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다비드 사파타를 잠재운 이상용이 첫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우승 후보' 다비드 사파타를 잠재운 이상용이 첫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이번 대회 '언더독' 이상용이 강력한 우승 후보인 다비드 사파타(스페인, 블루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첫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이상용은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력으로 사파타의 큐를 꽁꽁 묶으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8강전 후 빨갛게 상기된 얼굴의 이상용을 만났다.

 

첫 준결승 진출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긴장이 많이 됐지만 즐기자는 생각으로 쳤다. 그래도 긴장은 되더라.

일단은 기분은 되게 좋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로 너무 좋다. 아내가 제일 좋아할 것 같다.

사파타를 상대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인생 경기라기보다 운이 좋았다. 3세트도 이길 수 있었는데, 사파타가 너무 잘 쳤다. 이번에도 한 번만 기회가 더 와라, 내가 한다, 이런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그 한 번의 기회가 안 오더라.

4세트 때 마음을 비우고 그냥 열심히 쳐보자 이런 생각으로 했는데 하이런이 잘 나와서 조금 편안하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첫 8강전을 치렀는데, 어떤 마음으로 나왔나?

사파타와는 처음 치는 경기였다. 지금까지 시합에서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워낙 잘 치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나름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열심히 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즐기자는 마음으로 나왔다.

8강전 승리 후 뒤돌아서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는 이상용.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8강전 승리 후 뒤돌아서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는 이상용.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사파타가 이번 대회동안 5점대의 애버리지와 퍼펙트큐까지 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담은 없었나?

그게 의외로 빨리 터졌다. '애버보존의 법칙'이란 게 있으니까. 나는 이번 대회에서 내 컨디션보다 잘 친 경기가 없어서 오히려 이제는 내가 터질 때가 되지 않았나. 사파타는 좀 헤맬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좀 했다.

3세트에 사파타한테 한 세트 따라잡혔을 때는 어떤 생각을 했나?

기회가 한 번만 더 와라 더 와라 했는데, 기회가 안 오길래 그럼 4세트를 준비해야 되는구나 하고 일단 4세트는 내가 초구니까 먼저 좀 치고 나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끝난 건 잊어버리고 4세트에 집중했다. 다행히 초구에 11점이 나왔다.

2세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0:6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사파타가 8점을 치고 10:14로 세트 포인트를 먼저 만들었다.

그때도 한 번만 기회가 와라 했다. 마지막에 작은 구멍 사이로 공이 빠지더라. 그래서 이거는 진짜 나에게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쳤다. 5점밖에 안 남았으니까 무조건 다 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지, '내가 이거 다 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절대 못 친다. 당구는 멘탈 스포츠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는 어떤 점이 잘 됐고, 또 보완해야 할 점은 뭔가?

최근에 시합에서 옆돌리기 미스가 많았다. 어제도 시합 후에 가까운 구장에서 옆돌리기 연습을 좀 했는데, 8강전에서는 옆돌리기 실수가 한 번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공이나 기본 공이 나왔을 때는 좀 또박또박 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필리핀의 정치인이자 전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를 닮았다는 말에 권투 선수처럼 포즈를 취하는 이상용.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필리핀의 정치인이자 전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를 닮았다는 말에 권투 선수처럼 포즈를 취하는 이상용.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울산 출신이라고 울산 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시던데.

울산에서 조그맣게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대한당구연맹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강원당구연맹 소속으로 7년 정도 선수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당구선수를 그만두고 울산에 가서 조선소에서 일했다.

그러다 조선소 경기가 너무 안 좋아지면서 조선소가 없어지는 바람에 실직을 했는데, 마침 아는 동생이 당구장을 연다면서 형이 당구를 잘 치니까 와서 운영을 좀 해달라고 부탁해서 다시 당구를 치게 됐다. 그러면서 PBA 선수 모집 소식을 듣고 프로 당구선수로 도전하게 됐다.

PBA도 1부 투어가 아닌 2부 투어로 시작했다고.

1년 동안 드림투어에서 활약하고 거기서 랭킹 13위로 다음 해에 1부로 자동 승격됐다. 그 후부터는 1부에 계속 잔류하고 있다.

앞서 4차전에서는 64강에서 다니엘 산체스를 꺾었다.

솔직히 이길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산체스는 '4대 천왕'이지 않나. 만약 50점 경기였으면 힘들었겠지만, 15점제 세트 경기라 해볼 만하다는 생각은 했다.

다비드 사파타와 8강전 대결 중인 이상용.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다비드 사파타와 8강전 대결 중인 이상용.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준결승전에서 최성원과 만나는데,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되게 유명한 선수고,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선수고, 경기 운영도 탁월하고, 또 내가 존경하는 선배다. 그래도 시합 때는 일단 열심히, 좋은 경기 하도록 노력하겠다.

최성원 선수와는 한 번도 대회에서 만난 적이 없었나?

예전에 연맹에 있을 때 만난 적이 있는데 최성원 선수가 기억을 할지는 모르겠다. 아마 못 할 것 같다. 내가 완전 어릴 때라.

경기할 때 보면 '야수' 같은 이미지다. 필리핀의 유명한 권투선수 매니 파퀴아오를 닮았다는 댓글도 있던데.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성격도 약간 내성적인 면이 있어서 보이는 모습과 조금 다른 것 같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술도 전혀 안 마신다.

준결승전에서도 좋은 경기 기대해도 될까?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