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된 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에서 벌어진 심각한 모럴 해저드 사태(1)'에 이어서)
 

사태 진정 국면에서 벌어진 참담한 사건

박 회장은 폭행 이상의 가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고심 끝에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인 신 씨 측은 경찰이 연락하자 폭행이 이루어진 것이 없고 오히려 박 회장이 자신을 밀쳐서 허리가 아프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씨의 일방적인 진술보다 박 회장의 녹취가 더 신빙성이 있었다. 신 씨는 녹취록에서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며 박 회장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사유화된 단체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동호인이 주인이 되는 깨끗한 단체를 만들겠다던 지극히 정상적인 회장에 대해 협조는 하지 못할망정, 허위 학력 의혹으로 홈페이지를 도배하며 회장과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탄핵 국면을 조성하여 단체의 신뢰마저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협박과 폭행, 가족을 들먹인 겁박까지 하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참담한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연합회 사태가 진정될 국면에 접어들자 폭력을 휘둘러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에 대한 학력 및 경력 의혹은 지난 9월 2일 대전에서 열린 대의원 간담회 자리에서 사무처장 방 씨가 최초로 제기했다. 박 회장은 학력과 경력이 허위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시켜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방 씨의 최측근인 대의원 정 모씨에 의해 박 회장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박 회장은 변호사를 통해 제한된 열람만을 허용했다.

학위를 확인하지 못하고 추측밖에 할 수 없었던 방 씨 측근들이 박 회장의 학력에 문제가 있다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월간 빌리어즈>에서는 박 회장의 출신학교에 문의하여 학위 취득 사실을 확인했고 박 회장의 학력 및 경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지난 호에 <사무처장 파면, 그리고 그 후> 기사가 나가고 박 회장이 직접 대의원들에게 의혹과 관련된 증빙서류를 확인시켜주면서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의원의 회장 폭행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전국당구연합회는 이미 내분을 해결하고 결속을 다지고 있을 것이다.

이번 폭행 사건을 일으킨 신 씨는 파면당한 사무처장 방 씨와 줄곧 같은 주장을 펴왔다. 그 사실은 지난 달에 방 씨에 의해 개인잡지로 새로 등록되어 발행된 <월간 스포츠당구> 11월호를 보면 알 수 있다. 방 씨가 박 회장의 동의없이 폐간한 직후 재등록하여 발행된 <월간 스포츠당구>는 현재 국민생활체육회의 지시로 발행금지가처분신청서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된 상태다.

만약 신 씨가 연합회에서 파면당한 사무처장 방 씨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런 폭행 사건까지 벌어졌다면 더 문제는 심각하다. 이것은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매우 질 나쁜 모럴 해저드다.
 

당구 역사상 최악의 모럴 해저드

당구는 과거 유기 종목의 설움을 겪은 탓에 타 종목과 달리 내부의 단결이 비교적 잘 되는 종목이었다. 본격적인 당구의 스포츠화가 이뤄진 90년대 초반부터 사업과 상황에 따라 단체가 갈라지는 일도 있었지만, 한쪽이 주도권을 잡으면 양보할 줄 아는 미덕이 있었다.

