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직 못 봤어요. 애들이 승리의 원동력이죠"
3차 투어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와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를 연달아 풀세트 승부에서 꺾고 8강에 올라간 이영훈(에스와이).
그는 10살과 8살, 두 아들을 둔 아빠다. 23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됐다. 10년 전 경기도 구리시에서 이영훈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였다.
어린 두 아들의 아빠로, 그리고 당구선수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바쁘게 하루를 보내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2015년에 처음 3쿠션 당구월드컵 본선에 시드로 나가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았던 이영훈은 당시 32강에서 최성원(휴온스)과 대결해 18이닝 만에 35:40으로 아깝게 졌다.
그러나 20대 초반의 선수가 세계무대 본선에서 최성원을 위협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던 경기였다.
이듬해 구리 당구월드컵에서는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그리스)와 루벤 레가즈피(스페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꺾고 8강까지 진출했다.
이후 꾸준하게 훈련에 매진하던 이영훈은 2019년에 프로당구(PBA) 투어에 데뷔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프로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프로 원년 시즌에 두 차례 8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 다시 두 차례 4강에 이름을 올리면서 여전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겉모습과 달리 강한 '승부사' 이영훈
4시간 자고 일어나서 다시 훈련장 → 경기장으로
이번 3차 투어에서 이영훈은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매 경기 풀세트의 힘든 승부를 거듭 승리하고 올라온 그는 앳돼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승부사 기질이 강한 선수다.
또한, 캐롬뿐만 아니라 포켓볼 종목도 선수급 실력을 갖출 정도로 기본기도 튼튼하다.
외모와 달리 이영훈은 실력도, 기질도 아주 강한 면모를 타고났다. 항상 예의 바르고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같이 당구를 쳐보면 '선수는 선수구나' 하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그 기세에 산체스도 사파타도 눌렸다. 풀세트까지 가는 이 험난한 승부를 이영훈은 "재미있어요"라는 단 한 단어로 표현한다.
어제 8강 경기가 늦게 끝나고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든 시간이 4시였다고.
오전 8시경에 일어난 이영훈은 "알람 맞춰서 일어났어요. 이제 씻고, 큐 들고 연습하러 가요"라고 말했다.
8강 스케줄이 오후 3시 30분 경기여서 피곤할 법도 한데 "전에 대회 때는 하루에 몇 경기를 해야 돼서 더 힘들었는데, 오히려 PBA는 한 경기만 하면 돼서 편해요"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몸 상태는 원래 아침부터 움직이던 사이클을 유지해서 지금 아주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줄곧 부담이 큰 외국 선수와 대결했고, 대부분 풀세트 경기를 펼쳤던 이영훈은 "허벅지에 멍이 잔뜩 들었어요"라며 또 한 번 웃었다.
항상 시합 때 집중하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는 버릇이 있는데, 시합 일수가 늘어날수록 허벅지가 점점 빨개진다는 것. 덕분에 어려운 승부가 많았던 이번 대회는 가장 멍이 많이 들었다고.
'에스와이 그룹', '빌런 큐', '일산 스텔라당구클럽' 조력
팔라존과 친한 사이... "스페인 잡고 오겠습니다"
힘든 승부를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아이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치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그에게 선수가 아닌 아빠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에스와이 구단에서 항상 체크해 주시고, 지원해 준 덕분입니다"라고 소속팀에 고마움을 전했고, "현재 빌런 큐를 쓰고 있는데, 회사에서 양주 옥정신도시에 있는 빌런 구장을 운영하며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PBA 스타디움 주변에 있는 구장을 아는 선수가 소개해 줬는데, 거기에 당구대천을 5일 전에 교체한 당구대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편안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습니다"라고 전했다.
같은 팀 선수인 산체스가 "사파타는 내 나라의 후배이지만, 우리 팀인 너를 열심히 응원할게"라고 말해 준 것도 고마워했다.
8강에서 만나는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과는 친한 사이다. 정식 시합에서 승부를 본 적은 없지만, 구장에서는 여러 번 대결한 적이 있다.
"결과는 대부분 마지막 세트까지 치열하게 승부했다"며, 이번 8강전 대결에 자신감을 보였다.
"스페인 다 잡고 오겠습니다" 힘차게 인사를 마친 이영훈은 다시 큐를 들고 경기장을 향해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