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초구 배치가 가른 승부. 초구를 두고 벌인 수 싸움의 승리였다.
'돌아온 팀리거' 오태준(크라운해태)과 'PBA 초년생' 응우옌득안찌엔(하이원리조트)의 128강전은 초구 배치가 승패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2일 열린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128강에서 오태준은 응우옌득안찌엔과 어려운 승부를 이어가다가 겨우 2-2 동점을 만들고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뱅킹에서 이겨 우선권을 갖고 있던 오태준은 승부치기에서 초구를 양보했다. 초구가 난구였기 때문.
이 경기 초구는 흰공 2번, 노란공 5번, 빨간공 8번의 배치였다. 당구대 가운데에 일자로 쭉 선 이 배치는 뱅크샷 외에 달리 해결 방법이 없다.
다만, 5쿠션을 먼저 맞혀 당구대를 한 바퀴 돌아오는 이 뱅크샷은 라인을 잘 잡으면 득점 가능성이 높고, 성공하면 경우에 따라서 다득점도 가능하다.
문제는 한 번 성공하는 게 까다롭다는 것. 오태준은 1세트와 3세트에 두 번 이 배치를 시도해 모두 빗나갔다.
그런데 응우옌득안찌엔은 2세트에서는 실패했지만, 4세트에서 이 공을 성공시키며 5점을 득점했다.
승부치기에서 오태준은 초구를 직접 칠 것인지 양보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오태준은 이 경기에서 기사회생했다. 1세트를 8이닝 만에 7:15, 2세트는 14이닝 만에 10:15로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 3세트를 15:10(10이닝)으로 따내 2-1로 쫓아갔다.
그리고 4세트 1이닝에서 하이런 10점을 뽑아내며 3이닝까지 14:7로 크게 앞서 승부치기 연장을 기대하게 됐다.
6이닝 만에 15:11로 4세트를 따낸 오태준은 2-2 동점을 만들고 마지막 승부치기에서 운명을 결정하게 됐다.
오태준은 2-5-8 초구 배치를 두 번 시도했는데 모두 득점시키지 못했고, 승부치기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면 어렵게 동점을 만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응우옌득안찌엔이 이 배치에 감을 잡았기 때문에 오태준은 직접 치기도, 양보하기도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고심 끝에 오태준은 승부치기 초구를 양보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적중했다.
응우옌득안찌엔은 승부치기 초구에서 5쿠션을 제대로 그려내며 득점에 거의 가까운 샷을 했다.
아쉽게도 종이 한 장 차이로 큐볼이 제2목적구를 스치듯 지나쳤고, 결국 운명이 갈렸다.
오태준은 옆돌리기를 길게 끌어서 3쿠션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1:0으로 승부치기에서 신승을 거둔 오태준이 64강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5차 투어 결승에서 베트남의 마민깜(NH농협카드)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던 오태준은 7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베트남 선수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응우옌득안찌엔은 이번 시즌 데뷔 후 세 번의 투어를 모두 12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이번 경기는 2-0으로 리드했다가 동점을 허용한 뒤 승부치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샷이 빗나가면서 당한 패배여서 더 아쉬움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