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생 올해 17살인 튀르키예의 부라크 하샤쉬가 '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하며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2007년생 올해 17살인 튀르키예의 부라크 하샤쉬가 '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하며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불과 17살의 튀르키예 선수가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3쿠션 당구월드컵' 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다.

2006년생인 부라크 하샤쉬(17)는 지난해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유럽의 차세대 3쿠션 강자로 급부상했다. 현재 UMB 남자 3쿠션 세계랭킹은 101위다.

사실상 랭킹은 의미가 없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성인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장타를 앞세워 애버리지 2점대를 넘나드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복도 거의 없어서 경기를 보면 매번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공격력으로 자신보다 훨씬 크고 경험이 많은 상대방을 가볍게 제압하곤 한다.

25일(한국시간) 새벽까지 진행된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예선 3라운드(PQ) 경기에서 하샤쉬는 진가를 또 한 번 보여줬다. 하샤쉬는 PQ 조별리그에서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하샤쉬가 조별리그에서 상대한 선수는 과거 프로당구(PBA)에서 뛰었던 로빈슨 모랄레스(스페인)와 일본의 기요타 아츠시.

하샤쉬는 첫 경기에서 기요타를 23이닝 만에 30:28로 꺾었다. 11이닝까지 7:16으로 밀렸는데, 기요타가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10점을 몰아쳐 20:17로 역전을 시켰다. 그러더니 끝으로 갈수록 더 치열해진 승부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 리드를 지켰다.

기요타가 2-3-2-1-3 연속타로 압박했지만, 하샤쉬는 아랑곳하지 않고 2-1-3-1-3 연속득점으로 계속 받아쳐 2점 차의 신승을 거뒀다. 경험이 많지 않은 17살의 선수가 보여준 승부사 기질이 상당히 인상적인 경기였다.

다음 경기에서는 모랄레스가 기요타를 25이닝 만에 30:19로 꺾었고, 하샤쉬와 모랄레스가 최종예선행 티켓을 놓고 최종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하샤쉬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모랄레스는 급격하게 폼이 떨어져 하샤쉬에게 20점 차의 참패를 당했다.

하샤쉬는 18이닝 만에 30:10으로 모랄레스를 꺾고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샤쉬가 한 번 점수를 내면 3, 4점씩 몰아친 탓에 베테랑인 모랄레스도 손쓸 틈 없이 당했다. 

하샤쉬는 지난 포르토 당구월드컵에 이어 최종예선에 올라와 2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게 됐다. 당시 포르토 당구월드컵 최종예선 조별리그에서는 한국의 정승일(서울)을 23이닝 만에 40:21로 꺾었고, 디온 넬린(덴마크)을 20이닝 만에 40:22로 제압하고 2승을 거뒀다.

32강 조별리그에서는 콜롬비아의 강호 페드로 곤살레스를 31이닝 만에 40:26으로 꺾고 돌풍을 준비하기도 했다. 다음 경기에서 서창훈(시흥체육회)에게 27이닝 만에 37:40으로 패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고, 마지막에 '3쿠션 사대천왕'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에게 14이닝 만에 14:40으로 져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17살에 불과한 하샤쉬를 웬만한 선수도 상대하기 버거울 만큼 훌쩍 성장한 모습이 놀라웠다.

하샤쉬는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인 유럽 3쿠션이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이다. 당구가 단지 즐기는 아마추어 스포츠로 남아있는 것에 그친다면, 유망주의 등장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상관이 없을지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당구는 프로스포츠로 변화를 준비했고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하샤쉬와 같은 유망주는 끊임없이 발굴돼야 한다.

같은 날 한국에서는 PBA 투어에서 하샤쉬보다 한 살 어린 2007년생 김영원(16)이 1부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128강전에서 투어 챔피언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꺾고 64강에 진출했다. 몇 시간 뒤 네덜란드 베겔에서는 최종예선에 출전한 하샤쉬가 '유럽챔피언십 준우승자' 베르카이 카라쿠르트(튀르키예)를 18이닝 만에 40:26으로 꺾었다.

하샤쉬는 최종예선 첫 경기를 승리하고 2회 연속 당구월드컵 본선 진출을 바라보게 됐다.
하샤쉬는 최종예선 첫 경기를 승리하고 2회 연속 당구월드컵 본선 진출을 바라보게 됐다.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손준혁(부천).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손준혁(부천).
정예성(서울)도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정예성(서울)도 '베겔 3쿠션 당구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샤쉬는 이 경기에서 8이닝까지 21:15로 애버리지 2.625의 맹타를 휘둘렀고, 12이닝에서는 하이런 12점을 쏟아내며 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애버리지는 2.222로 현재까지 최종예선 경기 중 가장 좋은 기록이다. 이대로라면 하샤쉬의 당구월드컵 2회 연속 본선 진출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샤쉬와 함께 한국의 유망주 손준혁(부천)과 정예성(서울)도 최종예선 첫 경기를 승리했다. 손준혁은 알렉산더 살라사르(콜롬비아)를 33이닝 만에 40:35로 잡았고, 정예성은 국내 정상급 선수인 김형곤(서울)을 24이닝 만에 40:31로 제압했다.

손준혁은 '벨기에 강호' 롤랑 포르톰과 마지막 승부를 남겨두고 있고, 정예성은 베트남의 타이홍찌엠과 본선행이 걸린 최종전을 벌이게 됐다. 하샤쉬는 게르하르트 코스티스탄스키(오스트리아)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3쿠션 유망주들의 활약이 뜨겁다. 3쿠션계의 밀린 숙제와도 같은 세대교체의 변화가 머지않아 완성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이 선수들의 활약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빌리어즈 김도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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