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솜이 프로 당구선수 경력 중 첫 4강 진출을 달성했다.
'일본의 3쿠션 전설' 히다 오리에(SK렌터카)와 '월드 챔피언' 김세연(휴온스)을 모두 꺾고 첫 8강 진출을 이룬 박다솜은 8강전에서 최연주까지 물리치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32강전과 16강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1로 승리한 박다솜은 8강전에서도 처음으로 5세트 풀세트를 경험하며 3-2로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했다.
이번 시즌 선수 등록조차 망설였던 박다솜은 이번 대회 성적으로 꿈에 그리던 월드 챔피언십 입성을 눈앞에 뒀다.
첫 4강 진출 소감은?
계속 눈물 날 것 같다. 안 울고 싶었는데, 시합 중간에 화면 보고 엄마 아빠가 말 안 하고 왔다는 걸 알았다. 시합 끝나고 연락드린다고 했는데, 왠지 오실 것 같았다. 저번에 스롱 피아비와 16강 때도 아빠가 혼자 몰래 오셨다. 그때 식사도 못 하고 보낸 게 너무 마음 아팠는데, 오늘 오신 거 보고 신경 안 쓰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경기 후에 아빠가 손을 내미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이번에도 졌으면 진짜 많이 속상했을 것 같다.
오늘 부모님 말고도 이상대 선수가 바로 뒤에서 응원을 해주던데.
나에게 많이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다. 한 5~6개월 전부터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첫 8강 진출에 이어 첫 4강 진출까지 질주 중인데, 솔직한 심정이 어떤가?
일단 너무 기쁜데, 또 너무 부담된다. 진짜 이번 대회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안 힘든 경기가 없었다. 특히 지금까지 5세트 경기를 해보질 않아서 8강전은 중간에 막 어지럽기까지 하더라.
3-0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던 경기를 3-2까지 끌고 왔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경험 부족인 것 같다. 3세트에 상대 선수가 행운의 샷으로 세트를 차지한 후에 흐름이 좀 많이 바뀌었다. 그 흐름이 5세트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
오늘 경기 중 가장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나?
3세트에서 쉬운 공이 딱 왔는데, 뒤돌려치기를 짧게 빠뜨렸다. 근데 그 공이 시합 직전에 (이)상대 오빠가 알려준 공이었다. 그 공을 못 살려서 쳤다는 게 속상했다. 만약 8강에서 진다면,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공을 성공했더라면 3-0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경기였으니까.
8강전에서 뱅크샷을 무려 10개나 성공했고, 마지막 5세트도 7점에서 뱅크샷으로 2득점을 올리고 승리했다.
뱅크샷 연습을 많이 했다. 원뱅크를 좀 좋아하는데, 초반에는 뱅크샷이 잘 들어갔는데, 중반부터 전체적으로 잘 안돼서 마지막 공은 더 겁이 났다. 한 번 안 되니까 잘 안되더라. 마지막 공은 솔직히 기존에 연습했던 각이어서 이거 빠뜨리면 진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쳤다.
히다 오리에와 김세연 등 LPBA 강호들을 모두 물리치고 4강까지 올랐다. 이들과의 경기는 어땠나?
두 경기 모두 1세트를 잘 치고, 2세트에 빵(0점)을 먹고 지고, 3세트를 지금처럼 힘들게 이겼다. 패턴이 계속 비슷했다. 8강전도 3, 4세트를 내줘도 5세트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잘 버텨왔으니까.
당구선수로서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너무 느리다고 하는데, 나는 내 템포가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좀 빠르게 치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내 템포를 가지고 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더 빠르지도, 더 느리지도 않게. 그냥 쓸 거 다 쓰고, 내 공에만 더 집중했다. 상대 선수가 공을 맞히고, 안 맞히고 이런 걸 떠나서 내가 칠 수 있는 공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나에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세워치기나 결공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잘 치는 것 같다.
반면, 4강전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임팩트나 힘을 실어야 하는 공에서 미스가 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은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당구는 언제부터 쳤나?
처음 친 건 7년 전쯤. 동호인으로 공을 치다가 LPBA 트라이아웃을 처음 했을 때 합격을 했는데, 당시 사부님이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안 하고, 그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LPBA 투어를 시작했다.
처음 부딪힌 LPBA 투어는 어땠나?
너무 숨고 싶었다. 원하는 대로 잘 안돼서. 일과 선수를 병행해야 하다 보니 연습을 맘껏 할 수가 없어서 연습량이 부족했다. 지금도 진짜 마음 편하게 당구만 치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LPBA 투어에서 가장 만나보고 싶은 선수는?
진짜 안 만나본 선수들이 너무 많다. 항상 중위권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그 수준의 선수들만 만나게 되는데, 김가영 선수하고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지금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은?
지금은 (이)상대 오빠가 제일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올 시즌도 등록을 많이 망설였는데, 오빠가 진짜 한 해만 더 열심히 해보자고 해서 등록하고 여기까지 왔다. 오빠의 경기도 보고, 대회 분위기를 많이 보면서 욕심이 더 났다.
왜 이번 시즌 등록을 망설였나?
사람들한테 나는 연봉이 150만원이라고 장난처럼 말하곤 하는데, 당구선수로서 이런 부분이 좀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구 치다가 굻어 죽게 생겼다고, 당구선수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할 것 같다. 비단 나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 목표는?
올해 목표는 '시드 받고 월챔(월드챔피언십) 가자'였다. 이번에 이렇게 일단 성적이 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나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다.
준결승전 임하는 각오는?
항상 시합 전에 하는 다짐이지만, 즐기고 가겠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