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지 를 둘러싼 논란의 내막 전부 공개
13년간이나 발행되었던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회장 박종화)의 협회지 <월간 스포츠당구>가 자진 폐간했다. 전국당구연합회의 홍보 수단으로 그간 큰 역할을 해오던 협회지가 갑자기 폐간됨과 동시에 지난 9월 8일 이사회에서는 협회지 편집인인 사무처장 방기송 씨에 대해 직무정지를 의결하게 되었다.
멀쩡하게 매월 발행되던 협회지가 갑작스럽게 자진 폐간된 이유가 무엇이며,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설립부터 사무처장을 맡아 연합회 내외의 실무를 담당하던 방 씨의 직무가 정지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면서 사실과 다른 추측과 설이 난무하여 전국당구연합회 내부는 물론 당구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협회지 영리사업, 수입·지출 결산 누락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생활체육회의 종목별 가맹단체인 전국당구연합회는 지난 2002년 5월 <월간 당구소식>이라는 제호로 무가지를 창간하여 연합회 회원들에게 무료 보급해 왔다. 회원들에게 전국당구연합회 사업을 홍보하고 후원사를 효율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된 협회지다. 그러나 이 협회지는 당구업계로부터 다량의 유료 광고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영리 행위를 시작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지면의 50% 이상을 광고로 채울 만큼 상업성을 띠게 되었다.
보통은 단체가 소속 회원에게 배포할 목적으로 발간하는 협회지는 단체의 자체적인 예산을 세워 발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업계의 후원을 받더라도 협회지 발행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일정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 이유는 국고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가 영리사업을 하게 되면 세무 보고를 해야 하고 감사, 정보공개 등의 제한적 요소가 따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발단이 된다.
따라서 필요에 의해 이런 위험성이 내재된 영리사업을 하더라도 회계처리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후원사와의 계약에 어려움이 따르거나 다른 사업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게 된다.
그러나 이 금도를 깨고 전국당구연합회의 협회지는 호를 거듭할수록 적극적인 광고 유치를 지향해, 표지에는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와 ‘사단법인 대한당구협회’가 공동으로 발행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부각시키고 홈페이지와 협회지에는 “1만부를 발행하여 전국에 무료 배포한다”라고 선전함으로써 사업 규모를 점점 확대시켜 왔다.
그간 발행된 협회지를 보면 영리사업에 대한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영리사업에 대한 결산 보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수입·지출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전국당구연합회에서는 협회지를 발행하면서 단체의 인력과 사무실을 사용하고, 취재비, 활동비 등을 국고 보조금을 통해 지원받아 제작비 일부를 충당했기 때문에 상당한 광고 수익을 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전국당구연합회는 영리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비영리단체지만, 영리사업을 하게 되면 따로 사업자등록번호를 발급받아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그에 따른 수익은 결산 보고사항이고 단체의 자산이 되며, 세금을 처리한 잉여이익금이 단체의 후원금으로 귀속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결산 자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고 영리사업에 대해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아 세금을 납부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문제가 발단된 것이다.
폐간 사태의 내막
지난 8월 1일 기자가 사무처장 방 씨를 만나 협회지 문제를 제기한 이후 박종화 회장은 ‘폐간 반대, 진상 조사’를 주장했고, 방 씨는 ‘폐간 후 재등록’을 주장했다. 박 회장은 “문제가 있는 협회지를 폐간시켜 교묘히 법망을 피해 가는 것은 사건의 올바른 해결 방법이 아니다. 대의원들과 의논하겠다”라는 입장이었고, 방 사무처장은 “이 잡지는 협회지가 아니다. 개인으로 등록된 잡지이므로 결산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된다면 폐간시키겠다”라는 입장이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엇갈리는 가운데 박종화 회장의 승인 없이 지난 8월 17일 송파구청에 폐간신청서가 제출되었다. 당시 협회지의 발행인은 박종화 회장이었고 폐간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박 회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사에 반하여 협회지가 폐간되었다.
