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본 당구대 기사들 중 가장 젊은 것 같다. 스타일도 그동안 만난 당구대 기사분들과 다르다. 그냥 봐서는 당구대 설치 기사인 줄 모르겠다. 테이블 설치는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가?
22살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벌써 20년이 넘었다. 주 활동 무대는 대전이고, 같이 일해 본 사장님들의 추천으로 서울과 경기지역의 일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대전 당구장의 당구대 70~80%는 내가 다 설치한 것이다.
테이블 조립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예전에 대전당구협회에 이익훈 씨가 계셨는데, 그분을 알게 돼서 그분 밑에서 기사 일을 돕다가 대전당구협회 사업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샘테이블이 다시 수입되면서 샘테이블 전문 기사로 활동 중이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당구대를 조립하고 수리해 봤을 텐데 그중에서 샘테이블은 어떤 테이블인가?
샘테이블 설치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샘테이블은 설치 후에 수평 맞추기가 편리하다. 보통의 테이블은 수평이 틀어지면 전부 뜯어내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샘테이블은 끝쪽 돌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그걸 살짝 올렸다 내렸다 하면 수평이 나온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른 수입 테이블도 있지만 샘테이블처럼 수평을 맞추기가 편리한 테이블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샘테이블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초기에는 당구대 위틀(일명 덴방)의 높이가 40mm 가까이 나오는 것도 있어서 공이 쿠션에 맞고 묻히니까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37~37.5mm까지 높이가 낮아져서 공이 잘 구른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샘테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고무쿠션을 보호하는 커버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쿠션 위에 라사지를 곧바로 씌우는 반면, 샘테이블은 쿠션을 라사지로 감싸기 전에 쿠션 커버로 한 번 더 덧씌운다. 대부분 유럽의 테이블들은 프랑스 회사 제품의 고무쿠션을 사용하는데, 고무쿠션에서 철분 성분이 나온다.
오랜 시간 사용하다보면 그 철분 성분이 라사지에 그대로 녹으로 묻어나 공이 부드럽게 구르지 않고 심지어는 라사지까지도 변색되는 경우도 있다. 샘테이블은 이런 세세한 부분 때문에 테이블의 컨디션이 굉장히 오래 유지된다.
수입 초창기에는 이 고무쿠션 커버의 용도를 알지 못해서 전부 벗겨 내고 라사지를 씌웠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그리고 샘테이블은 다른 당구대에 비해 볼트 수가 많아서 공이 쿠션에 맞고 나갈 때 소음이 거의 없다.
그만큼 테이블을 단단히 잡아준다는 소린가?
맞다.
요즘은 수입 테이블만큼 우리나라 테이블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수입 테이블을 선호한다. 이유가 뭘까?
수입 테이블이 비싼 이유는 유통 구조때문이라기 보다 원자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유럽의 테이블 회사들은 브라질 돌이 좋다고 하면, 브라질 돌을 쓰려고 하고, 이태리산 돌이 좋다고 하면 이태리산 돌을 쓰려고 하고, 아프리카산 돌이 좋다고 하면 아프리카산 돌을 쓰려고 한다.
그만큼 좋은 자재를 찾아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최상의 자재를 쓰고 있다. 목재 같은 경우도 외국산 테이블은 원목을 많이 사용하고 목재를 말리는 과정이나 여러 공정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테이블을 만들기 때문에 당구대 가격이 올라가고 또 사람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테이블도 그동안 엄청난 성장을 거쳐왔다. 하지만 워낙 캐롬 당구대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금방 만들어서 팔아야 해서 목재를 말리거나 오랜 숙성 시간을 갖기 쉽지 않다는 점이 좀 아쉽다.
당구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안 중요한 부분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수평이라고 생각한다.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돌이 가장 중요한 데, 돌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슬레이트석 같은 사석, 즉 죽은 돌을 써야 한다. 간혹 화강암을 이용해 당구대를 만드는 업체가 있는데, 화강암은 살아있는 돌, 활석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이 올 수 있다.
당구대 설치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당구클럽에 테이블을 설치할 때 최대한 영업시간에 맞추려고 한다. 당구대 10대를 하루종일 설치할 수도 있지만, 5대 먼저 설치한 후 영업하고 그 사이 숙소를 잡아서 잠시 쉰 후에 영업시간이 아닐 때 나머지 5대를 작업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경우 나는 경비가 더 많이 지출되지만, 당구대 설치 때문에 당구장이 영업을 못 하면 안 되니까.
그리고 처음 설치할 때 제대로 설치하자는 것이 내 방식이다. 가끔 설치를 하다 보면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난다. 그 부분을 일일이 다 잡아서 완벽하게 설치를 해야 하는데, 가끔 수평 체크나 라사지를 갈기 위해 당구장에 갔다가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 당시에 사용만 할 수 있게 설치만 해놔서 거의 세팅을 다시 하다시피 하고 나올 때도 있다. 그런 부분을 보면서 내가 설치하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계속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놔야겠구나, 나중에라도 다른 기사님이 작업하러 왔을 때 제대로 작업할 수 있게 만들어 놔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처음에 중대만 설치할 때는 이런 고민도 없었다. 하지만 대대를 설치하면서 거의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으로 일을 시작했고, 이제는 중대도 대대처럼 설치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설치한 중대는 변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당구대 설치 기사로 지내오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테이블 설치가 험한 일이라 후진양성이 안 된다는 점이다. 힘든 직업이다 보니 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 그게 가장 아쉽다. 영업 시간을 피해서 일해야 하니까 밤에 일하고 낮에 자야 하니 더 힘들다. 테이블 세팅이야말로 당구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당구장을 경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당구대를 관리하는 팁을 좀 알려주기 바란다.
테이블은 얼마나 비싼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요즘은 나쁜 테이블이 없다. 테이블도, 라사지도 다 잘 나온다. 대신 관리를 잘 못 해주면 그만큼 수명이 빨리 주는 것이다. 테이블은 관리가 80~90% 좌우한다. 테이블 청소를 잘 못해서, 테이블 관리를 잘 못해서 테이블이 나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당구장마다 관리 방법도 다 다르다. 한 번은 4구 테이블에서 소리가 자꾸 난다고 해서 쿠션지도 갈아주고, 쿠션 높이도 높였다, 낮췄다 별짓을 다하는데도 계속 소리가 난다는 거다. 청소는 잘하느냐고 물었더니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 가만히 지켜봤더니 당구대 바닥만 엄청 열심히 닦고 쿠션은 청소를 안 하길래 왜 쿠션은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여기는 안 한다고 하더라.
원인은 거기에 있었다. 쿠션 날도 항상 깨끗이 청소를 해줘야 한다. 그 부분에 먼지가 쌓이면 소음이 많이 난다. 당구대의 소음은 거의 쿠션에서 나온다. 먼지가 없어야 정전기도 안 나고, 공도 부드럽게 다닌다. 쿠션지만 갈아도 새 테이블처럼 쓸 수 있고, 간혹 바닥은 C지를 쓰고 쿠션만 좋은 라사지를 쓰는 당구장도 있는데, 특지나 A지는 C지보다 더 청소를 잘해줘야 한다. 차라리 청소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쿠션도 C지를 쓰는 게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