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투어가 매번 돌풍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번 시즌 여자(LPBA) 투어는 특히 더하다. 투어마다 8강까지 이변의 연속이었고, 여덟 자리가 결코 낯익은 얼굴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지난 3차 투어까지는 2000년대생 실력자들 여러 명이 메인 토너먼트를 뚫더니 매 대회 8강 한두 자리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개막전에서는 '슈퍼루키' 장가연(휴온스)과 황민지 등 어린 선수들이 8강에 진출했고, 2차 투어는 이미 얼굴이 많이 알려진 용현지(하이원리조트)를 비롯해 장혜리와 전지우 등 새 얼굴을 8강에서 만났다.
그리고 3차 투어는 '바자르 여왕' 한지은(에스와이)과 여자 3쿠션 초창기부터 잔뼈가 굵은 정은영이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하며 8강에 올랐다.
이번 4차 투어에서는 프로 무대에서 그동안 실력을 쌓아 온 비교적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을 낙마시키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현 LPBA 챔피언'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이 바람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선수다.
스롱은 개막전 32강전에서 장혜리에게 세트스코어 1-2로 일격을 맞아 탈락,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다음 2차 투어를 우승했지만, 3차 투어 32강에서 또 신예 권발해에게 1-2로 져 짐을 쌌다.
그리고 명예회복을 노렸던 이번 4차 투어 역시 32강에서 최연주에게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스롱을 꺾은 최연주는 끝내 8강행에 성공했다. LPBA 강자 오수정과 16강에서 대결한 최연주는 1세트를 10이닝 만에 3:11로 내주고 2세트도 5:8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9이닝에서 4점타로 살아나 11:8(13이닝)로 역전승을 거뒀고, 3세트에서도 5점타 한 방으로 8이닝 만에 9:4로 승리하며 마침내 8강에 진출했다.
1991년생인 최연주는 프로 원년 멤버로, 월드챔피언십에서 두 차례 8강에 올라간 선수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에서도 김민아(NH농협카드)와 전애린(휴온스) 등 실력자들을 꺾어 16강에 올라가기도 했다.
투어에서도 2021-22시즌 2차 투어 8강에 진출해 그 대회 준우승자인 용현지(하이원리조트)에게 패했다.
이번 시즌에는 앞선 세 차례 투어 모두 64강에서 탈락했다. 3차 투어에서는 권발해에게 27이닝 만에 21:22로 아깝게 진 바 있다.
4차 투어 32강에서 스롱을 꺾기 전 두 경기를 치른 최연주는 모두 애버리지 0.8, 0.9대로 비교적 선전했고, 스롱과의 승부에서는 1.533의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을 노리는 최연주는 공교롭게도 또 다른 '돌풍의 주역' 박다솜을 4강 관문에서 만났다.
최연주와 나이가 비슷한 박다솜은 1990년생으로 프로 원년부터 투어에 참가했고, 최고 성적은 지난 시즌 8차 투어 16강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모두 64강에서 탈락했지만, 3차 투어까지 예선 1라운드(PPQ)부터 시작해 전적은 13전 10승 3패다.
4차 투어에서는 예선 2라운드(PQ)부터 16강전까지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번에 박다솜이 꺾은 선수들 면면도 화려하다.
64강에서 장혜리를 꺾으며 32강에 진출한 박다솜은 일본의 '여자 3쿠션 레전드' 히다 오리에(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2-1로 제압했고, 16강에서는 김세연(휴온스)에게 2-1로 승리했다.
히다는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지난 PBA 팀리그 2라운드에서 막강한 실력을 보여줬고, 이번 대회에서도 계속 폼을 유지하며 첫 경기에서 애버리지 1.250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다솜은 히다와 김세연과의 대결 모두 2세트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며 기복을 보였지만, 3세트 승부처에서 경험 많고 막강한 실력자인 두 선수를 모두 제압하고 사상 처음 8강에 입성했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사상 첫 4강을 밟게 된다. 8강전과 방송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최연주가 적응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다솜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4차 투어 돌풍의 주역인 두 선수의 대결은 3일 낮 2시에 시작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선수는 준결승에 올라가 사상 첫 결승 진출에 도전하게 된다.
돌풍으로 투어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는 LPBA 투어에서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 것인지 기대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