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으로 추진하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체육단체통합의 타임 스케줄에 의해 산하 가맹단체들의 단체간 통합이 지난 3월 27일로 끝나 새로운 체육단체인 대한체육회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당구 종목도 대한체육회 산하의 대한당구연맹(회장 장영철)과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단체인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회장 박종화)가 이 시한에 맞추어 통합해야 했으나, 전국당구연합회의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통합에 필요한 대의원 총회가 성립되지 않아 단체 통합을 이루지 못해 당구 종목이 제도권 체육에서 종목 퇴출당할 아슬아슬한 단계에서 극적으로 대의원총회가 개최됨으로써 기사회생하여 단체통합을 이루고 새로운 통합단체로 역사적인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빌리어즈>가 창간된 1987년에 당구는 유기(遊技) 종목이었다. 당구의 태생이 귀족문화로 태어났으나, 한국에 당구가 전래된 후 당구는 점차 품위를 잃어 마침내 당구장은 폭력배들의 소굴로 되고 당구치는 사람은 할 일 없는 무위도식배로 치부되었다.
 
거기에다 정부에서조차 당구를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는 처지로 내몰았다. 오죽하면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의 전신인 단체명이 보건사회부 산하의 중앙환경위생협회 내의 당구분과위원회로 출발하였겠는가.
 
당구장 경영주들은 당구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자식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까봐 직업을 숨겨왔다.
 
이러한 당구가 많은 당구인들이 스포츠의 본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1988년에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체육시설이 되었으며, 1992년에는 ‘18세 미만자의 당구장 출입 금지’를 헌법소원으로 철폐시켰고, 1997년에는 당구단체가 대한체육회의 인정종목 가맹단체가 되어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당구는 대한체육회의 정식종목의 지위에 올랐고, 마침내 모든 당구인이 염원하던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당구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오늘날의 제도권 스포츠로 진입시키기 위해 우리 당구인들이 경주한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당구 단체 통합 과정에서 벌어진 내홍으로 당구를 완전히 망가뜨릴 뻔한 실책을 범하였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오늘의 당구를 있게 하고 이루어 놓았는데, 그들이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당구를 일시에 몰락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과가 잘 되었기에 망정이지, 끝내 통합단체가 무산되었다면 아마도 모두 당구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알려진 대로 전국당구연합회는 전 사무처장의 파면 이후에 벌어진 내홍으로 단체의 업무가 표류하고 전 사무처장 복권을 주장하던 임원들이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이사회를 두 차례나 파행시키면서 3월까지 통합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목별 산하단체의 통합 시한은 3월 27일로 못 박혀 있었으나, 중앙 단체의 통합은 이미 이루어져 대한체육회의 새 이름으로 3월 21일 법정등기를 끝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해산 총회의 마지노선은 3월 18일로 정해졌다.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단체 해산 절차를 밟기 위해 ‘2016 정기대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대의원 32명 중 참석 13명, 불참 19명으로 과반에 4명이 모자라 총회가 무산되었다.
 
3월 17일 해산 총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하여 통지하고 대한당구연맹 측과 당구 종목 단체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협의에 들어가 3월 14일 통합추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의결서를 작성하고 통합창립총회 개최를 22일 오후 4시에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전국당구연합회의 3월 17일 해산 총회는 당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총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출석 14명, 불참 18명으로 과반에서 3명이 모자라 또다시 성회가 되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전국당구연합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보고서가 총회가 무산되고 곧바로 올라가 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박종화 회장 측은 통합단체의 창립총회가 열리기 2시간 전인 22일 오후 2시에 마지막 해산 총회 개최를 상급단체에 보고했다.
 
<빌리어즈>는 지난 30년의 세월 당구계를 위해 헌신해 왔다고 자부한다. 부산아시안게임에 당구가 종목 채택에서 제외된다는 보도에 ‘종목채택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의하고 그것을 이루어낸 경험이 있다.
 
당구가 천길 벼랑 앞에 서 있기에 <빌리어즈>는 해산 총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로 했고, 박종화 회장은 관리단체 지정을 막기 위해 국민생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에게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일 일요일 오전에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이 모 대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이 이루어졌다. 2시간 여에 걸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거쳐 마침내 대의원총회에 참석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냄으로써 극적으로 3월 22일 해산 총회를 겸한 대의원총회를 성사시키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관리단체 승인 절차가 거의 이루어진 상태에서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고 체념한 일이 정말 천우신조로 기적적인 회생의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그리하여 3월 22일 오후 2시에 예정대로 전국당구연합회 대의원총회가 개최되었고 그 두 시간 후에는 양 단체의 통합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통합창립총회가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려 새로운 단체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새로 탄생한 대한체육회가 3월 25일 제1차 이사회를 열고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구성한 자리에서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야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였다는 보도를 보고 필자는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국당구연합회 대의원 총회가 만약 열리지 못했더라면 당구도 아마 저 두 단체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등골이 싸늘해져 왔다. 
 
이제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새로운 통합당구단체인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탄생하였다.
 
통합 과정에서 겪었던 진통을 모두 잊고 우리 모든 당구인들은 새로운 당구역사가 시작되는 기쁜 마음으로 당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당구가 발전한 것 그 이상으로 당구를 약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당구인들은 힘을 합하고 단합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당구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합단체에 관계하는 당구인들은 지난날의 비리 사건을 거울삼아 비리에 관계된 인사는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깨끗한 당구계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며, 새 집행부는 당구선수들이 생활을 걱정하지 않고 당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처우를 향상하는 일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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