왜냐하면, 순수하게 당구만 좋아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구가 잘되는 일이라면 반대할 이유나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대한스포츠당구협회(대한당구연맹의 전신)가 황득희 선수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국가 보조금을 억대로 받기 시작하고 전국당구연합회가 국민생활체육회에 정가맹되면서 각종 보조금이 늘어남에 따라 서서히 이권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간혹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도 했지만, 비리 혐의가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혐의를 인정하며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고 조용히 당구계를 떠났다.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그들을 애써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모두 개인적인 비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전국당구연합회 사태는 대의원, 임원, 직원 등의 몇몇 사람이 나서서 파면당한 방 씨를 옹호하는 반면, 박 회장을 탄핵하자는 주장에 동조 또는 협조하고 있다. 왜 그들은 파면당한 방 씨를 두둔하면서 박종화 회장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고 나선 것일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그들의 수상한 연결고리에 대한 증거가 외부로 흘러나왔다. 몇 가지 증거를 살펴보니 전국당구연합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현상은 이권에 따른 조직 사유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최근 외부 회계감사에서 전국당구연합회는 <월간 스포츠당구> 말고도 몇 가지 큰 사업의 회계처리가 누락되었다는 것을 지적받았다. 지난해 감사 결과를 무시하고 이사회는 관련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했고, 올해도 사무처 직원 통장을 사용하는 불법 대회를 운영하도록 방조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박 회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매월 첫째 주에 열리던 자체 사업인 후원사 대회를 중지시키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국고와 기금 보조금을 매년 수억 원씩 지원받는 공익 단체에서 이처럼 결산을 보고하지 않거나, 단체 임원이나 직원들이 자신들의 계좌로 업무 관련 비용을 받은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일인데, 이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적반하장 격으로 박종화 회장을 파렴치한 인물인 것처럼 여론몰이하여 회장직에서 내쫓으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행동이다.

이것은 당구 역사상 아니,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모럴 해저드로 기록되고 있다.
 

사유화된 조직, 정상화 해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채 각 이해집단이 기능을 상실하도록 만들어 예산 낭비를 방조하거나, 고의로 업무를 마비시키는 집단이기주의는 끝내 조직을 와해시키고 말 것이다. 사무처장의 파면 이후 벌어진 몇 개월 동안 ‘조직 사유화’라는 치부를 스스로 외부에 드러낸 꼴이 되었고, 결국 전국당구연합회 사태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박종화 회장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파면당한 사무처장 방 씨가 복권될 수도 없고 공중에 떠 있는 이권을 나눠 가질 수도 없다. 파면의 근거가 명확한 방 씨는 상급단체의 지시로 이미 경찰 고발이 이뤄졌다. 게다가 이후에 벌어진 연합회 인장의 부정 사용,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추가 혐의까지 경찰에 고발되었다.

방 씨의 주장을 이어받아 박종화 회장의 탄핵을 시도하던 대의원 정 씨, 김 씨 등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고, 탄핵에 앞장섰던 대의원 신 씨는 박 회장을 직접 폭행하기까지 하여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불과 석 달여 뒤면 전국당구연합회는 대한당구연맹과 통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통합 체육단체 구성의 법정 기한이 내년 3월 27일이다. 불과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 법정 기한까지 모든 통합과정을 못 마치면 당구 단체는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현시점은 회장을 탄핵할 것이 아니라 통합 준비에 착수해야 할 당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도 소모성 논쟁을 넘어선 단체 와해 수준의 행동들이 주요 직위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부분은 당구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결국, 박종화 회장은 불순한 의도가 가라앉지 않는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관련자들의 징계를 지시했다. 지난 12월 2일 개최된 상벌위원회에서는 대의원과 임원 등 관련자 14명을 징계했다.

박종화 회장을 폭행한 대의원 신 씨와 개인정보를 유출한 대의원 정 씨, 세를 규합하여 회장 탄핵을 시도한 부회장 정 씨와 윤 씨 등과 부실 회계감사로 직무유기한 감사 이 씨 등은 무기한 직무정지가 내려졌고, 나머지 동조자들에 대해서도 최소 3개월에서 1년의 자격정지가 내려졌다. 

지난달 말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로 다른 종목별 단체들은 이미 통합을 시작했다. 여기서 더 문제를 만드는 것은 당구 전체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행여나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당구 단체의 통합에 방해되는 행동을 지속한다면 당구 역사에 끝내 대역죄인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자신의 과오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을 협박하고 폭행까지 하는 파렴치한 범법행위가 버젓이 자행하는 것이나, 이를 보고도 모른척 하는 것 모두 도덕적 해이에 포함된다. 하루빨리 연합회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당구인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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