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쿠션의 새 역사가 쓰였다. '베트남 신성' 바오프엉빈(28)이 세계선수권을 우승하며 사상 최초 베트남인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10일 밤 10시에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제75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바오프엉빈은 '베트남 간판선수' 쩐뀌엣찌엔(39)을 33이닝 만에 50:3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바오프엉빈은 세계무대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선수인 쩐뀌엣찌엔을 상대로 거의 대부분의 타석에서 리드하며 완승을 거뒀다.
초반 8이닝까지 14점을 득점해 14:6으로 앞서던 바오프엉빈은 13이닝 20:15에서 쩐뀌엣찌엔의 6점타가 터지면서 20:21로 한 차례 리드를 빼앗겼다.
다음 타석에서 쩐뀌엣찌엔이 1점 더 달아나 20:22로 주춤했지만, 이 유일한 위기의 순간을 침착하게 넘기면서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14이닝에서 1점을 올려 21:22가 된 상황에서 바오프엉빈은 15이닝에 하이런 8점을 득점해 29:22로 역전한 뒤 16이닝 3점과 17이닝 2점을 모아 34:22로 순식간에 흐름을 돌려놓았다.
쩐뀌엣찌엔이 1-3-1-3 연속타로 35:30까지 점수차를 좁혔지만, 바오프엉빈이 1점, 4점 등을 연달아 득점하며 24이닝에는 44:31로 다시 달아났다.
13점차로 크게 벌어진 가운데 막판 승부에서 쩐뀌엣찌엔이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바오프엉빈이 30이닝부터 1-1-1-3 연속타로 마무리하고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바오프엉빈은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사상 첫 베트남 챔피언이자 지난 2014년 한국의 최성원이 우승한 이후 9년 만에 세계챔피언에 오른 아시아 선수가 됐다.
또한, 현역 중 2007년 우메다 류지(일본)와 2014년 최성원(한국)에 이어 세 번째 비유럽-아시아계 우승자로 기록됐다.
1995년생인 바오프엉빈은 베트남 국내에서 아마추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지난해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두 번째 출전한 '2022 서울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바오프엉빈은 예선 2라운드(PPQ)부터 최종예선(Q)까지 6연승을 거두며 조별리그까지 올라왔다.
최종예선에서 피터 클루망(벨기에)과 리아드 나디(이집트)와 같은 세계 무대에서 잔뼈 굵은 선수들을 제압했고, 조별리그에서는 타이푼 타슈데미르(튀르키예)와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등 세계 최고의 실력자들을 연파하며 G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라스베이거스 당구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꺾고 A조 1위를 차지했고, 지난 7월에 열린 포르투 당구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를 제압하며 B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세계 무대에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바오프엉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세계챔피언과 세계랭킹 1, 2위, 3쿠션 사대천왕 등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두며 거센 돌풍을 예고했다.
결국, 바오프엉빈은 2개월 후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을 우승, 2023년 세계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두 선수가 모두 결승까지 올라 우승과 준우승을 독식했다.
물론, 여정은 쉽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를 꺾고 K조 1위를 차지했고, 본선 32강전에서는 한국의 안지훈(대전)을 누르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까지 무난했던 바오프엉빈은 8강에서 만난 페드로 피에드라부에나(미국)에게 48:49로 뒤져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 고비를 넘어선 바오프엉빈은 준결승에서 조명우(서울시청-실크로드시앤티)에게 막판에 48:48로 따라잡혀 또 한 번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50:48로 재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오게 됐다.
쩐뀌엣찌엔은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타슈데미르(튀르키예)에게 50:47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에서는 경험이 많은 쩐뀌엣찌엔이 더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바오프엉빈은 이를 깨고 완승을 거두며 새로운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120점을 획득한 바오프엉빈은 종전 세계랭킹 21위에서 11위로 올라왔다.
준우승 쩐뀌엣찌엔은 10위에서 5위, 공동 3위 조명우는 6위에서 2위로 크게 올랐다. 종전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는 16강에서 탈락해 4년 9개월 만에 4위로 내려왔다.
한편, 한국은 최다 인원인 7명이 출전해 6명이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조명우가 4강, 김행직(전남)과 차명종(인천체육회)이 16강에 진출했다.
(사진=아프리카TV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