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이 최근 뜻밖의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사진=이용휘 기자
'당구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이 최근 뜻밖의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사진=이용휘 기자

"거리를 두면 인종차별주의자고, 가까이 가면 성희롱인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구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은 많이 억울해했다.

졸지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오해와 악플을 받게 된 쿠드롱은 며칠 동안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면 어떻게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여자와의 거리를 두는 것은 일종의 존중이다. 그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우승 때마다 같은 거리의 똑같은 사진이 있는데,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쿠드롱은 한국과 꽤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한평생 전 세계 당구 팬들과 어울렸던 그를 두고 인제 와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날 시상식에서 고개를 저었던 쿠드롱의 행동을 두고 몇몇 사람들이 오해를 했다.

8번째 PBA 챔피언에 오르며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어야할 쿠드롱이 이로 인해 졸지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내몰려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쿠드롱은 대회가 끝나고 매일 이에 대해 해명을 내놨다. 며칠 사태를 지켜보며 침묵했던 PBA나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는 대조적인 대응이었다.

안 그래도 억울한 마당에 한 방송사 뉴스에 시상식 장면이 나오면서 쿠드롱이 고개를 젓는 장면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며 악플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쿠드롱은 고개를 저었던 자신의 행동이 스롱과 가까이 있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피력했다. 

쿠드롱은 자신의 SNS에 당시 영상을 담은 뉴스를 올리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사진=쿠드롱 SNS
쿠드롱은 자신의 SNS에 당시 영상을 담은 뉴스를 올리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사진=쿠드롱 SNS

쿠드롱은 명백한 피해자... "왜 나를?"

해당 영상을 기자에게도 전달한 쿠드롱은 "나는 스롱에게 의사 표현을 한 게 아니다. 내 머리는 피아비가 아닌 정면에 있는 PBA 공식 사진사를 향해 있고, 스롱이 오라고 손짓하기 전부터 이미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녀가 손짓을 한 것도 못 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현장에 있는 기자들의 전언 역시 쿠드롱의 주장과 같았다. 

그러면서 쿠드롱은 "인터뷰를 위해 대기하는 중에 잘 모르는 사람(스롱의 지인)이 다가와 갑자기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가라고 하자 그는 기자들에게 모두 말하겠다며 나보다 앞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고, 기자들 앞에서 그가 말하는 모습을 보고서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왔을 뿐"이라고 인터뷰 거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러한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악플이 계속되자 쿠드롱은 아무런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스롱과 PBA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쿠드롱은 직접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매니저가 스롱이 직접 나에게 사과의 말을 전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3일 동안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PBA도 아무것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유일한 책임이 있는 '그 남자'에 대해 어떠한 언론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가 기자 패치를 하고 대회장을 돌아다니는 사진을 내가 직접 찾기까지 했다. 왜 내가 비난받아야 하는가?"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쿠드롱은 이번 사태에서 피해자임이 명백해 보인다. 오해를 할 순 있지만, 이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의 항의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 때문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쿠드롱은 하룻밤 사이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기까지 했다. 

사태가 벌어진 지 사흘 만인 지난 14일에 PBA는 사과문과 함께 쿠드롱과 스롱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스롱도 자신의 SNS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쿠드롱은 감정을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PBA에서 통산 8승과 상금 10억원을 획득한 쿠드롱.   사진=이용휘 기자
PBA에서 통산 8승과 상금 10억원을 획득한 쿠드롱.   사진=이용휘 기자

'PBA 이탈설' 돌았던 쿠드롱... SNS에 의미심장한 글 남겨

쿠드롱은 지난 밤사이 PBA를 떠날 것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글을 모두 지우고 SNS 비활성화를 예고했다.

"FOR MANY REASONS, I DECIDED TO END MY STAY HERE. MY PAGE WILL BE INACTIVE FOR SOME TIME. THANKS FOR EVERYONE WHO SUPPORTED ME. (많은 이유때문에, 나는 여기에 머무르는 것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나의 페이지는 한동안 비활성화될 예정이다. 나를 지지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쿠드롱의 PBA 이탈설이 돌았다. 벨기에로 돌아간 쿠드롱이 다시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쿠드롱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본지는 돌아오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2차 투어 우승 당시에 쿠드롱은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고 밝지 않은 얼굴이었다. 

이번 사태와 별개로 쿠드롱은 이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때가 되면 나중에 얘기해 주겠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쿠드롱은 전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었다. 무언가 마음속에 정해지지 않은 갈등이 있는 듯했다.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것에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고,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 어머니와 동행하는 일이 잦을 만큼 효자인 쿠드롱이 고령의 어머니와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기자는 이에 대해 질문을 했으나 아직 답은 오지 않았고, PBA 역시 진상 파악에 나섰다.

PBA를 떠나는 것인지, 한국 체류를 그만두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SNS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프로당구(PBA)의 성공과 쿠드롱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가 PBA를 떠나는 최악의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의 어떤 선택에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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