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당구 '휴온스 LPBA 챔피언십' 8강까지 가장 힘든 승부를 거친 선수는 누구일까. 이번 시즌 5차 투어에서 유달리 어려운 승부를 이어간 선수가 있다. 그는 바로 강지은(SK렌터카).
강지은은 21일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번 대회 32강전과 16강전을 모두 힘겹게 통과했다. 전날 64강 첫 경기도 쉽지 않았던 강지은은 이날 두 경기 모두 극적인 승리를 거둬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난코스를 타고 있다.
강지은의 이번 투어 출발은 좋았다. 64강에서 이지연A와 대결한 강지은은 1이닝부터 1-5-2-3-1 연속타로 5이닝 만에 12점을 만들어 12:1로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이후 11번의 타석에서 2득점에 그치면서 14:12까지 추격을 허용하면서 첫 위기가 왔다.
17이닝에서 뒤돌리기를 성공시켜 8연타석 범타를 탈출한 강지은은 18이닝과 19이닝에서 1점씩 더 보태 17:12로 달아났다가 20이닝에서는 이지연A의 4점타를 맞고서 17:16으로 1점 차까지 쫓겼다.
강지은이 초반 좋았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추격을 허용하면서 경기 시간이 8분여 남은 가운데 1점 앞서는 살얼음판 승부로 양상이 바뀌었다. 20이닝은 이 경기의 승부처였다. 강지은은 옆돌리기를 시작으로 스리뱅크 샷 두 방을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5점을 달아났다.
다음 타석에서 1점을 더 보탠 강지은은 23:16으로 다시 점수를 벌렸다.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경기 종료시간 1분을 남기고 큐를 잡은 이지연A는 뒤돌리기와 앞돌리기, 비껴치기, 옆돌리기로 차곡차곡 1점씩 올라왔다.
점수판의 시계는 멈췄고, 23:20까지 쫓기게 된 강지은은 자리 앉아서 초조하게 다음 공격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이지연A의 5점째 시도에서 큐미스가 나와 공격에 실패하면서 강지은은 진땀 뺐던 첫 경기를 승리하고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오수정과 벌인 32강전 승부는 더 험난했다. 1세트 초반부터 강지은은 오수정의 집중타에 9이닝까지 6:8로 뒤졌고, 13이닝에는 8:9, 오수정이 승리까지 2점 남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강지은을 살린 것은 스리뱅크 샷이었다. 14이닝, 스리뱅크 샷으로 10:9로 역전한 강지은은 세트포인트를 다시 스리뱅크 샷으로 시도해 득점하면서 11:9로 역전승을 거뒀다.
2세트는 오수정에 초구에 7점을 몰아치며 2:7로 스타트를 끊었고, 이후 3점씩 주고받고 5:10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다. 5이닝에서는 강지은이 앞돌리기에 이은 스리뱅크 샷으로 3점, 길게 비껴치기를 성공시켜 4점을 득점해 9:10으로 쫓아갔다.
강지은은 5점째 비껴치기가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동점에 실패했고, 곧바로 오수정이 세트포인트를 성공시켜 9:11로 패해 1-1 동점이 됐다. 마지막 3세트 공방은 더 치열했다. 선공에 나선 강지은이 점수를 내면 곧바로 오수정이 따라와 5이닝까지 점수는 8:8.
다음 매치포인트 공략에서 오수정은 짧은 각에서 역회전 스리뱅크 샷을 시도했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 공격이 아깝게 빗나가 강지은에게 기회가 넘어왔다. 결국, 강지은이 부드럽게 큐를 밀어 옆돌리기로 매치포인트 득점을 올리면서 9:8, 1점 차로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진출했다.
힘겹게 올라온 16강전에서 강지은은 또 탈락 위기에 놓였다. '복병' 장혜리에게 1세트를 7이닝 만에 4:11로 내주고 2세트에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다가 막판에 9:10으로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장혜리가 매치포인트 공격에 두 차례 실패하면서 13이닝에서 기회를 잡은 강지은은 남은 2점을 마무리하고, 11:10으로 기사회생했다.
극적으로 살아난 강지은은 3세트 7이닝에 5득점 결정타를 터트려 8이닝 만에 9:2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에 한 차례도 8강에 올라오지 못하며 부진했던 강지은은 이번 시즌은 5차 투어까지 성적이 나쁘지 않다. 첫 우승을 거뒀던 원년 시즌과 2승째를 올린 2021-22시즌처럼 4강과 8강에 계속 올라오며 우승을 향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즌에 1차 투어를 16강으로 시작한 강지은은 2차 투어 4강에 이어 3차 투어 8강, 4차 투어 16강에 오르며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고, 이번 5차 투어는 다시 8강에 진출해 '통산 3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2021-22시즌에 열린 첫 번째 휴온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강지은은 이 대회 우승 당시에 장혜리(8강)와 오수정(준결승)을 꺾고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에게 승리하며 통산 2승을 달성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투어 역시 강지은은 오수정(32강)과 장혜리(16강)를 꺾고 8강까지 올라왔다. 강지은의 8강전 상대는 '다크호스' 김상아다. 강지은이 김상아를 이기면 준결승에서는 백민주(크라운해태)-용현지(하이원리조트)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강지은은 두 선수와 한 번씩 맞붙어 백민주에게는 지난 2021-22시즌 5차 투어 8강에서 2-1로 승리했고, 용현지는 이번 시즌 지난 2차 투어 준결승에서 1-3으로 패했다. 8강 상대인 김상아와는 첫 대면이다.
가장 험난한 승부를 거쳐 올라온 강지은. 그의 휴온스 챔피언십 징검다리 우승과 통산 3승을 향한 마지막 여정은 22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8강전부터 다시 시작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