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대어를 놓쳤다. 매치포인트의 악몽이 끝내 '2001년생 루키' 전어람(22)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시즌 3차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걸크러시' 백민주(27)를 상대로 승리까지 단 1점이 남았던 전어람은 3번의 매치포인트 시도를 모두 실패했다.
점수는 10:8에서 10:9로 좁혀졌고, 15이닝 전어람의 리버스 공격이 투쿠션을 맞아 무위로 끝나자 백민주는 남은 2점을 여지없이 쳐냈다.
21일 오후 8시 30분에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5차 투어 '휴온스 LPBA 챔피언십' 16강전에서 전어람은 세트스코어 1-2로 백민주에게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여러 경기에서 전어람을 괴롭혀 온 매치포인트가 끝내 말썽이었다. 10점에 먼저 도달해 승리까지 1점을 남겨놓고도 동점과 역전을 당해 승부를 놓친 것. 1세트를 13이닝 만에 11:2로 승리해 출발이 좋았던 전어람은 2세트 역시 10이닝에서 연속 4득점에 힘입어 13이닝에서는 10:8로 앞섰다.
전어람이 사상 첫 8강행 티켓을 손에 넣기 까지 단 1점이 남은 가운데 13이닝 공격에서 시도한 매치포인트는 충돌로 무산됐고, 다음 14이닝 10:9에서 노렸던 길게 비껴치기는 짧게 떨어져서 득점에 실패했다. 마지막 기회였던 15이닝에서는 되돌려치기를 시도했는데, 임팩트 순간에 문제가 있었는지 회전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투쿠션으로 마무리됐다.
프로 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상대방이 계속 찾아온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백민주가 곧바로 15이닝 후공에서 남은 2점을 득점하면서 10:11(15이닝)로 2세트를 빼앗겨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전어람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프로에서 이제 막 3번째 시즌을 경험하고 있는 신인 선수다. 아무래도 실전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매치포인트 순간에 압박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이날 앞서 열린 32강전에서도 전어람은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올라왔다.
이 승부도 매치포인트를 해결하는 게 어려웠다. 세트스코어 1-1에서 돌입한 3세트, 전어람은 19이닝의 긴 승부를 8:5로 앞서 있었다. 남은 점수는 매치포인트 단 1점.
그러나 두 차례 시도가 빗나가면서 점수는 순식간에 8:8 동점이 됐고, 4차 투어 32강에서 발목을 잡았던 '매치포인트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당시 전어람은 2세트에서 정은영에게 10:3으로 크게 앞서 있다가 10:11로 역전패해 다 잡았던 16강행 티켓을 아깝게 놓친 적이 있다.
물론, 뼈아픈 패배의 기록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장세가 뚜렷한 전어람에게는 약이 되는 경험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5차 투어 32강전에서는 8:8 동점에서 매치포인트 득점에 성공해 자칫 징크스가 될 뻔했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다.
안타깝게도 이번 16강전에서 그 악몽이 되살아났다. 상대는 투어 챔피언인 백민주였고, 사상 첫 8강 진출이 걸린 '마지막 1점'의 무게가 전어람을 짓누르면서 성장통은 계속되게 됐다.
비록 16강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전어람의 성장세는 눈여겨 볼만하다. 2년여 만에 애버리지 0.2를 치는 선수에서 1.0을 넘나드는 선수로 성장했고, 실전에서 이번 경기까지 총 3번, 자신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패배 일보 앞까지 몰아넣는 저력을 보여줬다.
새 얼굴과 드라마가 절실한 LPBA 투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어람이 연이어 명승부를 펼친 덕에 모처럼 흥미진진한 대결을 지켜볼 수 있었던 당구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 직전에 살아남은 백민주는 시즌 두 번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백민주의 8강 상대는 '당구 요정' 용현지(하이원리조트)다.
같은 시각 16강전에서 용현지는 서한솔(블루원리조트)과 난타전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지난 4차 투어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그리고 시즌 세 번째 8강에 올라왔다.
22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되는 이 경기에서 백민주는 통산 2승을 향한 고비를 한 번 더 넘어야 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강지은(SK렌터카)과 김상아의 8강전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