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결승까지 달렸다. '한국 유일 3쿠션 세계챔피언', '한국 최초 세계랭킹 1위' 최성원(휴온스)이 프로당구(PBA) 투어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시간 2시간 42분 동안 벌어진 치열한 대결에서 최성원은 '승부사'라는 별명처럼 세트스코어 0-2를 4-2로 뒤집고 승리를 거뒀다.
30일 오후 2시에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최성원이 '복병' 이상용을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프로 무대 첫 제패전에 나서게 됐다.
최성원은 준결승 1세트에서 10:8로 앞서던 7이닝에 이상용에게 5점타를 맞고 10:13으로 역전됐고, 8이닝에서 2점을 허용하며 11:15로 패했다. 2세트에서는 이상용이 4이닝에서 7득점을 올리면서 3:11로 끌려가다가 7이닝 만에 5:15로 져 세트스코어 0-2로 수세에 몰렸다.
3세트는 최성원이 기회에서 4점타를 세 차례 뽑아내면서 8이닝까지 12:6으로 앞섰고, 9이닝에서 끝내기 3점에 성공하며 15:6으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최성원은 내친김에 4세트에서 벌어진 치열한 접전 승부를 따내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4세트 7이닝까지 6:8로 지고 있던 최성원은 8이닝에서 5점을 득점하고 11:9로 역전시켰고, 9이닝에서 이상용이 2점을 받아쳐 11:11로 접전이 벌어졌다. 이 경기의 첫 번째 승부처였던 4세트를 최성원이 패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성원은 10이닝에서 1점을 성공시켜 12:11로 앞선 뒤 12이닝에서 남은 3점을 모두 득점하고 15:11로 4세트를 따내며 2-2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세트별 경기 시간은 1세트가 25분, 2세트가 18분, 3세트가 21분이 걸렸고, 4세트는 29분 만에 끝났다. 앞서 먼저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도 두 선수 모두 10점 이상 득점한 1세트가 29분, 2세트와 5세트가 각각 27분 만에 끝났다. 시간상 크게 차이가 없는 경기였다.
대신 세트스코어가 0-2에서 2-2로 바뀌면서 5세트와 6세트 승부는 길어졌다. 두 세트 모두 15:14의 '1점 차' 접전이 벌어졌기 때문. 5세트는 33분, 6세트는 36분 만에 끝났다.
5세트에서 먼저 기회를 잡은 선수는 이상용이었다. 7:8이었던 9이닝에서 4점을 득점하면서 이상용이 9이닝까지 점수는 8:12. 그러나 아쉽게도 이상용이 이후 4타석을 범타로 물러나면서 13이닝에서 3점을 득점한 최성원이 12:12 동점을 만들었다.
이상용은 14이닝에서 2점을 득점해 먼저 14점에 도달했지만, 마무리가 쉽지 않았다. 최성원은 14이닝 후공에서 1점을 쫓아간 뒤 15이닝에서 2점을 득점하고 15:14로 승리를 거두며 세트스코어 3-2로 역전했다.
6세트 역시 먼저 공이 풀린 쪽은 이상용이었다. 4:3에서 이상용은 7이닝부터 2-2-2 연속타로 5:9, 11이닝 2득점과 12이닝 3득점을 올리며 이번에도 14점에 먼저 갔다. 그런데 남은 1점이 아슬아슬하게 실패하면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최성원은 12이닝까지 단 5득점에 그쳐 5:14로 크게 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막판에 두 이닝 동안 9점을 쓸어 담고 14:14 동점을 만들었다. 큰 시합을 많이 치렀던 최성원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3이닝에서 4점을 득점한 최성원은 15이닝에서 다시 5점을 득점해 14:14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두 차례 공격이 오간 후 17이닝에서 최성원이 매치포인트 득점에 성공하며 6세트를 승리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최성원의 결승 상대는 같은 팀 선수인 팔라존. 이번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휴온스는 소속 팀 선수 2명이 결승에 올라가면서 웰컴저축은행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타이틀스폰서 소속 선수가 우승하는 경사를 맞게 됐다.
팔라존은 앞선 준결승에서 '휴온스 챔피언십' 2연패와 시즌 2연승을 노리던 '우승 후보'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이날 준결승에서 팔라존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팔라존은 준결승전을 총 2시간 9분간 치러 최성원보다 약 33분 승부가 짧았고, 휴식 시간이 길었다. 애버리지나 모든 면에서 팔라존의 기록이 최성원을 앞서지만, 시간의 변수가 과연 결승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두 선수는 투어에서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이번 대결이 PBA 무대에서 첫 승부다. 팔라존은 이번 시즌에 한국 선수에게 두 차례 패했다. 개막전 8강에서 이상대에게 0-3으로 졌고, 4차 투어 16강에서는 오태준(크라운해태)에게 1-3으로 패한 바 있다.
최성원도 외인전에서 2패를 당했고, 이번 5차 투어 128강에서는 3차 투어 결승에서 팔라존에게 3-4로 패했던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3-1로 처음 꺾었다. 그동안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최성원이 외인들의 5회 연속 우승과 스페인의 3회 연속 우승을 막을 수 있을까.
팔라존은 이번 투어를 우승하면 통산 3승과 시즌 2승, 그리고 스페인 선수의 첫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결승전은 오늘(30일) 저녁 7시에 시작된다.
(사진=고양/김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