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A 알사바 회장과 면담하는 아시아바둑연맹 서대원 회장

최근 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이 아시아캐롬연맹 회장까지 겸직하게 되었는 바 대한당구연맹의 위상이 격상됨에 따라 그만큼 역할과 의무도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본연의 임무인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재진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얼마 전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집행이사회, 총회, 100주년 기념 축제를 겸한 행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었다.

그런데 이 행사에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이 이하진 사무국장 내정자 등과 함께 참석했다고 한다. 서 회장 일행이 행사에 참석한 이유는 2019 하노이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의 정식종목 채택을 추진하기 위해 물밑 교섭과 설득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번 출장을 통해 최소한 OCA 임원 및 실무진과 각국 체육회에 바둑을 홍보하고, OCA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익힐 수 있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이번 출장만으로 바둑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이 이뤄질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바둑계의 의지가 OCA에 분명하게 전달되었음이 자명하다.

현재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진입하려고 경쟁하는 종목은 약 19개 종목이다. 개최국 조직위원회에서 추천할 수 있는 종목이 7개지만, 5개는 아시아 5개 지역의 대표 종목으로 선정되므로 실제 남은 종목은 2개밖에 안 된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웬만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아시아바둑연맹에서는 서 회장과 일행을 파견하여 일차적으로 OCA 집행부에 바둑계의 의지를 보여주었고, 추후에는 OCA 본부를 직접 방문하여 쿠웨이트 왕족인 알사바 OCA 회장을 직접 면담하고 다시 한 번 의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OCA 집행이사회
OCA 총회에서 각국 대표들에게 바둑을 알리는 서대원 회장

서 회장이 알사바 회장을 직접 면담하는 이유는 알사바 회장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의 최고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은 OCA 헌장 제68조에 따라 개최국 조직위원회에서 28개 올림픽 필수 종목 이외에 7개 종목을 추천할 수 있으며, OCA 집행이사회 승인과 총회 비준을 받아 OCA 회장이 최종 결정하게 되어 있다.

즉, 알사바 회장이 마지막에 반대하면 집행이사회를 통과해도 종목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식종목 채택의 칼자루는 알사바  회장이 쥐고 있으며, 그를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총회에서 서 회장은 알사바 회장에게 쿠웨이트 소재 OCA 본부를 방문해서 바둑에 관한 비디오 프리젠테이션을 하겠다고 제의했는데, 뜻밖에 바둑 문외한이며 바둑 불모지 쿠웨이트 사람인 알사바 회장이 환영의 뜻을 표하고 일정을 잡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알사바 회장의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일 수도 있고 서 회장 측의 업적 과잉홍보일 수도 있지만, 알사바 회장에게 바둑에 대해 직접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바둑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인 것이다.

OCA는 아시아 45개국으로 조직되어 있고, 총회에는 45개국의 올림픽위원회(체육회) 대표가 참석한다.

아시아바둑연맹에서는 바둑이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대표들에게까지 모두 영문 바둑 규칙 책자와 바둑 소개 DVD 영상을 배포하고 홍보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알사바 회장까지도 바둑계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준 것이라고 판단된다.

바둑은 이번 기회를 통해 집행이사회 통과를 거쳐 총회 비준까지 획책해 볼 것이다. 서 회장 일행의 이번 출장으로 OCA에 관한 황금 같은 경험을 쌓았다.

각종 분과위원회와 집행이사회, 총회 등을 참관하며 OCA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둑계에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이렇게 노력을 하는 이유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 내 바둑 인구 저변을 확대하고 기력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바둑과 관련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과 비종목의 위치가 체육계 내에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체육계에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에 포함되지 않으면 지원에 많은 차이를 두고 있으며, 그만큼 종목 발전이 더뎌지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되기 위한 바둑계의 이런 노력은 당구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지대하다. 바둑은 당구의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경력보다 일천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단 한 번의 정식종목 채택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바둑은 그 당시 4개 종목 중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언론에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반면 당구는 202년에 단 한 번 금메달 획득에 그쳐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OCA 하이더 팔만 OCA 경기국장과 대화 중인 서대원 회장
웨이지종 OCA 종신부회장에게 바둑 소개 영상을 건네는 서대원 회장

당구는 과거 해외 당구계의 거물과 국내 당구계의 각고의 노력으로 간신히 광저우까지는 명맥을 유지했으나, 하필 한국에서 올해 개최되는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당구가 다른 몇 개 종목들과 같이 퇴출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지난해 인천에서 열렸던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의 종목으로 포함되어 버렸으니(이는 바둑도 마찬가지), OCA의 분위기를 대충‘다시 보채지 말라’는 정도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으니 상황이 좋지 않다. 

바둑처럼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어디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2010년 수원 월드컵 대회장에서 당시 대한체육회장, 아시아의 당구총연맹 격 비공식단체의 태국 신두 회장, UMB 회장, 대한당구연맹 회장 등이 모여 비분강개한 후,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를 몇몇이 방문하여 입장을 하소연한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이 아시아캐롬연맹 회장까지 겸직하게 되었는 바 대한당구연맹의 위상이 격상됨에 따라 그만큼 역할과 의무도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본연의 임무인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재진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근자에 한국기원까지 베트남에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우리 안방인 인천에서의 종목 재진입은 시기적으로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스포츠 약체 국가인 베트남 입장에서는 당구가 매력적인 메달 유망 종목이다. 

게다가 쿠웨이트 등 중동 및 서남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스누커는 제법 메달 획득이 유망한 종목이다. 당구가 정식종목일 당시 스누커는 금메달이 5개나 걸린 당구 주종목이었다.

그렇다면 어찌 보면 노력하기에 따라 바둑보다 더 기회가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어떤 단체는 설혹 그것이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종목의 대국적 장래를 위해 뛰고 있는 반면, 당구는 전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단체와 인사들은 깊이 반성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는 카타르 도하,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종목 탈락 위기 때마다 많은 역할을 해주었던 것으로 전해 들은 중국의 웨이지종이라는 중국 및 아시아 스포츠계의 거물이 아직 OCA 종신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니, 어떤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생긴다.

이런 대세와 타 경쟁 종목 단체들의 분발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국내외의 잡다한 대회와 행사 유치에 지원금과 시간을 다 보내고, 국내 단체 간의 혹은 단체 내 임원들 간의 갈등 문제에나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한당구연맹을 비롯한 당구 관련 단체들은 깊이 반성하고 어떤 국면 전환을 위한 노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 당구계 주요 단체가 제 길로 뛰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두드려야 열린다”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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