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장가연(19, 휴온스)이 2023-24시즌 개막전이자 자신의 프로당구 투어 데뷔전인 '경주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SY),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휴온스), 최성원(휴온스), 이충복(하이원리조트), 한지은(SY) 등과 함께 프로당구 PBA에 합류한 장가연은 너무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산체스, 최성원, 이충복, 한지은까지 줄줄이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며 프로당구의 쓴맛을 보는 와중에 19살의 앳된 신인 선수 장가연이 예선 1라운드부터 출발해 임정숙(크라운해태), 최혜미(웰컴저축은행), 강지은(SK렌터카)을 줄줄이 연파하고 8강 대진표에 이름을 떡하니 올렸다.
특히 장가연은 최혜미와의 32강전에서 2세트 2이닝에 하이런 10점을 성공, 퍼펙트큐를 단 1점 남겨두고 아쉽게 큐를 내려놨으나 이 경기에서 그는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하고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이번 대회 우승자인 김민아(NH농협카드)와의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0-3의 완패를 당했지만, 프로 당구선수로서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증명하고 남은 장가연에게 첫 프로당구 투어는 어땠을까.
프로 데뷔전을 치른 소감이 어떤가?
초반에는 조금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분위기가 즐거워서 재미있었다. 나하고 잘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성적을 좀 잘 내서 너무 좋다.
어떤 점이 적응하기 힘들었나?
대회 분위기 자체가 연맹에서 했던 체육관 대회와는 너무 다르다 보니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다. 힘들었다기 보다는 좀 어색했다.
데뷔 무대인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사실 첫 대회라 예선 통과가 목표였다. 집이 이쪽이라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에 왔다 갔다 했는데, 부모님도 내가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고 놀라셨다.
대회 전에 부모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져도 괜찮으니까 열심히만 하고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8강까지 가니까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다.
PBA에서는 세미 사이그너, LPBA에서는 장가연 선수 빼고 같이 데뷔한 동기들이 줄줄이 첫판에서 탈락했다.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그분들도 실력이 안 좋아서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내 기량만 발휘하자 하는 생각으로 모든 경기에 임했다.
갑작스럽게 프로로 이적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좀 더 큰 무대를 경험해 보고 싶었고, 이전과 다른 환경에서 당구를 쳐보고 싶었다.
이번 데뷔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사실 가장 못 한 8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강지은 선수와의 16강전도 기억에 남는다. 16강은 초반 1세트 때 너무 못 쳐서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역전을 해서 너무 좋았다. 특히 3세트 맨 마지막에 엄청 멋진 공을 성공시켜서 계속 기억이 난다.
8강전은 유독 장가연 선수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침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35초 룰에 대한 적응이 부족했다. 연맹대회의 경우 타임아웃이 남아 있으면 시간이 초과됐을 때 자동으로 남은 타임아웃을 소진하고 시간이 연장되는데, PBA는 타임파울 전에 직접 타임아웃을 불러야 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가 제때 타임아웃을 쓰지 못할까 봐 계속 걱정하면서 경기를 했다.
8강전 2세트에 10점을 먼저 치고도 다섯 이닝 동안 마지막 1점을 처리하지 못했는데.
다섯 이닝 전부 공이 애매하고 어렵게 섰다. 물론 내가 잘 못 친 것도 있겠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 1점을 쳐야 한다는 생각에 수비를 너무 안 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람들은 장가연 선수의 실력이 가파르게 늘었다고 말한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가파르게 오른 건 아닌 거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당구를 쳤고, 본격적으로 배운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다. 내 또래의 다른 여자 선수들보다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씩 지금의 내가 된 거지 실력이 갑자기 늘어서 잘 치는 건 아닌 것 같다.
장가연의 강점은 무엇인가?
긴장을 잘 안 한다. 대회라고 특별히 긴장을 하지도 않고, 강한 선수를 만나도 졸지 않는다. 이런 점이 프로 무대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반면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차분하지 못한 점, 그리고 톱 선수들이랑 비교하면 내 실력이 아직 한참 모자란다. 실력을 늘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리고 이번에 느낀 건 마지막에 적절한 수비를 하는 거랑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진짜 침착하게 치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연습은 어디서 하고 있나?
계속 경북 구미에서 살면서 권영일 선수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최근에 경기도 동탄으로 옮겨서 강차당구연구소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번 대회 중에 팀에 추가영입 됐다는 좋은 소식도 들렸다.
진짜 너무 좋다. 휴온스에서 나를 후원해 줘서 너무 고맙다. 특히 너무 멋진 선수들이 있는 팀이라서 너무 좋다. 선수들과 친분은 없지만 다들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앞으로 프로당구 투어에 임하는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일단 8강에 올라갔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연습해서 앞으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