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국가대항전 '월드컵 오브 풀'에 입장하는 한국의 서서아(왼쪽)-이강.   사진=WNT 제공
5년 만에 국가대항전 '월드컵 오브 풀'에 입장하는 한국의 서서아(왼쪽)-이강.   사진=WNT 제공

이것은 한국 당구가 균형 발전을 포기하고 3쿠션 외길만 십수 년을 고집한 결과다. 

포켓볼 국가대항전 '월드컵 오브 풀'에 유일한 혼성팀으로 도전했던 한국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 세월 발전 없이 제자리에 머문 한국은 강국과의 실력 차가더 크게 벌어졌다.

30일(한국시간) 새벽 2시에 열린 '2023 월드컵 오브 풀' 32강전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에 세트스코어 1-7로 패했다. 

두 번의 실수 과정에서 나온 경기력의 차이가 승패를 완전히 갈랐다. 총 8세트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은 4번, 미국은 2번의 실수를 범했다.

다만, 상대 팀에서 실수가 나왔을 때 미국은 런아웃으로 두 세트씩 가져간 반면, 한국은 2세트에서 단 한 번 승리를 거두는 데 그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자 선수 이강과 유일한 여자 선수 서서아(전남)가 초청을 받았다.

혼성팀이지만 핸디캡이 없기 때문에 대등한 조건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첫 상대가 쉐인 반 보닝과 스카일러 우드워드 등 세계 정상급 선수가 포진한 미국이었기 때문에 승리를 거두는 것은 사실상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WNT 투어에 출전해 세계적인 남자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서서아는 이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WNT 제공
WNT 투어에 출전해 세계적인 남자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서서아는 이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WNT 제공
2세트에서 점프 샷으로 어려운 공을 포팅하고 있는 이강.   사진=WNT 중계화면
2세트에서 점프 샷으로 어려운 공을 포팅하고 있는 이강.   사진=WNT 중계화면

경기 초반에는 다소 대등한 양상을 띠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전력 차이가 나면서 점수가 벌어졌다.

1세트에서 벌어진 수비 대결에서 서서아가 투뱅크로 공격을 시도한 것이 아깝게 빗나간 것은 다소 아쉬웠다.

미국은 서서아의 공격 실패 후 가볍게 1세트를 따냈고, 2세트에서는 반 보닝이 1볼을 두껍게 맞히는 실수를 범하면서 한국에게 공격권이 넘어왔다. (0-1)

자동으로 1볼이 다른 목적구 뒤에 숨는 수비가 되면서 처리가 쉽지 않았지만, 이강이 점프 샷을 시도해 원뱅크로 포팅에 성공하면서 기회를 잡아 2세트를 따냈다. (1-1)

2세트 브레이크 샷을 서서아가 성공해 공격을 이어갔던 한국은 이강이 2볼 포팅에서 코너를 터는 실수를 범해 미국에 공격권이 넘어갔다. (1-2)

3세트를 마무리한 미국은 4세트 역시 런아웃으로 처리하며 세트스코어 1-3을 만들었다.

5세트에서 미국의 브레이크 샷이 안 들어가면서 한국이 쉽게 이기는 듯했으나, 6볼을 시도한 이강이 포지셔닝에 신경을 쓰다가 두께를 실수하면서 포팅에 실패, 1-4로 벌어졌다.

미국은 6, 7세트를 연속 런아웃으로 끝내고 1-6까지 달아났다. 8세트에서는 승리를 눈앞에 둔 미국과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이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기세 좋던 미국이 2볼 포팅에서 실수를 범해 공격권을 넘어 받은 한국은 서서아가 3-6 컴비네이션을 성공시켜 타석을 이어갔고, 5볼에서는 포지셔닝이 여유치 않으면서 이강의 포팅이 실패했다.

5볼을 디펜스한 미국의 보닝은 큐볼을 다른 목적구 뒤에 완벽하게 숨겨 놓았는데, 서서아가 원쿠션 뱅크 샷으로 5볼을 맞히려다가 다른 목적구에 먼저 맞으면서 파울을 범했다.

결국, 미국이 프리볼로 남은 4개의 공을 모두 처리하면서 세트스코어 1-7로 경기가 끝났다.

32강전에서 이탈리아를 7-4로 꺾고 방송 인터뷰 중인 일본.   사진=WNT 제공
32강전에서 이탈리아를 7-4로 꺾고 방송 인터뷰 중인 일본.   사진=WNT 제공
쿠웨이트를 누른 베트남.  사진=WNT 제공
쿠웨이트를 누른 베트남.  사진=WNT 제공
32강에서 중국은 7-3으로 시리아를 꺾었다.   사진=WNT 제공
32강에서 중국은 7-3으로 시리아를 꺾었다.   사진=WNT 제공

아쉽게 경기를 패하면서 한국은 5년 만에 월드컵 오브 풀에 출전해 경험을 쌓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편, 앞선 경기에서 일본은 이탈리아를 7-4로 꺾고 16강에 진출해 미국과 8강행을 다투게 됐다.

중국도 시리아에 7-3으로 승리했고, 베트남은 쿠웨이트에 7-3, 대만은 핀란드를 7-1, 싱가포르는 그리스에 7-6, 그리고 필리핀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A를 7-5로 꺾는 활약을 펼치며 아시아 6개국이 32강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16강에서는 일본-미국, 중국-싱가포르, 폴란드-알바니아, 캐나다-독일, 오스트리아-보스니아, 베트남-영국, 대만-네덜란드, 필리핀-스페인B 등의 대결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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