송파구청 담당자에게 폐간 경위를 확인해 보니, 등록증 원본이 반납되었고 편집인인 방 씨가 직접 와서 제출한 폐간신청서에는 ‘폐간 사유: 협회 방침’이라고 적혀 있고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직인이 날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폐간을 승인했다고 답변했다.
협회지를 폐간시킨 사무처장 방 씨는 그 후로 사직서를 내고 지난 8월 28일에 협회지와 동일한 제호의 <월간 스포츠당구>를 강동구청에 신규 등록했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전국당구연합회 이사회에서는 방 씨의 사직서를 반려시키고 징계위원회를 거쳐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이후 국민생활체육회의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협회지 발행과 관련된 사항을 포함한 전국당구연합회 사업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한편, 직무가 정지된 방 씨는 협회지 관련 자료가 들어 있는 컴퓨터와 집기, 그간 발행된 협회지 등을 전국당구연합회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갔으며, 이에 대해 전국당구연합회 진상조사위원회 측은 방 사무처장이 자료를 보존하여 원상 복구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협회지, 개인 잡지 논란
사태가 커지면서 방기송 사무처장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사무처 직원, 그리고 몇몇 대의원에 의해 “그것은 협회지가 아니다. 개인으로 등록된 잡지이며, 임영렬 전 회장 개인의 잡지다”라는 주장이 퍼져나갔다.
전국당구연합회 대의원들은 “발행처가 연합회로 되어 있고, 발행인이 연합회 회장으로 등록되어 무려 13년이나 발간된 협회지를 이제 와서 개인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활체육 동호인 모두가 주인인 협회지를 어느 한 사람이 사유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방 씨 측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개인과 단체로 분류되는 등록유형에 대해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협회지는 실제 ‘개인’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송파구청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간혹 협회지의 등록유형을 개인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지만, 발행처가 합회이고 발행인이 협회 회장이라는 사실이 적발되면 등록유형을 변경시킨다. 관내에서 발행되는 모든 간행물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단순한 등록유형이 간행물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답변했다.
일반적으로 단체에서 발행하는 무가지로 등록되어 그에 따른 혜택을 받았다면 그것은 협회지로 분류된다. <월간 스포츠당구> 역시 같은 조건에서 발행되었으므로 법적 기준에서도 협회지로 분류되어야 한다. 단지 등록유형만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등록시켰다고 해서 거의 모든 기준에 의해 협회지로 알려진 <월간 스포츠당구>가 어느 한 사람의 소유물이 되지는 않는다.
설령 과거 대의원들의 의결에 의해 방 사무처장에게 협회지 사업권을 주어서 개인으로 등록한 잡지라 하더라도, 전국당구연합회의 이름을 빌려 광고 영업을 한 사업이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계약서나 수익배분율에 따른 잉여수익 배분 기록, 결산 보고 등이 전국당구연합회 측 자료에 남아 있어야 하고, 방 씨는 사업 결과에 따라 세입, 세출에 의한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물며 사무처장인 방 씨는 월급을 받는 국민생활체육회의 직원 신분이기 때문에 정관 제64조에 의해 영리 목적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겸직금지 조항에도 저촉된다. 또한, 박종화 회장의 허가 없이 전국당구연합회의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방 씨의 주장대로 협회지가 ‘개인’으로 등록된 단순한 사실로 개인의 사유화가 인정될 수 있다면 폐간 당시에 폐간신청서에 발행인이었던 박종화 회장의 개인 인감이 날인되었어야 하는데, 송파구청에 제출한 폐간신청서에는 전국당구연합회의 직인을 사용하고 폐간 사유를 방 씨가 직접 '협회 방침'으로 적시하였다는 점에서 폐간된 <월간 스포츠당구>는 개인의 것이 아닌 협회지임이 자인되었다.
(계속)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김주석 편집장
thebilliards@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