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선수가 핸디캡 없이 남자 선수를 이기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월드클래스' 서서아(21·전남). 그의 역대급 도전과 활약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서서아는 지난 9일(한국시각) 독일 풀다에서 열린 '2023 유럽피언 오픈 풀 챔피언십'에 홀로 출전했다.
그런데 이 대회는 여자선수 대회가 아니다. 심지어 남자 대회 중에서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 경쟁하는 메이저 대회다.
256명의 선수 중 여자 선수는 서서아를 포함해 단 3명. 그러나 다른 두 명의 선수는 남자 선수들과의 경쟁이 버겁다. 핸디캡이 없기 때문.
주최측인 영국 매치룸스포츠의 초청이 있어야 출전할 수 있는데, 서서아는 이번 유럽피언 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혼자 독일로 날아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서서아는 유일하게 패자 결승까지 올라갔다. 64강에도 올라갈 수 있었는데, 세트스코어 8-8 브레이크샷에서 큐볼이 포켓에 들어가는 불운 때문에 아쉽게 8-9로 패했다.
만약 서서아가 64강에 올라갔다면, 남자 메이저대회에서 여자 선수가 본선까지 올라가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뻔했다.
전 세계 당구 팬들은 서서아의 이번 출정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서아가 웬만한 남자 선수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크 비달 클라라문트(미국)와 첫 경기에서 6-9로 졌을 때만 해도 서서아가 남자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패자조로 내려간 서서아는 라이너 쉐프케(독일)를 8-6으로 제압하고 2라운드에 진출했는데, 다음 경기에서 포켓볼과 스누커 두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던 토니 드라고(몰타)와 승부를 벌였다.
드라고는 1985년부터 2016년까지 월드스누커(WST) 투어 정식 프로로 활약한 선수다. 또한, 포켓볼 세계 정상에도 오른 전설적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드라고는 WST 투어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차지했고, 준결승에는 7번이나 올라가며 최고 랭킹이 10위(1998-99시즌)까지 올랐다.
포켓볼에서도 월드풀마스터스(2003년)와 프레데터10볼챔피언십(2008년) 등 개인전 우승 2차례, 모스코니컵에서 유럽 대표로 2007년과 2008년에 연속 우승하며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서서아는 드라고와 맞붙어 세트스코어 8-7로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 중의 이변을 연출했다.
서서아의 경기를 지켜본 모두가 놀랐다.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핸디캡도 없이, 그것도 이제 막 성장세에 있는 선수가 30년 넘게 프로로 세계 무대를 누볐던 남자 선수에게 이기는 유례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서아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경기에서 만난 자스팔 싱 바모트라(인도)에게 세트스코어 8-0의 승리를 거둔 다음 에밀 안드레 강플러트(노르웨이)와 64강 진출이 걸린 최종 승부를 벌였다.
강플러트는 이 대회 승자 3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이즈(스페인)에게 6-9로 져 패자 결승으로 밀렸다. 비록 졌지만, 산체스를 상대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20살의 유망주였다.
이 대결에서 서서아는 0-6으로 크게 지고 있다가 7-6으로 역전하는 기염을 토했고, 7-8로 역전당했다가 다시 8-8 동점을 만들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큐볼 스크래치 파울을 범하면서 아쉽게 패했다.
64강 문턱에서 마지막에 운이 따르지 않아 큐를 접었지만, 서서아는 남녀 차이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별의 벽을 넘어서는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서서아는 "정말 아깝다. 대회 시작 전에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여자 시합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배우기 위해 나왔는데, 훨씬 즐거웠고 성적이 좋았다"며 "이번 시합을 계기로 더 발전한 듯하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 이어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는 쉐인 반보닝(미국)-다비드 알카이데(스페인), 조슈아 필러(독일)-앤서니 라가(필리핀)의 대결로 4강이 압축됐다.
(사진=매치룸스포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