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E WOO SUNG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다. 평소에 남자 선수만큼 잘 치는 여자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는데, 만나서 기쁘다.

나도 한국에 와서 한국 당구팬들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니 조금 놀랍다.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나니 더욱 기쁘다.


더 많은 한국 당구팬들이 당신을 알 수 있도록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네덜란드에서 온 서른 살의 여자 3쿠션 선수 테레사 클롬펜하우저라고 한다. 이름은 프랑스식이고, 성은 네덜란드식이라 이름이 좀 독특하다. 당구 경력은 유러피안 챔피언 다섯 번, 네덜란드 챔피언 여섯 번, 그리고 현재 세계 여자 3쿠션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엄청난 숫자다. 여자 3쿠션 선수층이 비록 남자 선수만큼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11번의 챔피언 자리는 정말 놀랍다. 여자 선수임에도 애버리지가 1.1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쯤 되면 남자 선수들과 겨뤄도 된다.

여자 3쿠션 월드컵이나 챔피언십 외에 남자들과 핸디 없이 겨루는 3쿠션 월드컵에도 자주 출전하고 있다. 보통 애버리지는 0.95~1.1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평균적으로는 대략 1.0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언제부터, 어떻게 당구를 치기 시작했나?

아마도 8살 때부터였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빌리어드룸을 갖고 계셨는데, 자연스럽게 나에게 당구를 알려주셨다. 19살인가, 20살 때부터 3쿠션을 치기 시작해서 거의 10년째 3쿠션을 치고 있다.


보통 여자들은 3쿠션보다 포켓볼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 3쿠션을 치게 되었나?

네덜란드에서는 포켓볼이 별로 인기가 없다. 포켓볼보다는 프리게임과 3쿠션을 더 많이 친다. 그래서 부모님의 빌리어드룸에도 포켓볼 테이블은 없고 프리게임 테이블만 있었다. 내가 살던 도시에는 3쿠션을 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우리 오빠가 당구를 굉장히 잘 쳤는데, 내 유일한 연습 상대였다. 오빠가 3쿠션을 치는 걸 보면서 3쿠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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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려서부터 당구선수가 되고 싶었나?

그건 아니다. 사실 당구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원래는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었다. 어렸을 때는 테니스도 잘 쳤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진로를 선택해야 했다. 대학교에 진학할 것인지, 당구를 계속 칠 것인지, 테니스를 할 것인지. 같은 시기에 그 세 가지 모두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당시 마음속에서는 테니스를 하고 싶었지만, 머리로는 당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머리를 따라 당구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당구가 정말 좋다.


왜 가슴이 아닌 머리의 선택을 따랐나?

그때는 테니스가 정말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비전이 없어 보였다. 테니스는 너무 어려웠고, 도저히 월드 챔피언이 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당구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하고 싶은 걸 버리고,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때 당구를 선택해서 너무 다행이다. 지금은 다른 건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당구가 너무 좋다.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어떤 경기였나?

최근 가장 흥미로웠던 경기는 작년 2013년에 참가했던 구리 3쿠션 당구 월드컵에서의 경기였다. 베트남 선수와 경기를 했는데, 8이닝 동안 25-2로 내가 3점대가 넘는 애버리지로 게임을 리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어쩐 일인지 갑자기 정전이라도 된 듯 머리가 멍해지더니 계속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31이닝 만에 30점을 획득해 그 경기는 이겼지만,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첫 번째 참가했던 유러피안 챔피언십이나 처음 유러피언 챔피언에 올랐을 때나 많은 대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테레사 클롬펜하우저가 생각하는 당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당구는 같은 게 하나도 없다. 모든 게임의 모든 공은 언제나 다르고 새로운 포지션이다. 물론 비슷한 경우는 있겠지만, 테이블의 상태, 공의 상태, 그리고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비슷한 배치의 공도 전혀 다른 새로운 포지션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언제나 그에 맞는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친한 한국 당구선수가 있나?

오경희 선수와 친하다. 월드컵이나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 3쿠션 선수들을 만나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참 친절하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문화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나는 한국도 참 마음에 든다. 한국에도 스폰서가 있는데 스폰서도 정말 좋다.


가장 좋아하는 당구선수는 누구인가?

정확히 딱 한 명만 꼬집을 수는 없다. 몇몇 선수들의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프레데릭 쿠드롱의 빠른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롤랜드 포툼의 경기도 재밌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조재호 선수를 좋아한다. 포르투갈에서 그를 딱 한 번 이긴 적이 있는데, 서로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그의 당구 스타일도 좋고, 그의 보여지는 스타일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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