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당구용품 수입업체의 이벤트 대회가 취소되면서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공문 발표 이후 취소된 김치빌리아드 리그전
당구를 사랑하는 많은 마니아들이 1년을 기다려 온 ‘2015 구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3쿠션 월드컵은 다른 종목처럼 국가대항전이 아니라, 시리즈 형식의 투어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모든 당구선수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특별한 3쿠션 월드컵이지만,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한계로 인해 관심과 성원에 비해 큰 스폰서가 붙지 않는 안타까운 대회이기도 하다.  

올해도 스폰서를 찾지 못해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각 대륙을 돌며 열리는 3쿠션 월드컵은 그 권위와 명성이 세계 3쿠션을 대표하는 가장 유서 깊은 대회다. 3쿠션 선수들은 물론, 3쿠션을 사랑하는 전 세계 모든 당구팬들에게도 가장 중요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UMB 세계 랭킹이 부여되는 랭킹 이벤트인 만큼 3쿠션 선수들은 한 대회, 한 대회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얼마 전 UMB(세계캐롬당구연맹)의 규정이 바뀌면서 세계 랭킹의 변화가 극심해짐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놀라운 기량으로 인해 월드컵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이러한 월드컵을 치르는 3쿠션 선수들 대부분의 목표는 세계 랭킹 12위 진입이다. 시드를 받는 세계 랭킹 12위까지의 선수들과 와일드카드 등 초청을 받는 선수들은 UMB와 개최국에서 제공하는 항공권과 숙박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회 출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반면, 시드를 받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은 항공권과 숙박 등의 체재비를 자비로 부담하면서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대회는 먼 거리의 유럽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제러미 뷰리 같은 선수도 랭킹 12위에서 밀려나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구리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직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탓이다. 유능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선수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경기단체의 몫이지만, 유능한 선수 자원과 인프라를 갖고도 이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UMB로서도 할 말은 없게 만든다. 이번 구리 월드컵이 끝나고 이에 관한 논쟁이 격렬하다.
 
대한당구연맹 게시판은 한동안 불만을 성토하는 선수와 마니아들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뭇매를 맞았고, 여론은 대한당구연맹이나 UMB와 같은 단체가 갖는 선수에 대한 권리의 자격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이번 구리 월드컵 이후에 예정되었던 한 당구용품 수입업체의 이벤트 대회가 취소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취소가 된 이벤트 대회는 월드컵 이후에 그 수입업체가 운영하는 당구클럽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한당구연맹에서 ‘승인하지 않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에 대한 제재’ 공지를 발표하면서 이벤트 대회는 취소될 수밖에 없었고, 대회에 출전하기로 되어 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 업체의 후원을 받는 톱 랭커 프레데릭 쿠드롱까지도 이와 관련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disgust(역겨움, 혐오감)”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전해 들은 UMB에서는 “승인하지 않은 대회에 UMB 소속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은 안되며, 대한당구연맹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월드컵 대회 기간을 전후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유명한 외국 선수들은 당구클럽이나 일부 당구업체의 초청으로 동호인들과 함께 소소하게 이벤트 경기나 사인회를 하며 한국 당구팬들과 유대를 갖는 일이 많아졌다. 한국의 당구팬들은 세계 톱 랭커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초청받은 선수들은 여비라도 보탤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정도라면 선수 개인의 일정이니 주최 측인 UMB나 대한당구연맹에서도 나서서 제재하지 않고 넘어가는 수준 정도로 인식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규모가 커지면서 불거졌다. 
 
사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은 이번에만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다른 업체에서 월드컵 이후 한국에 들어온 세계 톱 랭커들에게 일정 금액의 ‘파이트 머니’를 주고 월드컵 기간 이후에 업체의 이름을 건 이벤트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대한당구연맹(UMB도 같은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측에서 이벤트 대회 개최를 승인하지 않음으로 인해 한동안 치러졌던 이벤트 대회가 계속해서 개최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상 김치빌리아드 초청 리그전을 제재한 대한당구연맹 공문
 
승인이 나지 않았던 이유는 당연하다. 월드컵은 대한당구연맹의 단독 사업이 아니다. UMB라는 세계 경기단체가 주최하는 사업이고,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UMB의 선수들이다. 고로 그 선수들에 대한 권리의 최종 컨펌은 UMB의 의견대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 UMB의 선수를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승인이 필요하다. 설상 그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한들 현실은 다르지 않다. 

당구는 전통적으로 하우스 대회가 많다 보니 그런 이유로 보통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엄격하게 따진다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문화, 체육 이벤트 사업을 하는 것이다.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승인 권한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있고 당구는 그 산하단체인 대한당구연맹과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에서 아마추어와 엘리트를 관리한다.
 
작은 하우스 대회까지 모두 관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지사항을 띄우고 양 단체에 소속된 선수들의 출전이 포함된다면 사전 승인을 받는 것이 절차다. 

이번에 한 업체에서 계획했던 이벤트 대회는 월드컵 상금과 똑같은 규모의 상금을 내걸었다. 업체에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라고 해도 구리 월드컵 출전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선수들은 UMB의 룰을 따라야 한다. UMB와 주최측인 대한당구연맹은 대회 기간 동안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들은 선수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출국하는 순간까지 선수들의 안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들이 의무를 다했든 못했든 간에 그들을 대신해서 선수를 책임을 질 명분이 다른 개체에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종목은 국제대회 이후에 스케줄을 승인하지 않고 출국시킨다.   

만약 어떤 개체가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 중 당구를 담당하는 두 단체에 승인을 받고 소속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공식 대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 절차다. 승인되지 않은 대회에 선수들을 임의로 출전시키는 것 자체가 선수를 위한 일이 아니다. 체육 단체와 후원사 사이에 낀 선수들만 눈치를 봐야 하고 애먼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말이 많지만, 이번 이벤트 대회는 눈 감고 지나쳐 줄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는 사실과 주관 개체에서 사전 승인 요청도 없었다는 것으로 인해 경기단체 측의 대응이 과하다고만은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비즈니스도 절차와 규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당구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앞으로 절차를 지킬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세워져야 한다.
 
 
<빌리어즈> 김주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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