적으로 살아나 4년 2개월 만에 프로당구(PBA) 투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최원준의 준결승 상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3쿠션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최성원(46·휴온스). 이번 준결승전은 당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명승부였다.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를 모두 섭렵한 레전드 중의 레전드인 최성원은 세트스코어 2-0으로 뒤지다가 2-3으로 뒤집고 결국 승리까지 단 1점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승부사'라 불리는 별명처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최성원은 많은 점수 차로 지고 있는 경기나 이번 준결승처럼 박빙의 승부에서 짜릿한 승리를 수없이 거둔 선수다. 이런 승부에서 최성원을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벼랑 끝에 몰렸던 최원준이 드라마틱한 막판 대역전극에 성공하며 최성원을 꺾고 승리를 거둔 것.

15일 오후 4시에 경기도 고양시의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최원준이 세트스코어 4-3으로 최성원을 꺾었다.

최원준은 1세트에서 5이닝에 8점을 득점하고 15:10(10이닝)으로 승리한 다음 한껏 승부가 가열되기 시작한 2세트에서도 먼저 15점을 득점하고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섰다. 4이닝까지 10:9, 7이닝에 13:12로 팽팽했던 흐름을 11이닝에서 마무리하며 15:13으로 승리했다.

최원준이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서 주도권을 잡고 승부를 무난하게 끌고 가는 듯했다. 그러나 3세트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최원준은 먼저 두 세트를 따내 2-0으로 출발, 무난하게 승부를 끌고 가는 듯했다.
최원준은 먼저 두 세트를 따내 2-0으로 출발, 무난하게 승부를 끌고 가는 듯했다.
'승부사' 최성원은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3세트부터 5세트까지 승리를 거둬 3-2로 역전했다.
'승부사' 최성원은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3세트부터 5세트까지 승리를 거둬 3-2로 역전했다.

초구에 6점을 친 최원준은 3세트 출발도 좋았다. 그러나 곧바로 최성원이 7점을 반격해 6:7의 접전이 시작됐고, 2이닝에서 최원준이 2점을 더해 8:7로 역전하자 이번에는 최성원이 끝내기 8점타를 터트려 단 2이닝 만에 8:15로 승리했다.  

역대급 명승부의 반전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다음 4세트에서도 최성원이 3이닝에 7점을 득점해 2:9로 달아나자 최원준이 4이닝에서 5점을 더해 7:9로 거리를 좁혀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그리고 5이닝 선공에 나선 최성원이 끝내기 6점타에 성공하면서 7:15로 승부는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최원준은 5세트에서 2이닝 4득점과 3이닝 3득점으로 7:1로 앞섰다. 이후 4타석을 범타로 물러났는데, 최성원이 5이닝부터 2-1-2 연속타로 7:6까지 쫓아오더니 8이닝에서 대거 7점을 득점하면서 8:13으로 역전됐다.

이렇게 최원준은 5세트를 9이닝 만에 8:15로 패하면서 세트스코어 2-0의 승부가 2-3으로 뒤집히는 최악의 순간을 맞게 됐다. 멘탈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최원준은 마음을 다잡고 6세트 승부에서 7이닝까지 7점을 올리며 3-3 동점을 만들어 풀세트 경기를 노렸다.

승부사라 불리는 최성원을 상대로 승부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성원이 8이닝부터 2-2-2 연속타를 올리면서 7:10으로 바뀐 점수는 14이닝에서 최성원의 결정적인 3점타가 나와 9:14로 마지막 1점만을 남기게 됐다.

그런데 14이닝 4점째 매치포인트를 시도한 최성원의 샷이 살짝 미끄러지듯 타구되면서 제1적구를 맞추지 못하면서 최원준은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최원준은 이 어려운 한 번의 공격에 6점을 모두 득점했다. 결과는 15:14의 극적인 동점. 결국, 승부는 7세트로 이어졌다.

결승전 뱅킹 장면.
결승전 뱅킹 장면.
최원준은 딸들이 직접 경기장에서 응원을 나온 가운데 최고의 승부를 펼쳤다.
최원준은 딸들이 직접 경기장에서 응원을 나온 가운데 최고의 승부를 펼쳤다.

7세트 선공에 나선 최원준은 스리뱅크 샷 3방으로 6점을 쓸어담았다. 그리고 다음 공격에서 한 번 더 뱅크 샷을 성공시켜 8:1로 앞서며 승리까지 단 3점을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곧바로 2이닝 후공에서 최성원의 6점타가 터지면서 승부는 다시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점수는 8:7.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었다.

이런 어려운 순간에 최원준의 집중력이 다시 빛났다. 3이닝 공격에서 최원준은 침착하게 2점을 득점하고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그러나 최원준이 마무리로 시도한 역회전 원뱅크 넣어치기가 득점되지 않아 최성원에게 공격권이 넘어갔고, 점수는 10:8까지 추격을 당했다.

최성원은 어려운 난구를 풀어 2점 차까지 쫓아왔는데, 마지막 시도에서 뱅크 샷을 놓치면서 최원준에게 절체절명의 기회가 왔다. 

4이닝 선공에 나선 최원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치포인트 득점에 성공하며 11:8로 7세트를 승리하며, 장장 156분간 벌어진 혈투 끝에 마침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에 만난 최원준은 "최성원 형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어봤지 이렇게 힘든 상대인 줄 몰랐다. 여태 쳐 본 상대 중에서 제일 힘든 상대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2세트 이후로는 완전히 멍했다. 포기하지 않고, 진짜 정신줄 안 놓고 항상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쳤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그런데 팔이 말을 안 들었다. 머리는 기억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마지막 세트 출발 때 정말 팔이 안 나가서 계속 뱅크 샷을 했다. 정신줄 안 놓고 끝까지 쳐서 이긴 제 자신에게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이제는 좀 마음이 편해졌다.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해서 좋다"
"결과는 아쉽지만, 이제는 좀 마음이 편해졌다.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해서 좋다"
최원준은 이날 밤 9시 30분에 열리는 결승전에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와 최종 승부를 벌인다.
최원준은 이날 밤 9시 30분에 열리는 결승전에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와 최종 승부를 벌인다.
최원준의 승리를 축하해 주는 최성원.
최원준의 승리를 축하해 주는 최성원.

최성원도 "연승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었다. 결과는 아쉬운데, 이제는 좀 마음이 편해졌다"며 "6세트에서 1점 남았을 때 안으로 돌려서 쳐야 되는데 바깥으로 치다가 큐가 약간 미스처럼 미끄러졌다. 그래도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해서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준은 오늘(15일) 밤 9시 30분에 벌어지는 결승전에서 '튀르키예 전사' 비롤 위마즈(37·웰컴저축은행)와 최종 승부를 벌인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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