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3, 블루원리조트)가 조국 캄보디아에 그토록 고대하던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5월 8일 열린 '제32회 2023 동남아시아게임(32nd SEA GAMES, CAMBODIA 2023)' 여자 3쿠션 결승전에서 스롱은 응우옌호앙옌니(베트남)와 34이닝 혈투 끝에 25:20으로 승리했다.
캄보디아는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은 적은 있지만, 타 종목에서는 금메달 획득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64년 만에 동남아시아게임을 개최하는 캄보디아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금메달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이에 캄보디아는 대회 개최국으로서 자국에 유일하게 유리해 보였던 당구 종목 여자 캐롬에 2개(3쿠션과 1쿠션)의 금메달을 배당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과 프로당구 투어 LPBA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캄보디아의 스포츠 영웅' 스롱 피아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롱은 캄보디아 국민의 염원이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트남을 제외하고 캐롬 종목을 거의 치지 않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포켓볼이나 스누커 선수를 캐롬 종목 선수로 선발해 내보냈다고는 하지만, 스롱은 막강한 경기력으로 '나 홀로 애버리지 1점대'를 유지하며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베트남의 응우옌호앙옌니와의 결승전에서는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며 자칫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스롱은 25:20으로 승리했다.
다음은 제32회 동남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스롱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금메달 축하한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캄보디아에 금메달을 안겨주고 싶다는 소망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금메달을 딴 후 가족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평소 막냇동생이 내 말을 잘 안 듣고 투정만 부렸는데, 경기장에서 사람들의 응원 소리를 듣고 새삼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실감했는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웃음)
부모님께서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딸의 경기를 관람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긴장되시는 건 어쩔 수 없었는지 계속 심장을 부여잡고 계시더라. 금메달을 가지고 부모님께 가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셨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한국에서 오신 팬들은 당연히 우승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축하해 주셨는데, 그에 반해 캄보디아 팬들은 너무 쫄깃한 승부였다며 축하해 주셨다. 한국이 아닌 캄보디아에서 축하받는 경험이 정말 새로웠다.
특별하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첫 번째로는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항상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남편, "사랑해". 두 번째로는 우리 캄보디아의 어린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난 봉사활동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현지에서는 누구와 함께 있나? 남편도 같이 있나?
남편은 한국에 있고, 지금은 캄보디아당구연맹 관계자들과 피아비한캄사랑의 박정 이사와 같이 있다.
금메달을 딴 후 남편은 어떤 말을 해줬나?
왜 이렇게 못 치냐고 잔소리하더라. (웃음)
결승전에서는 긴장이 많이 됐나?
정말 많이 긴장했다. 시작 전에는 마치 LPBA 결승전을 치르듯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전반전 17이닝에 11:5였다. 후반전 시작 후에는 역전도 당했는데, 평소 실력을 발휘 못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부담감때문이었던 것 같다. 상대 선수가 잘 친 것도 있지만, 내가 평소보다 못 친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항상 소원하는 순간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조급해진 것 같다.
24이닝에서 5점의 하이런을 치고 17:16으로 역전했다. 마지막에 집중력이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당구를 치면서 느낀 것 중 하나인데, 내 집중력 사이클은 항상 그때쯤 되돌아오는 것 같다. (웃음)
매치포인트 순간에 스리뱅크샷을 칠지 말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나?
스리뱅크샷은 사실 힘들었다. 나는 뒤돌려치기가 먼저 보였다. 그래서 뒤돌려치기를 계산하다가 순간 좁은 각 되돌아오기 스리뱅크를 발견했다.
어려운 결승전 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저를 지켜봐 주시는 수많은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두 번째는 캄보디아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동기가 컸던 것 같다.
아직 1쿠션이 남아 있다. 1쿠션도 금메달이 목표인가? 출전 각오는?
1쿠션은 3쿠션과 다르게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자만하지 않고 오직 금메달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언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인가? 이후의 스케줄은?
5월 20일에 한국에 돌아간다. 그 후 여러 가지 촬영이 예정되어 있고, 6월 중순 PBA에 출전하며 새 시즌을 시작할 것 같다.
응원하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삼촌들, 저 우승했어요. (웃음) 하나 더 우승해서 금메달 두 개 들고 갈게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