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배우 하정우.   사진=네이버 뉴스 캡처, 쇼박스
당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배우 하정우.   사진=네이버 뉴스 캡처, 쇼박스

배우 하정우(45)가 지난 24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골프와 당구를 비교하며 언급한 부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정우는 영화 '비공식작전' 개봉을 앞두고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하정우는 자신의 감독 복귀작인 '로비'의 기획 계기를 털어놓던 중 그동안 골프를 안 쳤던 이유를 '당구'에 비교해 설명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영화 '로비'는 골프나 비즈니스를 전혀 모르는 한 연구원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골프 로비를 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코로나 시기에 뒤늦게 골프를 치기 시작한 하정우는 이 작품의 영감을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얻은 것으로 전했다.

"내 눈엔 골프가 '당구'랑 비슷한 느낌의 게임처럼 느껴져 하지 않아 왔다" 

"코로나 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다. 하기 전에는 골프가 당구 같은 건 줄 알았다"

"내가 처음에 골프를 안 쳤던 건 당구처럼 운동보다는 게임처럼 느껴졌다"

그를 인터뷰한 다수 언론은 25일 오전에 이처럼 비슷한 내용의 멘트를 기사로 내보냈다.

당구는 게임이 아닌 스포츠다. 당구 관계자들은 하정우의 인터뷰가 일반인들에게 당구에 대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정우의 말처럼 골프와 당구는 멘탈 스포츠로 비슷하지만 완전히 성향이 다른 종목이다.

당구는 실내 스포츠지만, 골프는 실외 스포츠라는 점이 다르고, 당구가 당구대 위에서 하는 경기인 반면, 골프는 드넓고 넓은 잔디밭을 이동하는 운동이다.

물론 같은 점도 있다. 두 스포츠 모두 걷기가 기반인 스포츠이고, 무엇보다 멘탈이 중요한 스포츠란 점이다.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캐롬 3쿠션 프로당구 투어는 시즌 8~9개의 대회가 치러지며, 매 대회 1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다. 사진은 최근 막을 올린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경기 장면.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캐롬 3쿠션 프로당구 투어는 시즌 8~9개의 대회가 치러지며, 매 대회 1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다. 사진은 최근 막을 올린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경기 장면.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심지어 당구는 국내에서는 한때 유기종목으로 치부돼 왔던 것을 90년대에 무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스포츠로 법적 지위를 명문화한 종목이다.

당구클럽은 금연화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술 마시고 당구 치던 오랜 문화도 사라져서 이젠 술 마시면 쫓겨나기 일쑤다.

무엇보다도 당구는 프로 종목이다. 영국은 연간 300억원의 상금을 걸린 스누커프로(WST) 투어를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도 억대의 상금을 걸고서 PBA 투어가 성황리에 5년째 개최 중이다.

시즌마다 8~9회 열리는 PBA 투어는 총상금 2억5000만원과 우승상금 1억원이 걸려 있다.

PBA 팀리그는 하나카드, NH농협카드, 웰컴저축은행, SK렌터카, 크라운해태, 블루원리조트, 하이원리조트, 휴온스, 에스와이 등 대기업 및 코스닥 상장사들이 대거 참여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추어 당구는 과거부터 100년 가까이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종목이었고, 2002년과 2006년, 2010년에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10개나 걸린 정식종목이었다.

국제종합경기대회인 월드게임과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 당구는 매번 정식종목으로 치러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국체전의 정식종목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시청이나 인천체육회를 비롯한 각 시도에는 10여년 전부터 당구 실업팀을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많은 당구선수들은 체육회에서 급여와 성과금을 받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이다.

프로당구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성원(휴온스)과 김가영(하나카드)은 체육연금을 받기도 한다.

또한, 한체대와 명지대, 숭실대 등 여러 대학에서 당구특기생을 매년 선발하고 있고, 당구선수를 목표로 하는 어린 학생선수들이 전국 중고등학교 당구부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관중들로 항상 경기장이 가득 차는 영국의 프로스누커 WST 투어.   빌리어즈 자료사진 
관중들로 항상 경기장이 가득 차는 영국의 프로스누커 WST 투어.   빌리어즈 자료사진 
얼마 전 중국에서는 우승상금 10억원이 걸린 '헤이볼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됐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얼마 전 중국에서는 우승상금 10억원이 걸린 '헤이볼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됐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은 프로당구 PBA와 WST의 시즌 동안 TV와 인터넷을 통해 당구 경기를 즐긴다.

최근 전용 경기장까지 건립한 PBA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땀 흘려 뛰지는 않지만, 걷고, 엎드리고, 생각하는 스포츠인 당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과 실버 스포츠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당구의 운동 효과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당구대 둘레를 모두 합하면 약 10여 미터로, 1시간 가량 당구를 쳤을 때 약 2km를 걷게 된다. 크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코어 근육 등 다양한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특히,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수인 운동이라 치매 예방에도 탁월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땀 흘리는 운동을 선호할 수는 있지만, 당구처럼 땀을 흘리지 않아도 운동이 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땀이 나야 스포츠라는 인식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주변에는 당구처럼 땀을 흘리지 않아도 스포츠로 인정을 받는 멘탈 스포츠, 브레인 스포츠 등의 종목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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