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당구(LPBA) 무대에서 2000년대생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왼쪽부터 용현지(하이원리조트), 권발해, 한지은(에스와이).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여자 프로당구(LPBA) 무대에서 2000년대생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왼쪽부터 용현지(하이원리조트), 권발해, 한지은(에스와이).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여자 프로당구(LPBA) 무대에서 2000년대생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2001년생 동갑내기' 한지은(22·에스와이)과 용현지(22·하이원리조트), 그리고 '2004년생 막내' 권발해(19)가 LPBA 투어에서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이번 시즌에 LPBA 최강자로 불리는 김가영(하나카드)과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를 모두 한 번씩 이겼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에 열린 LPBA 시즌 3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64강과 32강전에서 이들은 여자 프로당구의 '톱2'로 불리는 김가영과 스롱을 탈락시켰다.

한지은은 64강에서 만난 '당구 여제' 김가영을 19이닝 만에 25:7로 꺾고 32강에 진출했고, 권발해는 스롱을 무너트렸다.

22일 32강에서 만난 스롱에게 권발해는 세트마다 초접전 승부를 벌이다가 3세트에서 9:8, 세트스코어 2-1로 신승을 거두고 이변 중의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 2차 투어를 준우승한 용현지는 당시 결승에서 스롱에게 3-4로 졌지만, 8강에서 김가영을 3-1로 꺾으며 준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0년대생 돌풍의 주역들은 톱2뿐만 아니라 90년대생 선배들도 여럿 제압했다.

한지은은 2차 투어 64강에서 '최연소 LPBA 우승자'인 김예은(웰컴저축은행)과 애버리지 1점대 승부를 벌여 23:20(20이닝)으로 승리했고, 용현지는 백민주(크라운해태)와 전애린(휴온스) 등을 꺾으며 활약을 이어갔다.
 

2000년대생 반란의 선두주자인 용현지(하이원리조트)는 지난 2020년 12월 30일에 데뷔해 준우승 2회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2000년대생 반란의 선두주자인 용현지(하이원리조트)는 지난 2020년 12월 30일에 데뷔해 준우승 2회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18살 때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설 정도로 유망했던 한지은(에스와이)은 이들 중 가장 늦게 프로에 데뷔해 처음 8강 진출을 노리게 됐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18살 때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설 정도로 유망했던 한지은(에스와이)은 이들 중 가장 늦게 프로에 데뷔해 처음 8강 진출을 노리게 됐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프로 데뷔는 용현지 → 권발해 → 한지은 순

한지은과 용현지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학생선수 출신이고, 권발해는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거치지 않고 프로에 바로 입문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 입문 과정이 다르고, 집중력이 좋아서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데뷔한 선수는 용현지다. 지난 2020년 12월 30일에 프로 첫 경기를 치른 용현지는 이듬해 5번째 출전한 투어에서 덜컥 결승까지 올라가며 반짝했다.

사상 처음으로 2000년대생 선수가 LPBA의 패권을 노렸으나, 아쉽게도 결승에서 김세연(휴온스)에게 세트스코어 2-4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번째는 권발해. 그는 18살의 나이로 22-23시즌 LPBA 투어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권발해는 "고등학교 때는 선수로 부족한 게 많아서 충분히 연습 후에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권발해는 프로 2년차에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나왔고, 이번 시즌 3차례 투어에서 모두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권발해는 운영보다는 득점력이 돋보였다. 25점제에서 이긴 7번의 경기 중 20점 이상 득점한 것이 5번이었고, 그중 3번을 완주했다.

애버리지 0.733으로 투어 첫 경기를 시작한 그는 0.926으로 1차 투어를 마감했고, 2차 투어 예선 2라운드(PQ)에서는 14이닝 만에 25점을 득점해 1.786의 대회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하며 웰뱅톱랭킹상을 받기까지 했다.

그리고 3차 투어 PQ에서도 강호 오지연을 상대로 22이닝 만에 25:11로 승리, 애버리지 1.136을 기록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64강에서는 최연주와 접전 끝에 27이닝 만에 22:21(애버리지 0.815)로 어렵게 승리했는데, 이 경기에서는 처음 하이런 10점을 득점하기도 했다.
 

아마추어나 학생 선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입문한 권발해는 지난 22-23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아마추어나 학생 선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입문한 권발해는 지난 22-23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누가 8강에 올라갈 것인가... 2000년대생 반란에 시선 집중

이들 중 가장 늦게 프로에 데뷔한 한지은은 이미 10대와 아마추어 시절부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선수였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여자 3쿠션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와 히다 오리에(SK렌터카)를 꺾고 버호벤 오픈을 우승했다.

당시 한지은의 나이는 불과 18살이었다. 이 기록은 당구 역사상 가장 놀라운 우승 중 하나다.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하며 국내 랭킹 1위까지 올라간 한지은은 큰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개막전에서는 불의의 1점 차 패배로 예선 1라운드(PPQ)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차 투어에서 송민지와 허지연, 김예은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차례로 누르고 처음 32강에 진출했다.

당시 32강에서는 전애린에게 0-2로 져 탈락했고, 이번 3차 투어에서 김가영과 오도희를 연달아 제압하고 처음으로 16강에 입성했다.

이 선수들 모두 투어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더 강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 2000년대생들의 반란이 일어난 LPBA 투어는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 동안 LPBA의 주축으로 성장했던 이미래, 김민아, 김세연, 김보미, 김진아 등 90년대생 선수들은 이제 2000년대생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당장 24일 오후 5시 30분에 시작되는 16강에서 용현지-김보미, 권발해-김진아, 한지은-김갑선의 빅 매치가 벌어질 예정이다.

과연 2000년대생의 반란이 계속 이어질것인지, 또 이들 중 누가 험난한 16강을 통과하고 8강에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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