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호찌민 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한 차명종.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2023 호찌민 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한 차명종.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2023 호찌민 3쿠션 당구월드컵'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그 어느 월드컵 때보다 진하다. 특히 차명종(인천시체육회)과 쩐뀌엣찌엔(베트남)의 16강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베트남으로서는 16강에서 도응우옌쭝하우(베트남)가 사메 시덤(이집트)에게 21:50으로 패한 후 유일하게 남은 자국 선수인 쩐뀌엣찌엔의 8강 진출이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쩐뀌엣찌엔 마저 46:49로 뒤진 상황에 현장의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29이닝째에 차명종이 시도한 아주 얇은 두께의 비껴치기가 득점으로 연결됐으나 결국 심판의 판정 번복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문제는 해당 샷이 8강 진출을 앞둔 매치 포인트였던 것. 여전히 '맞았다, 안 맞았다'로 논란이 있는 해당 샷에 대해 차명종이 직접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차명종 선수와 쩐뀌엣찌엔 선수의 16강 대결이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특히 차명종 선수의 매치 포인트 득점 유무가 심판 오심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심인 거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공을 친 선수는 그 느낌을 안다. 이 공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수구를 치고 하얀 공이 흔들린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심판의 득점 콜 후에 차명종 선수가 심판에게 재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랬나?

나는 득점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본 관중들은 안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와~' 하면서 환호하고 난리가 났다. 그 순간 심판이 당황한 눈치라 '맞은 거 맞지?'라는 의도로 확인한 거다. 관중석에서 노 포인트라고 난리가 나니까 심판이 갑자기 태도를 확 바꿔서 '노 포인트'라고 선언했다.

 

본인이 맞았다고 생각했으면 액션이라도 취하지 그랬나?

나는 맞았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지켜본 거다. 안맞았으면 자리에 들어가서 앉았겠지만, 맞은 게 확실하기 때문에 끝까지 자리에 안 들어가고 마지막까지 공을 지켜 본 거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심판을 봤는데, 순간 심판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봤다.

 

그 자리에서 항의할 생각은 안 했나?

그 찰나에 무슨 생각을 했냐면, 이게 방송 테이블이 아니지 않나. 고화질 방송 카메라가 아닌 이상 이 정도 흔들린 거는 인터넷 방송에서도 안 보였을 거라고 나 스스로 판단을 했다. 이거는 항의를 해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정에 나는 영향을 안 받았고, 좋다. 그러면 쩐이 마지막 남은 4점을 치면 정말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에 인정한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논란의 29이닝 샷을 하는 차명종.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논란의 29이닝 샷을 하는 차명종.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다른 샷도 아니고 매치포인트였는데, 8강을 앞두고 너무 호기를 부린 것 아닌가?

이제 생각하면 경험 미숙이다. 너무 신사적으로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좀 강력하게 어필할 필요도 있었다. 심판이 득점 콜을 했다는 건 자기가 봤다는 거다. 경기 후에 심판이 자기가 관중들 때문에 판정 번복을 했다고 인정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어떤 내용이었나?

관중들 때문에 자기 부담이 너무 컸다고 하더라. 미안하다,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 있던 나도 그 분위기를 느꼈다. 만약 그 상황에 맞았다고 또 판정 번복을 하면 거의 죽일 기세였다. 진짜 농담 아니고 나도 거기서 살아서 못 돌아갈 것 같았다.

 

베트남 현지 응원이 일방적이었나보다.

베트남은 쩐뀌엣찐엔과 쩐 외에 나머지 선수로 구별됐다. 그런 상황에서 쩐이 남은 점수 다 치고 이기면 인정해 주겠다, 한 번 쳐봐라 이런 마음으로 준거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지면 그건 네 잘못이다.

 

그래도 8강이 걸린 1점이었는데, 아쉽지 않은가?

승패를 결정하는 마지막 공이었다 보니 그게 좀 그랬지만, 괜찮다. 홈 텃세에 당한 건데, 그것도 스포츠의 일부분이다. 한국에서 대회를 하면 한국 선수들도 어드밴티지를 본다. 이번 경험으로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다. 쩐도 마음이 무거웠는지 두 번이나 메시지를 보냈다가 지웠다가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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