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당구(LPBA)의 간판선수 두 명의 운명이 5차 투어 시작부터 엇갈렸다.
'프로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은 일찌감치 32강 진출을 확정한 반면, 느지막이 64강에 출전한 'LPBA 다승왕'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는 안타깝게도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우승후보인 두 선수의 운명이 64강에서 달라진 것은 지난 3차 투어 이후 이번 시즌에만 두 번째다.
지난 3차 투어에서 LPBA 데뷔 후 사실상 처음으로 64강 탈락의 쓴맛을 봤던 김가영은 4차 투어 4강에 이어 5차 투어도 첫 관문을 무사통과했다. 반면, 스롱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64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6차 투어에서 64강에서 탈락한 후 11개월 만이다.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64강전에서 김가영은 오후 4시 경기에 출전해 이화연을 17이닝 만에 25:13으로 누르고 32강에 올라갔다. 애버리지는 1.471을 기록했고, 하이런은 5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 김가영이 치른 5번의 64강 경기 중 가장 좋은 기록이다.
경기는 9이닝까지 5득점에 그쳤던 김가영의 큐가 10이닝부터 불을 뿜어 이후 8번의 타석에서 20점을 몰아쳤다. 경기 시작 후 20분가량이 지난 상황까지 김가영은 수세에 몰렸다. 김가영은 2-0-1-2로 5점을 올린 다음 5타석을 범타로 물러나 5:7로 뒤졌다.
그러나 10이닝 공격에서 원뱅크 샷 한 방으로 2점을 획득해 7:7 동점을 만든 김가영은 대거 5점을 득점하고 10:7로 역전했다. 초반 분위기가 괜찮았던 이화연 역시 10이닝에서 스리뱅크 샷 2개를 연달아 성공시켜 4득점으로 반격했다. 점수는 10:11.
평행선을 달리던 두 선수의 승부에 균형이 깨진 것은 이후 4번의 타석에서다. 김가영은 11이닝부터 1-2-2-1 연속타로 꾸준하게 점수를 쌓았고, 이화연은 4타석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해 16:11로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15이닝에서 김가영은 옆돌리기와 비껴치기 등으로 3점을 득점해 19:12로 달아났고, 다음 16이닝에서 뒤돌리기 대회전과 옆돌리기, 길게 비껴치기 등으로 4점을 더 추가해 23:13까지 10점을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김가영은 17이닝 공격에서 옆돌리기와 뒤돌리기로 남은 2점을 득점하고 25:1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오후 7시 40분에 시작된 64강 마지막 턴에 나온 스롱은 최근 가장 나쁜 컨디션을 보이며 역대 4번째 64강 탈락의 멍에를 썼다. 스롱은 이은희에게 24이닝 만에 15:16으로 아깝게 졌다. 그러나 50분 동안 득점이 고작 15점에 그쳐 애버리지는 0.625에 그쳤다.
최근에 패한 경기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었다. 스롱은 이번 시즌 개막전 64강에서 단 9이닝 만에 25점을 모두 득점해 애버리지 2.778을 기록하기도 했고, 지난 4차 투어 64강전은 11이닝 만에 승리를 거둬 애버리지 2.273을 기록했다.
이번까지 총 5차례 투어에서 패한 4경기 중 애버리지가 가장 좋지 않았던 경기는 개막전 32강 장혜리전이었다. 당시 스롱은 세트스코어 1-2로 아깝게 졌는데, 마지막 3세트에서 13이닝 동안 4득점에 그쳐 게임애버리지 0.667에 그쳤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 스롱은 이에 못 미치는 0.625의 기록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24번의 타석 중 득점을 올린 타석은 9번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방 이은희가 초반에 1-1-2, 2-1-1 연속타를 올리면서 9이닝까지 2:8로 뒤졌고, 12이닝에서 이은희가 3점을 더 득점해 경기 시작 후 25분이 지난 시점까지 5:11로 계속 끌려갔다.
다행히 경기가 반환점을 돈 뒤 서서히 감각이 살아나 14이닝부터 1-1-4 연속타로 11:11 동점을 만들었고, 18이닝에서는 2점을 선취해 13:11로 처음 스코어를 뒤집었다. 21이닝에서 다시 2점을 올려 6분을 남겨두고 15:13의 리드를 지켜 역전승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21이닝 옆돌리기는 2쿠션으로 맞았고, 22이닝 비껴치기와 23이닝 길게 비껴치기는 아깝게 빗나갔다. 점수는 15:14, 스롱이 1점 앞선 가운데 이은희가 마지막 타석에 나왔고, 1분이 채 남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은희의 옆돌리기가 성공해 동점이 됐다.
이대로 끝나면 스롱이 하이런에서 앞서 이길 수 있었지만, 이은희의 다음 비껴치기 공격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결국 스롱이 탈락했다.
이날 64강전에서는 스롱을 비롯해 히다 오리에(SK렌터카)와 김민아(NH농협카드), 김예은, 히가시우치 나쓰미(이상 웰컴저축은행) 등 투어 챔피언들이 첫판에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편, 32강에 올라간 김가영은 오지연과 16강을 다투며, 32강전은 20일 하루를 쉬고 21일에 재개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