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챔피언십 '톱3' 중 한 명이 탈락했다. '로얄로더' 세미 사이그너(휴온스)가 16강에서 한국의 엄상필(블루원리조트)에게 발목을 잡혔다.
사이그너는 이번 5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32강까지 세 경기 모두 '3-0' 퍼펙트 승을 거두며 펄펄 날아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와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와 함께 우승이 예상되는 '톱3'로 꼽혔다.
32강까지 세 경기 합산 애버리지에서 '톱애버리지 5.625'를 기록한 사파타가 2.417로 가장 높았고, 사이그너가 2.077로 2위, 마르티네스가 1.925로 3위를 달렸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16강에서 애버리지 2.107의 활약을 펼친 엄상필을 따라잡지 못하고 아쉽게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8일 오후 10시에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16강전에서 엄상필이 세트스코어 3-1로 사이그너를 꺾었다.
엄상필은 최근 두 시즌 동안 16강 진출 2회가 상위 라운드에 올라온 전부였지만, 이번 시즌에 개막전과 2차 투어에서 16강에 두 차례 올라오며 부활의 시동을 걸었고, 이번 5차 투어에서 사이그너를 꺾고 마침내 2년 10개월여 만에 통산 3번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프로 원년 시즌 5차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엄상필은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뒤 다음 2020-21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4차례 치른 16강에서 모두 패해 한 번도 8강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번 시즌 개막전 16강전에서는 이날 대결한 사이그너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져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난 사이그너와의 승부에서 엄상필은 완벽한 득점력을 앞세워 완승을 거뒀다.
엄상필은 뱅크 샷 7개를 포함해 하이런 9점 등 장타율 22.2%를 기록했고, 공타율은 32.5%로 수준급 기량을 보였다. 이날 16강전에서 엄상필보다 높은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29.2%의 마민껌(NH농협카드)밖에 없었다. 공타율은 마민껌(31.8%)과 사파타(31.9%)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이런 완벽한 엄상필의 폼으로 인해 사이그너는 1, 2세트를 내주고 3세트도 매치포인트에 몰려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하는 듯했으나, 3세트 막판 엄상필의 매치포인트가 연달아 실패하면서 운 좋게 끝내기 3점타로 영봉패를 면했다.
엄상필은 이번 대회에서 기세 좋던 사이그너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만큼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1세트에서는 1이닝에 6득점을 올린 뒤 6:7로 뒤진 5이닝에서 다시 7점을 득점해 13:7로 앞섰고, 7이닝에서 남은 2점을 마무리하고 15:7로 승리했다.
2세트에서 엄상필은 더 완벽하게 사이그너를 제압했다. 2이닝부터 2-3-1 연속타를 올려 6:2로 앞서 있던 5이닝에 하이런 9점 끝내기타를 터트려 15:2로 승리를 거둬 세트스코어 2-0의 리드를 시작했다.
엄상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세트에서도 한 방에 승부를 마무리할 뻔했다. 1이닝과 3이닝에 3점씩 득점해 6:6에서 엄상필은 7이닝 2득점을 올려 8:6으로 앞섰다. 그러나 사이그너가 8이닝 공격에서 이번 경기 처음으로 5점을 득점하면서 8:11로 뒤집혔다.
이어서 8이닝 후공에 나선 엄상필은 남아 있던 7점 중 6점을 득점하고 14:11로 재역전시켰고, 매치포인트만 남겨둔 채 사이그너에게 타석을 넘겼다. 이후 세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엄상필이 매치포인트 득점에 실패하면서 사이그너는 12이닝에서 끝내기 3점타를 올려 14:15로 기사회생했다.
사이그너가 극적으로 한 세트를 만회해 세트스코어 2-1이 되면서 4세트 엄상필의 승부가 쉽지 않을 듯했다. 그런데 사이그너가 3이닝까지 연속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1점씩 단 2점에 그치면서 엄상필이 또 한 번 장타를 터트려 승부를 마무리했다.
4:2로 앞서 있던 엄상필은 4이닝 선공에 나와 대거 5점을 득점하고 9점을 만든 뒤 다음 5이닝 공격에서 남은 6점을 모두 득점하며 15:3으로 4세트를 따내며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휴온스 챔피언십은 우승후보 중 한 명인 사이그너가 탈락한 가운데 8강에서 한국 선수 4명과 외인 4명이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이날 사이그너를 꺾은 엄상필은 8강에서 마르티네스를 만났다. 두 선수의 8강전은 29일 오후 4시 30분에 시작된다.
엄상필은 원년 준우승 당시 결승에서 마르티네스와 대결해 세트스코어 3-4로 아쉽게 패했다. 이번 경기는 무려 4년여 만에 치르는 리벤지 매치다. 엄상필이 사이그너에 이어 마르티네스까지 꺾고 준결승에 오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엄상필이 준결승에 올라가면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마민껌의 8강전 승자와 맞붙게 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