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는 8강까지 모든 기록에서 1위를 달리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는 8강까지 모든 기록에서 1위를 달리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합산 애버리지 2.360, 퍼펙트큐 15점, 베스트게임 5.625'

다비드 사파트(블루원리조트)의 5차 투어 기록은 독보적이다. 전형적인 우승 페이스다.

16강전까지 네 경기 합산 애버리지는 2.360으로 이번 대회 1위를 달리고 있고, 공타율은 28.6%를 기록하며 애버리지 1.895와 공타율 35.1%로 2위인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파타는 아주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워 8강까지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28일 오후 10시에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16강전에서 사파타는 한국의 고상운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또 한 번 애버리지 2.231로 승리를 거둬 이번 5차 투어 최고의 폼을 이어갔다. 그런데 기록이 좋다고 마냥 승부가 쉬운 것은 아니다. 사파타의 이번 16강전 승부는 결코 쉽지 않았다. 고상운의 2세트와 3세트 반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16강전은 이번 대회에서 '독보적인' 사파타가 가장 위기에 놓였던 승부였다.

사파타는 16강전 1세트에서 7이닝 동안 5-2-4 연속타에 이은 2-1-1 마무리로 가볍게 15:0의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고상운이 살아난 2세트부터 사파타는 여러 번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2세트 2이닝부터 고상운이 1-7-5 연속타를 올리면서 4이닝까지 점수는 6:13. 사파타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일방적으로 세트를 빼앗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전날 32강전에서 사파타는 김현석에게 2세트를 10:15로 패했지만, 이번처럼 일방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첫 번째 맞은 위기에서 사파타는 7이닝에서 5점을 득점해 13:14까지 좁히기는 했지만, 고상운이 9이닝에서 세트포인트를 득점하면서 13:15로 2세트를 내주고 세트스코어 1-1 동점을 허용했다.

16강전에서 두 차례 위기의 순간에 사파타는 과감한 뱅크 샷을 정확하게 성공시키며 위기를 탈출했다.
16강전에서 두 차례 위기의 순간에 사파타는 과감한 뱅크 샷을 정확하게 성공시키며 위기를 탈출했다.
독보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사파타를 상대로 2세트를 따낸 고상운은 3세트도 12:8까지 앞서며 역전을 노렸다.
독보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사파타를 상대로 2세트를 따낸 고상운은 3세트도 12:8까지 앞서며 역전을 노렸다.

3세트에서도 고상운의 거센 공격이 계속되면서 사파타는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1이닝부터 연속 4득점을 올려 8:4로 사파타가 앞서 있는 상황에서 고상운이 3이닝에 대거 8점을 득점하며 점수는 8:12로 역전됐고, 사파타는 3세트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위기에서 사파타를 구한 것은 정확하고 과감한 뱅크 샷이었다. 사파타는 고상운의 13점째 공격이 두 차례 빗나가면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이닝에서 투뱅크 넣어치기로 2득점을 올렸고, 5이닝에서는 원뱅크 넣어치기와 비껴치기, 스리뱅크 샷으로 순식간에 5점을 득점하며 15:12로 역전시켰다.

이처럼 중요한 승부처에서 사파타가 3번의 뱅크 샷을 놓치지 않고 모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음 4세트에서도 고상운의 만만치 않은 반격으로 3이닝까지 8:7의 접전을 벌지만, 사파타의 뱅크 샷 공격은 마지막 순간에 다시 빛을 발했다.

사파타는 8:1에서 고상운이 3이닝에 6점을 득점하고 8:7을 쫓아오자 4이닝에서 스리뱅크 샷으로 2점을 뽑은 뒤 비껴치기와 대회전, 옆돌리기 등으로 5점을 득점하고 13:7로 달아났다. 이때 터진 스리뱅크 샷은 사실상 결승 타점이나 다름없었다.

6이닝 선공에 나선 고상운이 식스뱅크 샷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여기서 사파타가 원뱅크 넣어치기로 세트포인트를 득점하며 6이닝 만에 15:7로 4세트 승리하고 치열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사파타는 이번 대회에서 오래간만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0-21시즌 월드챔피언십을 우승하며 PBA 투어에서 전성기를 시작한 사파타는 2021-22시즌에는 2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결승 진출과 투어 준우승 2회 등 총 세 차례나 결승에 올라가며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22-23시즌 개막전 준우승에 이어 2차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기록했다.

이후에 사파타는 주춤했다. 남은 6번의 투어에서 16강에 한 차례 올라가는 데 그쳤고, 2년 연속 결승에 올랐던 월드챔피언십은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8강에 올라와 살아나는 듯했다가 2차 투어 128강 탈락에 이어 3차와 4차 투어는 모두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파타는 처음 맞붙는 이상용과 8강전에서 준결승행을 다툰다.
사파타는 처음 맞붙는 이상용과 8강전에서 준결승행을 다툰다.

부활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사파타는 이번 5차 투어에서 역대급의 활약을 펼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첫 경기 128강전부터 1세트를 5이닝 만에 마무리해 애버리지 3.000을 기록하더니 3세트는 하이런 9점 끝내기타로 2.143의 애버리지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64강전에서는 인생 경기를 펼쳤다. 1세트 2이닝에서 퍼펙트큐와 함께 매치 애버리지 5.625의 프로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을 작성한 것. 이후 32강과 16강전 모두 화려한 공격을 앞세워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두 번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파타의 8강전 상대는 한국의 이상용이다. 이상용은 지난 4차 투어 64강전에서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를 3-1로 꺾고 32강에 올랐고, 이번 5차 투어에서 8강까지 진출하며 시즌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원년시즌에 드림투어(2부)를 거쳐 2020-21시즌부터 1부 투어에 정식 출전한 이상용은 시즌마다 한두 차례씩 16강에 올랐으나, 8강 진출과 사파타와 대결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8강에 오기까지 애버리지 1.432와 공타율 42.3%로 사파타와 기록은 차이가 나지만, 승부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길고 짧은 것은 알 수가 없다. 16강전에서 세미 사이그너(휴온스)를 꺾은 엄상필(블루원리조트)도 애버리지 2.077의 사이그너에 비해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3-1로 승리를 거뒀다.

고상운 역시 독보적인 사파타에게 위협적이었고,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상대방과 대결은 매번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8강전에서 과연 사파타가 우승 페이스를 이어가며 4강에 진출할지, 아니면 이상용이 다크호스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두 선수의 8강전은 29일 밤 9시 30분에 시작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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