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딕 야스퍼스(네덜란드)가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야스퍼스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계속 부진하다가 1년 7개월 만에 통산 28승을 기록했다.
야스퍼스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당구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계속 부진하다가 1년 7개월 만에 통산 28승을 기록했다.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딕 야스퍼스(58·네덜란드)가 1년 8개월여 만에 3쿠션 당구월드컵 챔피언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 4강 이후 단 한 번도 준결승에 올라오지 못했던 야스퍼스가 1년여 만에 준결승과 결승을 통과하며 통산 28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야스퍼스는 29일(한국시간) 자정에 열린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마틴 혼(독일)을 12이닝 만에 50:22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야스퍼스가 이날 결승에서 세운 애버리지 4.166은 역대 당구월드컵 50점제 경기에서 나온 최고기록이다. 종전에도 야스퍼스가 이 기록을 보유했다. 야스퍼스는 지난 2020년 안탈리아 대회에서 응오딘나이(PBA)를 상대로 13이닝 만에 50점을 모두 득점해 애버리지 3.846을 기록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야스퍼스에게 패한 혼은 세계선수권에서 애버리지 4.166 기록 보유자다.

야스퍼스는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김준태(경북체육회)에게 42:47로 뒤져 탈락 위기에 놓였다가 끝내기 8점타로 기사회생하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20이닝 만에 50:45로 승리하고 1년여 만에 다시 당구월드컵 준결승에 올라왔다.

이날 결승에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는 같은 나리의 장 폴 더브라윈을 19이닝 만에 50:25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야스퍼스와 대결한 혼은 준결승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에게 44:45로 뒤지다가 28이닝에서 끝내기 6점타에 성공해 50:45로 승리를 거뒀다.

혼은 지난 2019년 블랑켄베르크 이후 4년여 만에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왔다. 통산 2승을 거둔 혼의 마지막 우승은 2018년 프랑스 라불 대회였다. 당시 혼은 한국의 조재호(PBA)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까지 준우승은 총 7차례. 야스퍼스를 상대로 2009년 안탈리아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무려 14년 만에 결승 맞대결을 벌였으나, 신들린 야스퍼스의 큐 앞에 아쉬운 준우승을 기록했다.

결승전 뱅킹 장면.
결승전 뱅킹 장면.
야스퍼스는 이번 결승에서 애버리지 4.166을 기록하며, 당구월드컵 최고 애버리지 기록을 경신했다.
야스퍼스는 이번 결승에서 애버리지 4.166을 기록하며, 당구월드컵 최고 애버리지 기록을 경신했다.
4년 만에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 준우승에 머문 마틴 혼(독일).
4년 만에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 준우승에 머문 마틴 혼(독일).

결승에서 야스퍼스는 1이닝 10점타를 시작으로 3이닝부터 4-2-3-2-9-5 연속타로 8이닝 만에 35:11로 앞섰다. 야스퍼스는 이어서 10이닝부터 다시 2-7-6 연속타를 올려 12이닝 만에 50:22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지난 1년 동안 야스퍼스는 당구월드컵 4강에 한 차례도 올라오지 못하면서 세계랭킹 1위에서 4위로 내려갔다. 지난해 베겔 당구월드컵 준결승에서는 한국의 이충복(PBA)에게 36이닝 만에 47:50으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샤름 엘 셰이크 8강전에서는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에게 21이닝 만에 47:50으로 패했다.

올해 첫 대회였던 라스베이거스 당구월드컵은 아예 32강에서 탈락했고, 호찌민 당구월드컵 8강에서는 이번 결승에서 승리한 혼에게 31이닝 만에 41:50으로 패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포르투 당구월드컵은 16강에서 사미흐 시덤(이집트)에게 31이닝 만에 49:50으로 발목을 잡혔다.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면서 야스퍼스는 지난 포르투 대회 이후 세계랭킹 4위로 내려오고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번에도 우승은 했지만, 종전 대회 성적 중 우승 점수 80점이 빠지고 다시 80점을 획득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해 여전히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하며 우승을 차지, 다시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한 물꼬를 텄다. 그동안 야스퍼스처럼 전통의 강자들이 있는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국과 베트남 등 신흥 캐롬 강국들은 이번 대회에서는 모처럼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후 한국 선수 중 역대 두 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한국의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
이번 대회 후 한국 선수 중 역대 두 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한국의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

이번 대회 8강에서 한국의 김행직(전남)과 허정한(경남), 베트남의 타이홍찌엠이 모두 패하면서 지난해 호찌민 당구월드컵 이후 1년 5개월, 7번째 대회만에 유럽 선수들이 4강을 모두 차지했다. 

3쿠션 당구월드컵은 지난 2015년경부터 유럽의 독식 구조가 깨지고 대부분의 대회에서 타 대륙 선수들이 우승과 준우승, 4강까지 포함돼 글로벌화를 이뤘다. 유럽 선수들이 4강을 모두 차지하는 경우는 1년에 한 번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한국과 베트남 선수가 4강 이상에 한 자리씩 차지했다.

한편, 이번 대회 16강에서 허정한에게 져 탈락했던 조명우는 한국 선수 중 역대 두 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지난 2015년 4월 4일에 최성원(PBA)이 단독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선 이후 8년 6개월여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다음 당구월드컵은 서울에서 개최되며, 오는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태릉선수촌에서 막을 올린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저작권자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