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승을 달성한 김민아와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 아버지, 어머니, 고모(왼쪽부터). 사진=이용휘 기자
통산 2승을 달성한 김민아와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 아버지, 어머니, 고모(왼쪽부터). 사진=이용휘 기자

김민아(NH농협카드)가 프로당구(PB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2-23시즌 2차 투어 우승 이후 333일만에 결승에 올랐고, 통산 2승을 달성했다. 두 번의 결승 진출 모두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야말로 승률 100%다.

김민아는 18일 열린 2023-24시즌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전에는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처음으로 대회장에 와 열띤 응원을 보냈다. 6년 동안 평범한 직장인인 척 아버지를 속이고 당구선수를 했던 그녀로서는 감격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의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린 이날이야말로 그녀의 당구역사에 가장 크게 기억될 날이 분명하다.

우승이 확정된 후 두 눈을 질끈 감은 김민아.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이 확정된 후 두 눈을 질끈 감은 김민아. 사진=이용휘 기자

우승 소감은?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하게 돼서 출발이 좋아서 너무 기쁘다. 상대가 김가영 선수라서 더 뜻깊은 결승전이 아니었나 싶다.

 

김가영이라서 더 뜻깊은 이유는 뭔가?

지금 LPBA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선수가 김가영 선수인데, 그런 선수와 결승에서 맞붙었고,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또 김가영 선수에게 많이 배운 결승전이었다.

 

두 번의 결승 진출에서 두 번 다 우승을 차지했다. 승률 100%를 달성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언제쯤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나?

마지막 1점을 치기 전까지 확신하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몇 점 안 남은 상태에서 누구에게 조금 더 유리한 포지션이 서주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될 것 같아서 소심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유리한 포지션이 나에게 먼저 와 준 것 같다.

 

마지막 7세트에서 매치 포인트가 되기 전에 기가 막힌 원뱅크샷을 구사했다. 테이블 앞에 서자마자 그 샷이 보였나?

그게 딱 눈에 보였다. 연습할 때도 즐겨 치는 배치의 공인데, 그 배치가 그렇게 나오는 확률이 많지 않다. 오히려 1점짜리 다른 공을 치기는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김가영 선수에게는 어떤 점을 배웠나?

2년 전에도 개막전 준결승전에서 김가영을 만났다. 그때는 사실 김가영이 어떤 선수인지 많이 느끼지 못했다. 그냥 나랑 비슷하고, 시합 때는 만날 수 있는 여느 선수와 같다고 생각했다. 2년 만에 이번 결승에서 만났는데, 이번 7세트 동안 언니가 구사하는 공과 포지션플레이 같은 걸 보면서 많이 느꼈고, 보면서 많이 배웠다.

김가영과 결승전 대결 중인 김민아. 사진=이용휘 기자
김가영과 결승전 대결 중인 김민아. 사진=이용휘 기자

여자부 LPBA 최강으로 김가영과 스롱 피아비를 거론하게 되는데, 둘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

스롱 피아비는 오래전부터 봐온 선수다. 굉장한 집중력과 끈기를 갖고 있고, 지구력이 좋은 선수다. 또 구사할 수 있는 공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김가영 선수는 굉장히 노련하다. 자기 당구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계속 업그레이드돼서 나타나는 부분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더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실력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뒤진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멘탈이 다른 선수보다 굉장히 약한 것 같다. 쇼트게임, 2점제 이런 압박감을 잘 못 이겨내는 것 같다.

 

예전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당구선수가 되는 걸 반대하셔서 어머니의 지원 아래 아버지 몰래 당구를 쳤다고 했는데, 오늘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대회장에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다. 기분이 어떤가?

묘하다. 예전에 당구의 '당'자만 꺼내도 진짜 내 손가락을 잘라 버릴 것처럼 말씀하셨던 분이 누구보다 열렬히 나를 응원해 주고 매일 전화로 대회는 언제 하는지, 누구랑 하는지 궁금해하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신기하다. 이제는 내가 자랑스러운 딸이 된 느낌이 들어서 너무 뿌듯하다.

 

아버지가 그렇게 반대하시는 데도 굳이 당구를 친 이유는 뭔가?

대학교 다닐 때 동아리로 시작한 당구였는데, 우승을 한 번 하고 나니까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한테 슬쩍 당구선수를 하면 어떨까 말씀드렸는데 그런 얘긴 듣고 싶지 않다고 단칼에 자르셨다. 하지만 난 꼭 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버지께는 서울에서 직장에 다닌다고 속이고 당구선수로 활동했다.

 

그럼 아버지는 딸이 당구선수인 걸 언제 아셨나?

지금 당구 친치 12년 정도 됐는데, 6년 동안 말씀을 못 드리고 몰래 쳤다. 6년 전에 빌리어즈티비에서 WPBL이라는 알바몬에서 후원하는 여자 리그가 있었는데, 그 대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아버지가 친구분이랑 국밥 드시다가 우연찮게 TV로 내가 당구 치는 모습을 보시고 알게 되셨다. 이틀 동안 고민하신 후에 이제 응원해 주겠다고 전화를 하셨다.

김민아를 응원 중인 가족들. 사진=이용휘 기자
김민아를 응원 중인 가족들. 사진=이용휘 기자

오늘 대회 때는 아버지가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

2세트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에 엄마 아빠한테 져도 괜찮으니까 너무 욕심 갖지 말고 경기를 좀 즐기시라고 말씀드렸는데, 4세트쯤에 아버지가 어차피 가영 언니가 너보다 한 수인 것 같으니 배운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치라고 하시더라. 그때 아빠가 내 실력을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집중력이 더 생겼다.

 

첫 우승 이후 공백이 컸다. 두 번째 우승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작년에도 개막전에서 4강에 가고, 그다음 대회에서 우승까지 하면서 출발은 좋았다. 그러고 바로 팀리그를 시작했는데 그때 팀원들에게 조언을 듣고 이러면서 갑자기 내 스타일이 사라졌다. 또 리그와 개인 투어가 많아지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감각들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리그와 투어 중간에도 개인 연습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이번에 한지은, 장가연 등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KBF 1위 출신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이번에 합류한 친구들은 굉장히 어린 친구들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자신의 것을 편하게 보여주다 보면 빠르게 성적을 내지 않을까. 어린 선수들이라 대회가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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