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이 첫 승 코를 뚫은 데 이어 내친김에 준결승까지 내달렸다. 프로당구 PBA 투어 5차전 '휴온스 PBA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튀르키예 강호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꺾고 첫 승을 올린 최성원은 정해창, 임성균(하이원리조트), 강승용, 박광열을 연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아직도 '적응 중'이라는 최성원이 박광열과의 풀세트 8강전을 끝낸 후 이번 대회에 대한 소감을 털어놨다.
첫 승 코를 뚫은 것에 그치지 않고 끝내 마지막 날 경기까지 왔다. 소감이 어떤가?
'일탈(1라운드 탈락)만 하지 말자'는 각오로 대회에 출전했는데, PBA에 입성하고 드디어 7세트를 치는구나 싶다. 일단 7세트를 경험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다. 또 일탈을 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첫 경기부터 오늘 8강까지 쉽게 이긴 경기가 없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 전체적으로 애버리지가 낮은 이유가 경기마다 꼭 한 세트씩을 말도 안 되게 진다. 경기마다 너무 허무한 세트가 나와서 나도 나 자신이 너무 안타깝다. 오늘도 4세트에 진짜 팔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당황스러웠다. 이게 팀리그 때문에 영향이 좀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무슨 의미인가?
팀리그는 한 경기, 한 세트만 집중해서 이기면 되니까 개인전에서도 1세트는 집중력이 너무 좋다. 이번 대회에서 1세트를 진 경기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3세트를 이겨야 하니까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확 떨어지는 느낌도 좀 든다. 이제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걸 엄청 많이 느꼈다.
오늘 8강 경기는 어땠나?
오늘은 정말 지는 줄 알았다. 4세트를 그렇게 허무하게 지고 나서 다행히 가방에 바나나가 하나 있었다. 2분 30초 쉬는 시간 동안 화장실도 너무 급한데 그것보다 바나나 먹는 게 더 급했다. 바나나 하나 먹고 그 힘으로 다음 세트를 이길 수 있었다.
경기 후에 박광열 선수와 웃으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데?
박광열 선수하고는 인연이 깊은 사이다. 국내 하이런 26점 칠 때 상대가 광열이 형이었다. 그때 그 경기에서 26점 하이런 치고도 내가 질 뻔했다. 특히 내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세계 랭킹 1위 찍고 나서 (김)경률이 사고 난 다음에 한동안 경기를 엉망으로 했다. 그때 정신 차리게 해 준 사람이 광열이 형이었다.
내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한 형이 "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데, 월드컵에서 당구를 그딴식으로 치면 누가 좋아하겠냐, 너 진짜 그렇게 하지 마. 좀 열심히 쳐라"라고 하는데 그때 확 와닿았다. 내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구나. 그때 다시 정신 차릴 수 있었다. 지금도 광열이 형은 나한테 채찍질해 주는 형이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형이다.
일단 이번 대회 목표는 달성한건가?
이번 대회 목표인 첫 라운드 통과는 달성했다. 겨우 첫 라운드를 통과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준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축하해 줬다. 이제 욕심은 내려놓고, 누가 올라오든 내가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겠다.
휴온스가 타이틀스폰서인 대회라 우승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대회 시작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특히 오늘은 이렇게 지면 2, 3회전에서 지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로 쳤다. 만약 오늘 졌으면 오랫동안 자책했을 것 같다.
물론 기회가 온다면 우승도 해보고 싶지만, 일단 내 기량을 발휘해서 내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PBA 무대 경험이 부족하니까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최성원, 적응 끝났다'는 기사도 있던데, 사실 아직 적응이 안 끝났다. 여전히 적응 중이다.
PBA 이적도 갑자기 결정한 거라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태로 왔다. 예전에 세트제로 치러진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해봐서 세트제에 대한 부담이 없었는데, PBA는 2점제가 있는 세트 경기라 적응할 게 아직 많다. 혹시 좀 못하더라도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으니까 욕보다는 격려를 좀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체력 관리가 꼭 필요한 것 같다. 오늘도 10번 치면 9번은 성공하는 공을 빠뜨릴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 컨디션 관리가 시급하다. 운동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