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 정예성(서울)이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본선 32강 조별리그전 마지막 경기에서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에게 27이닝 만에 40:38로 승리하며 본선 16강에 올라가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2002년생' 정예성(서울)이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본선 32강 조별리그전 마지막 경기에서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에게 27이닝 만에 40:38로 승리하며 본선 16강에 올라가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2002년생' 정예성(서울)이 '3쿠션 사대천왕'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세계랭킹 101위가 세계랭킹 3위를 꺾은 것. 그것도 3쿠션 당구월드컵을 무려 46회나 우승하고 준우승 19회, 3위 27회 등 총 175회나 입상한 블롬달을 이겼다.

기록적인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정예성은 이번 '서울 당구월드컵'에 개최국 와일드카드로 참가해 본선 32강 토너먼트부터 출전했다.

아무리 홈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정예성과 16강 진출이 걸린 최종 승부에서 블롬달을 이겼다는 것은 놀랍고 또 놀라운 일이다.

10일 오후 6시에 서울 태릉선수촌 내 승리관에서 열린 '2023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본선 32강 조별리그전 C조 마지막 경기에서 정예성은 블롬달을 27이닝 만에 40:38로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정예성은 '베겔 당구월드컵 준우승자' 마틴 혼(독일·13위)에게 21이닝 만에 38:40으로 져 출발은 좋지 않았다. 비록 패했지만, 최근 폼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혼을 끝까지 추격해 20이닝에는 36:37까지 위협했다는 점은 위안으로 삼을 만했다.

36:40으로 혼이 먼저 경기를 마치고 후구 타석이 남은 정예성은 초구부터 2점째까지 잘 풀어가다가 3점째 옆돌리기 대회전 시도가 충돌로 실패해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이어서 오후 2시에 리아드 나디(이집트·38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16이닝까지 18:26으로 뒤지다가 17이닝에서 하이런 11점을 득점하고 29:26으로 역전한 다음 19이닝부터 1-7-1 연속타로 38점에 도달하며 끝내 24이닝 만에 40:34로 역전승을 거뒀다.

블롬달은 이날 조별리그전에서 첫 경기를 이겼지만, 두 번째 마틴 혼(독일)과의 경기에서 간발의 차로 40점째 샷이 빗나가며 무승부 기회를 놓쳤다.
블롬달은 이날 조별리그전에서 첫 경기를 이겼지만, 두 번째 마틴 혼(독일)과의 경기에서 간발의 차로 40점째 샷이 빗나가며 무승부 기회를 놓쳤다.

블롬달은 첫 경기에서 나디를 22이닝 만에 40:17로 꺾었지만, 두 번째 경기를 혼에게 19이닝 만에 39:40으로 역전패를 당해 1승 1패로 정예성과 동률이 됐다. 

혼과의 대결에서 블롬달은 정예성처럼 아깝게 패했다. 경기 내내 앞서가다가 15이닝 34:19로 거의 승리가 눈에 보이던 블롬달은 혼이 5-3-5 연속타로 36:32까지 쫓아온 뒤 19이닝에서 끝내기 8점타에 성공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구에서 3점을 쳐 39점까지 온 블롬달은 마지막 1점을 기막히게 뒤돌리기로 쳐냈는데, 이 공이 간발의 차로 득점이 되지 않으면서 1점 차로 분패했다.

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블롬달은 마지막 경기에서 정예성과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두 경기 합산 애버리지가 1.927로 블롬달이 높았기 때문. 정예성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애버리지 1.733의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했지만, 블롬달의 벽을 넘으려면 무조건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 6시에 정예성은 블롬달과 최종 승부에 나섰고, 이 경기 초반에는 7이닝까지 15:15의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다.

전반전 막판에 블롬달이 2-2 연속타를 올리면서 점수는 16:20. 정예성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6득점, 7득점 등으로 13점을 보태면서 29:21로 역전했다. 3쿠션 당구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은 이렇게 서막을 올렸다.

정예성은 중요한 승부처인 막판 세 타석 동안 침착하게 득점을 올리면서 블롬달보다 먼저 40점에 도달했다.
정예성은 중요한 승부처인 막판 세 타석 동안 침착하게 득점을 올리면서 블롬달보다 먼저 40점에 도달했다.

정예성은 19이닝에서 다시 3점을 보태 32점까지 달리다가 이후 5연타석을 범타로 물러나면서 위기를 자초해 점수는 32:33으로 뒤집혔다. 

승부는 25이닝부터 세 타석 동안 갈렸다. 정예성은 25이닝에서 먼저 4점을 득점하고 36:33으로 재역전했고, 26이닝에서 다시 2점을 보태 38:33까지 앞섰다. 블롬달을 잡기까지 남은 점수는 단 2점. 39점째 시도한 원뱅크 길게 걸어치기는 살짝 빗나가 블롬달에게 타석이 넘어갔다.

블롬달은 다급한 상황에서 3점을 쫓아와 38:36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였다. 블롬달이 4점째 시도한 길게치기 대회전이 실패하면서 정예성은 27이닝 공격에 나섰고, 뒤돌리기와 옆돌리기 대회전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40점을 먼저 득점했다.

블롬달에게 남은 점수는 단 4점. 초구를 제외하면 3점만 더 쳐도 무승부가 돼 블롬달이 16강에 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3점째 뒤돌리기 후 대회전 공이 다소 난해하게 서면서 블롬달은 강하게 샷을 해 코너에 있던 제1적구와 충돌을 피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살짝 부딪혀 수구의 진로가 틀어지면서 득점에 실패, 40:38로 정예성이 승리를 거두고 2승 1패로 C조 2위에 올라 사상 첫 본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블롬달과 경기에서 승리한 정예성이 두 팔을 들고서 기뻐하고 있다. 
블롬달과 경기에서 승리한 정예성이 두 팔을 들고서 기뻐하고 있다. 

정예성은 지난해 12월에 이집트에서 열린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조 2위로 본선 32강 조별리그전에 진출했다. 첫 본선 무대에서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나 피터 클루망(벨기에) 등 경험 많은 강자들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지난 10월에 네덜란드에서 열린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도 최종예선에서 타이홍찌엠(베트남), 김형곤(서울) 등을 누르며 조 1위로 본선 32강에 올랐다. 이때도 3전 3패를 당한 정예성은 32강 조별리그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정예성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 폼이 불안해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날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전에서는 첫 승리와 함께 블롬달을 격파하고 16강에 진출하는 사상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6강에서 정예성은 세계 최강자인 야스퍼스와 맞붙는다. 정예성은 지난 샤름 엘 셰이크 32강 조별리그전에서 야스퍼스와도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당시 24:38로 크게 뒤진 막판에 하이런 12점을 쏟아부으며 36:38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보였다.

16강전에서 정예성을 다시 만난 야스퍼스. 지난해 샤름 엘 셰이크 32강전에서 야스퍼스는 정예성에게 3점 차의 신승을 거뒀다.
16강전에서 정예성을 다시 만난 야스퍼스. 지난해 샤름 엘 셰이크 32강전에서 야스퍼스는 정예성에게 3점 차의 신승을 거뒀다.

결과는 23이닝 만에 37:40으로 패했지만, 당시 2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야스퍼스를 상대로 최고의 활약을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번 16강전에서 정예성이 또 한 번 역사적인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경기는 11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된다.

한편, 이날 16강전에서는 '세계 1위'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복병' 루이 마누엘 코스타(포르투갈), 차명종(인천체육회)-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 김준태-에디 멕스(벨기에), 김행직(전남)-최완영(광주) 등의 승부가 벌어진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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