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살의 노선수는 2시간이 넘는 경기 후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 자신을 응원해준 자국의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한 썰을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PBA 최고령 선수 중 한 명인 아드난 윅셀(튀르키예)은 프로당구 PBA 투어 시즌 5차전 '휴온스 PBA 챔피언십' 32강전에서 한국의 강승용과의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는 최고령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윅셀과 동갑내기 한국 선수 최재동은 128강에서 퍼펙트큐를 완성하며 1000만원의 상금을 챙겼고, 윅셀은 64강에서 튀르키예의 혈기 왕성한 후배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잠재우고 32강에 올랐다. 이날 윅셀은 1세트를 5이닝, 2세트를 6이닝, 3세트를 8이닝 만에 끝내며 애버리지 2.368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 블루원리조트)가 애버리지 5점대를 기록하기 전까지 64강 전체 1위에 올랐다.
윅셀은 32강에서도 쉽게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1세트를 8:15로 내준 윅셀은 2세트를 15:14로 역전승으로 차지했으며, 3세트를 8:15로 빼앗기자 4세트를 15:13으로 챙기며 세트스코어 2-2로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5세트에서 패해 이번 대회 도전을 마친 윅셀을 경기 후 만났다. 인터뷰에는 '튀르키예 마법사' 세미 사이그너가 참석해 영어-튀르키예어-한국어를 오가며 3자 통역으로 도움을 줬다.
PBA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경기 컨디션은 어땠나?
시간은 계속 흐르기 때문에 내가 멈출 수가 없다. (웃음) PBA에서 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PBA가 생긴 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여기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시즌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나?
투어 때마다 이스탄불과 한국을 오가면서 투어에 출전하고 있다. 팀리그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케줄에 여유가 있다. 단, 투어 스케줄이 연달아 있을 때는 친한 친구의 집이 김포에 있어서 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
그 친구도 당구선수인가?
아니다. 그냥 당구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다.
지난 5년간 PBA 투어에 출전하면서 체류비나 항공비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PBA에 출전하는 이유가 뭔가?
개인 스폰서가 있어서 개인 후원으로 수입을 얻고 있어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투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승리를 하고 싶어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물론 내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투어에 참가해서 우승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3,75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많은 상금은 아닌데, 스스로 만족하나?
다행히 운 좋게도 이번 시즌 첫 번째, 두 번째 투어에서 높은 상금을 받아서 큰 불만은 없다. 내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면 차지할수록 더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이번 대회 64강에서 다비드 사파타가 경기하기 전까지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하고 있었다.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있었나?
젊은 세대의 선수들이 실력이 더 좋아지고 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당구는 사이그너와 나 같은 '올드 제너레이션'도 충분히 더 잘할 수 있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있다.
세미 사이그너는 이번 시즌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했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이그너는 비록 처음 프로당구 투어에 참가했지만, 당구에 대한 엄청난 경험과 백그라운드가 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PBA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 사이그너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이그너에 대한 명성과 그의 카리스마에 긴장을 많이 하고 조금 압박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는 앞으로도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멋진 모습과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거다.
이전에도 UMB에서 안정적인 랭킹과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데, PBA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뭔가?
당시 UMB에서는 이기더라도 적은 상금을 받을 때였다. 때마침 PBA가 새로운 무대를 만들고, 보장된 개런티를 제안해 줘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프로당구, PBA'라는 새로운 무대가 궁금했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오게 됐다.
PBA에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쫓아낼 때까지 여기에 있겠다. (웃음) 계속 해서 투어를 뛰는 게 목표다. 내가 그만두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을 때 그만둘 것 같다. 그게 3년 뒤, 혹은 4년 뒤, 그보다 더 오래 지금은 계속 플레이하고 싶고, 현역에서 뛰고 싶다.
만약 결승에 가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겨룬다면, 어떤 상대와 붙어보고 싶은가?
나보다 약한 상대랑 하고 싶다. (웃음) 한 명의 선수만 선택하기는 너무너무 어렵다. 단지 상대가 누구든 최대한 열심히 플레이하겠다. 굳이 꼭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튀르키예 선수와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