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 올림픽

2월 7일부터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덕분에 2월 한 달을 흥미진진하게 보낼 수 있었다.
빙판 위를 달리는 선수들을 밤잠 설쳐가며 응원하고, 메달을 딴 선수들 덕분에 함께 즐거워하고, 비록 메달을 얻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위로하고, 도둑맞은 메달에 하나 된 마음으로 분개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피겨 스케이팅에서 도둑맞은 김연아의 금메달이었다. 점프에서 실수를 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프로그램 모두 클린 연기를 펼친 김연아를 5점이나 앞서며 금메달을 차지한 사건은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부터 오히려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재심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비록 김연아가 금메달은 잃었지만,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피겨 100년사에 처음으로 여자 싱글에서 그랜드슬램(Grand Slam)과 올포디움(All Podium)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피겨계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여자 싱글 선수로 역대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김연아가 이번에 달성한 올포디움은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는 것으로 김연아 선수가 세운 또 하나의 대단한 기록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것을 선언한 그녀이기에 더 이상 피겨대회에서 그녀가 세울 놀라운 기록과 그녀의 아름다운 스케이팅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피겨의 불모지와도 같은 우리나라에 그녀의 뒤를 이을 선수가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동행한 김해진과 박소연 등이 김연아의 뒤를 이어가 줄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김연아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연아 선수의 은퇴와 동시에 피겨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는 않을지 피겨계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피겨 스케이팅은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지금의 관심은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지 피겨라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아니란 말이다. 아닌 말로, 김연아가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국민들이 피겨 스케이팅에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며, 방송사에서는 서로 다투어 중계를 하려고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바로 여기에서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한계가 드러난다.

스타 선수를 통해 반짝 인기를 얻기는 하지만, 결국 선수의 은퇴와 함께 그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게 된다. 당구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은 차유람이라는 스타 선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포켓볼과 당구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지만, 차유람이라는 선수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스타 선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인기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20여 년 전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를 통해 포켓볼이 굉장한 인기를 모아 전국에 포켓볼 전용 클럽이 붐을 일으키며 생겨났지만 결국 몇 년 사이에 모두 문을 닫고 말았다. 처음 생긴 관심을 유지할 만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을 때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불씨가 꺼진 후에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다. 우리가 주니어 선수들을 미리미리 육성해야 하는 이유이고, 피겨계가 김연아의 뒤를 이을 유망주들을 미리미리 키워놔야 했을 이유이다.
아무튼, 더 이상 김연아가 아닌 퀸연아로 불리는 그녀가 세울 새로운 역사는 없지만, 그동안 그녀가 우리에게 준 환희와 기쁨에 감사를 표한다. 아듀, 퀸 연아!

P.S 어느 모임에선가 당구를 올림픽 종목에 넣도록 힘써보겠다는 발언을 들었다. 몇 %의 성공 확률이 존재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에겐 이미 준비된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들이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못다 푼 한, 올림픽에서 풀어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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