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우승' 대기록을 세운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사진=PBA 제공
'데뷔전 우승' 대기록을 세운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사진=PBA 제공
우승 순간에 팔을 휘두르며 기뻐하는 사이그너.  사진=PBA 제공
우승 순간에 팔을 휘두르며 기뻐하는 사이그너.  사진=PBA 제공

뜨겁고 화려했던 프로당구(PBA) 무대가 '사이그너 매직'으로 더 화려하게 빛났다.

'미스터 매직' 세미 사이그너(58·휴온스)가 PBA 데뷔 무대에서 프로 톱랭커들을 누르고 사상 최초로 '데뷔전 우승' 기록을 세웠다. 

사이그너는 19일 밤 10시에 시작된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대(웰컴저축은행)를 세트스코어 4-0으로 꺾고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개막전 모든 라운드는 사이그너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사이그너는 지난 14일 밤 11시, PBA 무대에 역사적인 첫걸음을 시작했다.

앞선 경기에서 이번 시즌에 함께 유럽에서 넘어온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나 무랏 나시 초클루(하나카드)가 패했지만, 사이그너는 달랐고 데뷔전에서 만난 서현민을 3-0으로 가볍게 꺾었다.

다음 64강전에서는 조건휘(SK렌터카)와 승부치기 끝에 어렵게 32강 관문을 뚫은 다음 김남수(3-0)와 엄상필(블루원리조트, 3-1), 'PBA 톱랭커'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 3-1) 등을 차례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라왔다.

전날까지 '세계 최강'의 기량을 보여주며 펄펄 날았던 사이그너는 준결승에서 만난 박인수와 풀 세트의 고전을 펼쳤다.

3-1로 앞서던 경기를 3-3으로 따라잡혔던 이 고비를 사이그너는 관록으로 넘어섰다. 사이그너는 세트스코어 4-3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 이상대와 최종 승부를 벌였다.

결승전에서 샷을 하는 사이그너.  사진=PBA 제공
결승전에서 샷을 하는 사이그너.  사진=PBA 제공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이상대(웰컴저축은행).  사진=PBA 제공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이상대(웰컴저축은행).  사진=PBA 제공

결승전에서는 사이그너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1세트 3이닝에서 4득점을 올리며 점수를 내기 시작한 사이그너는 4이닝에 하이런 7점을 득점하고 7이닝 만에 15:5로 첫판을 가볍게 따냈다. (1-0)

사이그너는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고난도 찍어치기와 밀어치기 같은 묘기를 성공시키는 등 시작부터 펄펄 날았다.

반면에 이상대는 결승전이 주는 중압감이나 상대방에 대한 압박감, 현장의 분위기 등으로 인해 멘탈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서 극심한 난조가 이어졌다.

2세트에서 7이닝 동안 공격이 오가는 사이 이상대는 1점도 내지 못했다. 앞선 준결승전에서 신정주(하나카드)를 세트스코어 4-0으로 꺾었던 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이상대가 휘청하는 사이에 사이그너는 2점, 3점 등을 차근히 보태 10:0을 만들었다.

그리고 8이닝에서 끝내기 5점을 성공시켜 15:0의 승리를 거두고 세트스코어 2-0으로 리드했다.

3세트에서는 이상대가 다소 살아나면서 10이닝까지 10:10의 접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쉽게 세트를 허용하지 않았다.

11이닝에서 이상대가 먼저 2점을 득점해 균형을 깨트리자 사이그너는 3점을 받아쳐 13:12로 재역전시켰다.

사이그너는 이상대의 마무리 공격이 두 차례 빗나간 사이에 침착하게 1점씩 득점하고 15:12로 3세트도 승리했다. (3-0)

4세트에서는 5:5의 접전이 벌어지다가 사이그너가 5이닝부터 2-3-5 연속타로 15점을 득점, 15:5로 승리하며 단 93분 만에 결승전을 끝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이그너가 튀르키예 전사를 연상시키는 트레이드마크 포즈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이그너가 튀르키예 전사를 연상시키는 트레이드마크 포즈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동행한 자신의 부인이자 튀르키예 유명배우 셰나이 귀를러와 기념촬영하는 사이그너.  사진=PBA 제공
이번 대회에 동행한 자신의 부인이자 튀르키예 유명배우 셰나이 귀를러와 기념촬영하는 사이그너.  사진=PBA 제공

이번 경기는 역대 7번째 최단 시간 결승전이었고, 4번째 세트스코어 4-0 승부였다.

가장 빨리 끝난 결승전은 지난 20-21시즌 2차 투어 결승전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 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의 대결이었다. 쿠드롱은 4-0으로 승리하면서 단 76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이어서 78분(2회·쿠드롱, 팔라존), 87분(쿠드롱), 89분(오성욱), 그리고 지난 22-23시즌 개막전 92분(조재호)과 이번 개막전 93분(사이그너) 순이다.

우승 인터뷰에서 "이곳에 있을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라고 소감을 시작한 사이그너는 "나는 앞으로 5년 더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세대가 당구를 플레이하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는 이곳 PBA이며, PBA에서 여러분과 유산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PBA에서 좋은 경기에 불러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시작된 이번 개막전은 이날까지 10일 동안 대회가 벌어졌고, 사이그너(PBA)와 김민아(LPBA)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차 투어 '실크로드 & 안산 PBA-LPBA 투어'는 오는 7월 2일부터 10일까지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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