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한때는 잘 나갔던’이라고 소개한 그는 현재도 독일 랭킹 1위의 실력파 선수다. 그 누구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세계 정상의 자리는 아니지만, 여전히 독일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아직도 월드컵에 모두 참가해서 랭킹 포인트만 차곡차곡 쌓는다면 세계 톱10 진입도 문제 없을 거라며 자신감에 차 있는 그를 보니 역시 정상에 서본 사람만이 정상에 오르는 법을 아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의 당구팬들에게 자신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이름은 크리스티앙 루돌프고, 나이는 48살, 독일에서 왔다. 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 무척 기쁘고 반갑다. 당구를 잘 치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성적이 저조해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잘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시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현재 랭킹은 어떤가?

독일 랭킹은 1위지만 월드 랭킹은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언제, 어떻게 당구를 치게 됐는지 기억하고 있나?

40년 전에, 8살 때 처음 당구를 배웠다. 아버지가 그 당시 독일에서 굉장히 잘 치는 선수셨다. 그때 아버지가 빌리어드룸을 갖고 계셨는데, 덕분에 어린 나이에 당구를 접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당구에 소질이 있었나?

재능이 특출났던 것 같지는 않다. 재능보다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그저 당구가 재미있었다. 재능만으로는 좋은 플레이어는 될 수 있지만, 정말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재능보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당구선수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나? 톱 플레이어를 꿈꿨나?

물론이다.


다른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거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나?

어렸을 때는 누구나가 좋은 직업을 갖길 원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세 학기 만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당구 연습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특히 학기 중에 많은 토너먼트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에 공부와 당구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해야 했다. 결국 난 당구를 선택했다.


대학교에서 전공은 무엇이었나? 당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니 스포츠와 관련된 공부를 하면 좀 쉽지 않았을까?

엔지니어였다.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만약 당구를 안 쳤다면 아마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을 것이다.


멋진 꿈이다. 프로 당구선수로서 출전했던 첫 번째 대회 기억하나?

그럼, 당연하지! 90년에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이었다. 마르코 자네티와 경기를 가졌는데, 그 당시 마르코 자네티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당구선수였다. 그를 상대로 첫 경기를 이겼다. 믿기지 않았다. 그 다음 상대가 블롬달이었다. 블롬달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이길 수 있는 찬스가 나에게 있었는데 아깝게 놓치고 말았다. 그때 나는 단지 무명의 어린 신인 선수였다.


그동안 경기 중 최고 기록은?

1996년에 UMB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얻었다. 그 당시에는 2개의 캐롬 협회가 있었는데, 하나는 아마추어협회였고, 또 다른 하나는 프로당구선수협회였다. 그때 아마추어협회에서는 1위였다. 2년 후인 1998년에 두 협회가 합쳐졌는데, 그때 랭킹이 3위였다. 이후에 내셔널팀챔피언십에서는 1위 네 번, 그리고 아홉 번의 독일 챔피언, 최근에는 2013년 유러피언 챔피언십에서 2위에 올랐다.


그동안의 수많은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대회였나?

첫 번째 프로 월드컵에 참여했을 때 블롬달과의 경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빙의 경기를 펼치면서 마지막 세트에서 내가 경기를 리드하고 있었다. 매치포인트를 남겨두고 아주 간단한 실수 때문에 아깝게 지고 말았다. 그 당시 블롬달은 세계 최고의 당구선수였다. 그런 선수를 첫 데뷔 무대에서 거의 이길 뻔했으니 지금도 그때의 흥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국 당구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에는 엄청나게 좋은 선수들이 많다. 놀랍고 믿기 힘들 정도다. 독일을 포함해 유럽에는 이제 잘하는 선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때때로 유럽 선수들한테 한국 선수들이 왜 이렇게 잘하느냐고 물어보면 한국 사람들은 태어날 때 애버리지 0.8포인트를 아예 갖고 태어난다고 말할 정도다.(웃음)


뭐, 나 같은 예외도 많이 있다.(웃음) 당신이 생각하는 당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쉽지 않다는 것, 어렵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40년 동안이나 당구를 쳐왔는데, 아직도 다 모르겠다.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고, 매일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니까 정해진 정답이라는 게 없다.


당구선수로서의 마지막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내 목표는 월드컵 시드를 받을 수 있는 월드 랭킹 톱 12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1년에 월드컵이 11회 정도 열리는데 지금은 6개 정도밖에 참여를 못 해서 랭킹 회복이 쉽지 않지만, 11개의 월드컵에 전부 출전한다면 랭킹도 자동으로 오를 것이다.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 열심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몇 살까지 당구를 치고 싶은가? 당구를 그만 두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당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레이몽드 클루망도 지금 77살이지만 여전히 당구를 치고 있다. 나도 그처럼 가능한 한 오랫동안 당구를 치고 싶다. 당구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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