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멕시코 선수가 세계예술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4일(한국시간) 새벽에 끝난 '2023 세계예술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다비드 곤살레스(38·멕시코)가 케빈 트란(프랑스)을 199:16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곤살레스는 10년 넘게 멕시코에서 활동한 예술구 선수다. 멕시코는 지난 2002년에 로베르토 로하스가 예술구 세계챔피언에 오른 뒤 여러 젊은 선수들이 예술구 종목에 도전했는데, 곤살레스도 그중 한 명이다.
예술구 세계선수권이 무려 11년 만에 개최된 관계로 세계무대에서 그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멕시코에서는 예술구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면서 로하스의 후계자로 불렸다. 아직 세계 무대에서 실력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곤살레스는 이번 대회에서 다크호스로 손꼽혔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일본의 시라이 유스케를 96:20으로 꺾은 곤살레스는 다음 경기에서 만프레트 헤커렐(59·오스트리아)에게 138:157로 패하면서 본선 진출이 불투명했다. 다음 상대가 '프랑스 거장' 장 레베르숑(59)이었기 때문.
지난 90년대 거의 모든 세계예술구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레베르숑은 예술구 종목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입상 실적을 가진 선수다. 예술구 세계선수권에서는 90년과 92년, 96년에 세 차례 우승하며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곤살레스에게 일격을 맞았다.
곤살레스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43:129로 레베르숑을 꺾으면서 2승 1패로 조 2위에 올라 본선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요프 더용(네덜란드)에게 154:116으로 승리했고, 8강에서는 르네 데릭스를 174:13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오랜만에 열린 예술구 세계무대에서 4강 돌풍을 일으킨 곤살레스는 준결승에서 토마스 아렌스(독일)와 대결했다. 아렌스는 지난 2002년 예술구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멕시코 전설' 로베르토 로하스(69)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던 선수다.
로하스는 당시 예술구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유일한 비유럽권 예술구 세계챔피언으로 남았다. 그러나 곤살레스가 아렌스를 161:156, 단 5점 차이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21년 만에 멕시코는 두 번째 예술구 세계챔피언 탄생을 기대하게 됐다.
결승에서는 케빈 트란(프랑스)과 만났다. 트란은 준결승에서 바리쉬 친(튀르키예)을 200:180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준결승에서 달성한 트란의 200점은 이번 대회 최고 득점 기록이다. 상대방이었던 친은 8강에서 하치 아라프 야만(튀르키예)을 꺾으면서 종전 최고 점수인 198점을 기록했으나, 트란이 이 기록을 준결승에서 갈아치우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곤살레스와 트란이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곤살레스는 93:110으로 지고 있다가 6점, 8점 등 문제를 성공시켜 122:123까지 쫓아갔다. 이어서 곤살레스는 고난도 끌어치기인 10점짜리 84번 문제를 성공시켜 132:123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66번 문제 10점짜리 끌어치기를 첫 시도에 성공하며 162:143으로 리드하기 시작했다.
곤살레스는 다시 찍어치기 10점 문제를 한 번에 성공시켜 180:158로 달아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95번 7점 끌어치기 문제를 득점하며 총 35문제를 성공, 31문제를 푸는 데 그친 트란을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이번 예술구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지난 6일 시작돼 20일 동안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연속 개최된 캐롬 종목 세계선수권대회는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세계캐롬연맹(UMB)의 주최로 열려 한국의 아프리카TV가 독점 생중계했다.
가장 먼저 열린 3쿠션 남자 세계선수권에서는 베트남의 바오프엉빈이 우승을 차지했고, 3쿠션 여자 세계선수권은 한국의 이신영(충남당구연맹), 3쿠션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오명규(강원당구연맹)가 우승했다.
또한, 마지막 예술구 세계선수권마저 멕시코의 곤살레스가 우승하면서 사상 최초로 캐롬 종목 세계선수권에서 유럽 선수가 아무도 우승하지 못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는 가장 오래된 3쿠션 세계선수권을 기준으로 무려 95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