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호가 128강에서 절반이 좌초됐다.
프로당구(PBA) 투어 이번 2023-24시즌에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스페인은 지난 3차 투어부터 3회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왔다.
3차와 4차 투어는 우승, 5차 투어에서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한국의 최성원(휴온스)에게 막혀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고, 이번 6차 투어에서 4회 연속 결승행에 재도전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0일 경기도 고양시의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스페인 선수 중 '4인방'으로 통하는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의 운명이 엇갈렸다.
마르티네스와 팔라존은 어렵게 살아남은 반면에 사파타와 산체스는 뜻밖의 패배를 당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28강전을 승리한 마르티네스와 팔라존도 한국의 신예 선수들과 맞붙어 이기기는 했지만, 승리까지 진땀을 뺐다. 마르티네스는 임택동에게 두 세트를 내주고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3세트 10:11에서 5점타로 기사회생해 승부치기에서 겨우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1세트를 임택동의 12이닝 5점타로 인해 8:15로 패한 마르티네스는 2세트에서도 10:10의 팽팽한 접전 중에 임택동의 5점타가 터지면서 10:15(8이닝)로 졌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져 위기에 놓인 마르티네스는 3세트 역시 10:11로 뒤져 128강 탈락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고, 그 순간 집중력이 살아난 마르티네스는 13이닝 후공에서 5점을 득점해 15:11로 역전승했다.
막다른 길에서 겨우 살아난 마르티네스는 4세트에 1-7-7 연속타를 터트려 3이닝 만에 15:3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2-2를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승부치기에서는 첫 번째 대결에서 임택동과 마르티네스 모두 간발의 차로 빗나갔고, 두 번째 대결에서 임택동의 샷이 실패하자 마르티네스가 옆돌리기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1:0의 승리를 거뒀다.
같은 시각 사파타는 한국의 박남수에게 승부치기에서 반대로 0:1로 패해 탈락하는 첫 번째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박남수는 챌린지투어(3부)와 드림투어(2부)를 거쳐 이번 시즌에 다시 1부에 입성한 선수다. 앞서 개막전 128강에서는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를 승부치기에서 꺾은 바 있다.
사파타는 마르티네스와 반대로 세트스코어 2-0에서 2-2 동점이 됐다가 승부치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번 시즌 2차 투어 '실크로드&안산 챔피언십' 128강에서 사파타는 박기명에게 1-3으로 져 탈락한 적이 있지만, 나머지 투어는 8강과 16강에 각각 두 차례씩 올라오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사파타는 1세트를 11이닝 만에 15:11, 2세트는 단 4이닝 만에 15:3으로 이기고도 3세트부터 갑자기 폼이 떨어져 12이닝 동안 단 3점에 그치며 위기를 자초했다.
3세트를 12이닝 만에 3:15로 크게 진 사파타는 4세트에 박남수의 2점대 맹타에 맞서 7이닝까지 13:14로 추격했으나, 9이닝에서 박남수의 길게 비껴치기 대회전이 성공하면서 13:15로 패해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승부치기에서는 이 경기에서 모두 성공했던 초구를 사파타가 약간 짧게 빠트리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박남수는 길게치기를 성공시키며 사파타를 128강에서 탈락시키고 64강에 진출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경기에 출전한 산체스는 프로 데뷔 후 최저 애버리지인 0.931을 기록하고, 잔 차파크(블루원리조트)에게 세트스코어 0-3의 참패를 당했다. 1세트를 8이닝 만에 8:15로 진 산체스는 2세트 7:15(7이닝), 3세트 12:15(15이닝) 등으로 최악의 패배로 탈락했다.
4명 중 2명이나 128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된 상황에서 10일 마지막 128강 경기에 나온 팔라존도 '2000년생' 장현준에게 1세트를 10이닝 만에 13:15로 내주고, 2세트도 13:14로 뒤져 0-2로 끌려갈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다행히 9이닝 후공에서 원뱅크 걸어치기를 성공시켜 15:14로 신승을 거두며 부활했다. 팔라존은 3세트에서 9:13으로 뒤져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5이닝에서 뱅크 샷 두 방으로 동점을 만들고 끝내기 6점타에 성공하며 15:13으로 어렵게 승리를 거뒀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팔라존은 4세트를 10이닝 만에 15:8로 따내 어렵게 64강에 진출했다. 이처럼 스페인호의 4인방 중 2명이 128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스페인 신예' 안토니오 몬테스(NH농협카드)와 이반 마요르는 승부치기에서 신승을 거두고 64강에 진출했다.
'특급마무리'로 팀리그에서 활약이 좋은 몬테스는 한국의 김경민에게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3세트와 4세트를 따낸 뒤 승부치기에서 3:0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마요르는 김원섭과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승부를 벌이다가 승부치기에서 2:1로 신승을 거뒀다.
11일 벌어지는 64강에서 마르티네스와 팔라존, 몬테스는 한국 선수들과 다시 승부를 벌이게 됐다. 마르티네스는 이날 오후 5시에 한국의 김종원과 맞붙고, 팔라존은 오후 8시에 권혁민을 상대한다.
낮 12시 경기에 출전하는 몬테스는 '5차 투어 4강' 이상용을 상대로 32강에 도전하고, 마요르는 같은 시각 베트남 강호 마민껌(NH농협카드)과 32강 진출을 다툰다.
우승권의 선수 2명이 탈락하며 절반이 좌초된 스페인호. 4회 연속 결승행의 확률은 떨어졌지만, 마르티네스와 팔라존이 128강전 위기를 넘기면서 더 단단해져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좋은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몬테스와 마요르까지 64강에 합세해 더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적함대의 64강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6차 투어 64강전은 이날 낮 12시부터 2시 30분, 5시, 8시 등 총 4턴이 벌어진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