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우승한 외국 선수 중 가장 많은 한국어를 구사한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사진=PBA 제공
역대 우승한 외국 선수 중 가장 많은 한국어를 구사한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사진=PBA 제공

"다음 인터뷰 때는 한국어 반, 영어 반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하하"

프로당구(PBA) 투어 개막전에서 또 하나의 전설을 남긴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그는 경기장 안에서는 레전드의 위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항상 유쾌하고 '나이스' 한 선수다.

이번 개막전 결승이 끝나고 인터뷰룸에 들어온 사이그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쾌한 멘트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대했다.

과거 한국에 왔을 때 사이그너는 예술구 시범을 보이면서 득점을 하면 "그르치"라는 한국말로 관중을 웃기기도 했는데, 이날 우승 후에는 사이그너의 한국어 실력이 더욱 돋보였다.

우승자 사인을 당구대에 남기는 중에 본인의 이름을 '세미 사인너'라고 어설프게 쓰기도 했고, 우승소감을 전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매우 기쁩니다"라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하는가 하면, 마지막에 "PBA에서 좋은 경기에 불러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유창하게 말했다.

역대 외국 선수 중 가장 많은 한국어를 구사한 선수가 아닐까 싶다.

사이그너가 당구대 위에 남긴 우승자 사인.  사진=PBA 제공
사이그너가 당구대 위에 남긴 우승자 사인.  사진=PBA 제공

다른 나라 사람을 존중하고 그들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이그너는 오래전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으면서 이처럼 공식석상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이그너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예전에 한국어를 많이 알았는데 지금은 많이 잊었다. 그래서 최근에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다"면서 "다음 인터뷰 때는 한국어 반, 영어 반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취재진을 향해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룸을 떠났다.

PBA 투어에 그가 데뷔하면서 이제 한국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팬들은 사이그너의 이러한 유쾌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어느 순간에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이그너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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