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백민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프로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백민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걸크러시' 백민주(크라운해태)가 4년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는 프로당구 첫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당구 전용구장 '1호 우승자'다.

'친구이자 LPBA 첫 월드챔피언' 김세연(휴온스)과 대결을 벌인 백민주는 1-3으로 패배 직전까지 내몰렸으나 5세트 7:7의 동점 상황에서 뱅크샷을 성공시키고 승부를 끝냈다.

 

첫 우승이다. 기분이 어떤가?

아직도 얼떨떨하다. 진짜 드디어 노력한 결과가 나왔구나 실감이 난다. 나 스스로도 이번 경기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마지막 뱅크샷은 들어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아니다. 쉬운 공일 수도 있지만 오차범위가 커서 솔직히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내가 계산한 대로, 내 의도대로 공이 들어갔다. 하지만 반신반의했다.

 

프로 출범 4년 만에, 또 프로 첫 우승이다. 간절했나?

너무 간절했다. 일단은 크라운해태 라온의 구단주 윤영달 회장님께 은혜를 갚고 싶었다. 꼭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으로. 사실 팀리그 뽑힐 때 당구를 정말 못 쳤다. 정말 운 좋게 크라운해태에 뽑혔는데, 4년 동안 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후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지난 4년간 당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인 김민아, 강지은, 김세연은 진작에 우승을 했지만, 본인만 성적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한 압박감은?

그런 건 없었다. 세 명 다 너무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라서 너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백민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백민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하필 결승전 상대가 친구 김세연이었다.

지난번에 첫 결승전 상대가 일본의 히가시우치 나츠미였는데, 그때 첫 결승이라서 너무 떨었다. 너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떨리고 긴장됐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아무리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커봤자 되는 게 아니구나 깨달아서 편한 마음으로 임했다. 그냥 편하게 하던 대로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첫 세트를 이기고 세 세트를 연달아 뺏겼다.

반드시 역전하자는 마음보다 한 공 한 공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1세트를 11:0으로 이기고 다음 세트를 1:11로 졌다.

1세트는 김세연 선수가 많이 긴장한 것 같았다. 반면에 2세트는 내가 몇 큐를 놓치니까 김세연 선수가 너무 잘 치더라. 그래서 이거 재밌어지겠다 생각했다.

 

당구선수로서 본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긍정적인 거. 위기에 놓여도 긍정적이다. 오늘도 그 긍정의 힘으로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승부에 있어서 너무 낙관적인 성격은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낙관적인 성격은 어쩔 수 없으니까 연습량으로 승부했다. 잠자는 시간 빼고 당구만 쳤다. 사람들이 무식하다고 할 정도로. 코로나 때는 하루에 7~8시간 잔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시간은 당구만 쳐서 매일 한의원에 가야 했다. 한의원-당구장 이렇게 살았다.

 

당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생 때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김진삼 선수를 만났다. 사장님과 알바생으로. 그때는 당구를 전혀 못 쳤는데, '한 번 쳐볼까' 하고 큐를 잡았던 게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당시에 당구큐 잡자마자 선수등록부터 했다.

 

다른 선수들과 겨룰 만한 수준이었나?

고등부 첫 시합을 했는데 1회전 탈락을 했다. 그 뒤로도 한 1년은 항상 1회전 탈락이었다. 1승도 못 했다.

 

그렇게 계속 지면 하기 싫어졌을 것 같은데.

배움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잘 못하는 거 알고 선수 등록을 한 거니까. 일단 경험을 많이 쌓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준우승 김세연과 우승 백민주. 절친인 두 사람이 나란히 시상식에 섰다. 뒤에 환호하는  나머지 '거친파도' 멤버 김민아와 강지은, 그리고 동료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준우승 김세연과 우승 백민주. 절친인 두 사람이 나란히 시상식에 섰다. 뒤에 환호하는  나머지 '거친파도' 멤버 김민아와 강지은, 그리고 동료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백민주의 당구 스승인 김진삼 선수와 지인들,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백민주의 당구 스승인 김진삼 선수와 지인들,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거친파도' 김민아, 강지은을 비롯해 응원해준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백민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거친파도' 김민아, 강지은을 비롯해 응원해준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백민주.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이번 결승전은 밤 11시 늦은 시간에 시작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체력전이 될 거라고 말했는데, 대비한 루틴이 있나?

팀 주장인 김재근 선수가 알려준 루틴인데, 시합 전에 최소한 6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연습도 하고, 식사도 하고 6시간 전부터 무조건 뇌가 깨어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를 하셔서 경험 많은 선배의 조언이라 그 루틴을 따르고 있다. 낮잠을 자도 경기 6시간 전에는 밖에 나와서 밥도 먹고, 연습도 하고 준비를 한다.

 

방송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당구를 치는 걸 잘 모를 거라고, 관심 좀 가져달라고 하던데.

부모님이 잔소리나 간섭을 잘 안 하시고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하시는 스타일이라 제가 뭐를 하는지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아서 내가 어디서 뭐하고 다니는지 잘 모르신다. 그나마 프로당구 투어가 생기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다. 오늘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해 주셨다.

 

전용구장 첫 투어 우승자다. 큰 의미가 있는데 느낌이 어떤가?

너무 영광이다. 매번 체육관이나 다른 장소에서 시합을 할 때는 그때마다 시합장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전용구장이 생기니까 안정적인 느낌이고 마음이 좀 편하다. 낯선 공간 같지 않아서 좋았다.

 

첫 우승인데, 앞으로 우승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나?

물론이다. 계속 할 것 같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별명이 '백장군' '북민주'인데, 팀리그 때 당구는 안 치고 북만 친다고 그렇게 부르시더라. 이제는 북 치는 백민주가 아니고 당구 치는 백민주, 카리스마 백민주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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