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또한, 포기하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기회가 온다는 법칙은 언제나 유효하다.
지난 21일 열린 여자 프로당구(LPBA) 시즌 3차 투어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64강에서는 승리까지 1점밖에 남지 않은 승부가 뒤집혔다.
오도희(25)는 17:24로 거의 패배가 확실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경기 종료 시간 11분여를 남긴 시점에서 큐를 잡은 오도희는 상대방 김다희(25)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남아 있던 8점을 모두 쓸어 담아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날 벌어진 64강 경기 중 단연 명승부 중의 명승부로 꼽힐 만한 순간이었다.
7이닝까지 6:6으로 팽팽했던 승부는 김다희가 8이닝에서 6점을 득점하면서 6:12로 역전해 균형이 깨졌다.
6:13까지 밀렸던 오도희는 12이닝부터 2-6-2 연속타로 14이닝에서 16:16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김다희의 뒷심에 밀렸다. 김다희가 15이닝에서 2득점, 다시 17이닝 4득점, 18이닝 2득점 등을 올리며 24점에 도달하는 사이에 오도희는 단 1득점에 그쳤다.
점수는 17:24. 이쯤 되면 사실상 오도희는 경기를 포기할 법했다. 그런데 18이닝 타석에서 김다희의 뒤돌리기가 살짝 빗나가면서 타석에 들어선 오도희는 남은 11분여의 시간 동안 역사를 만들었다.
부드럽게 밀어 친 뒤돌리기는 아슬아슬하게 키스를 피하고 제2적구를 스치듯 맞으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안쪽과 바깥쪽 제각돌리기와 뒤돌리기 샷을 흔들림 없이 구사하며 득점을 이어갔고, 옆돌리기 대회전과 앞돌리기로 순식간에 6점을 뽑아 23:24까지 따라붙었다.
이어서 큐볼과 붙어있던 제1적구를 얇게 비껴치기로 공략해 동점타를 뽑은 다음 마지막 뒤돌리기를 완벽하게 구사해 결국 25:24의 대역전승을 거뒀다.
위기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이런 8점 끝내기타를 성공시킨 오도희는 이번 시즌 첫 32강 진출을 극적으로 성공했다.
오도희는 21-22시즌에 데뷔해 이번 시즌이 세 번째 투어다. 지난 22-23시즌 1, 2차전에서 연달아 16강에 올라가며 활약했고,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바 있다.
프로 2년 차인 김다희는 앞서 2차 투어에서 '슈퍼 루키' 장가연(19·휴온스)을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나, 이번 3차 투어에서는 오도희에게 1점 차로 분패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오도희의 32강전 상대는 '아마 최강' 한지은(22·에스와이)이다. 두 선수의 대결은 23일 오후 5시에 시작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