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월드컵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런데 짧아도 너무 짧게 끝났다. 목 놓아 기쁨의 함성을 외칠 날만 4년을 손꼽아 기다려 왔건만 예선 리그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마음껏 기뻐해 보지도 못하고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흔히 몸을 많이 쓰지 않는 당구를 사람들은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축구가 그러하듯 스포츠라 하면 달리고 부딪치고 뭔가 역동적인 움직임을 상상하지만, 당구는 그렇지 않다. 달리는 대신 테이블 주위를 걷고, 몸을 부딪쳐 기선을 제압하는 대신 눈빛과 집중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그래서 우리는 당구를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알제리에 2-4로 대패한 후 벨기에에 0-1로 진 우리 축구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전 축구국가대표 선수이자 현 KBS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사람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이영표 해설위원은 모든 시합이 끝난 후‘축구는 결국 멘탈 게임이다’라는 결론을 지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지만, 말 그대로 모든 스포츠는 멘탈 게임이다.
“축구선수에게 멘탈이란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약한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또 졌을 때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도, 이겼을 때 쏟아지는 칭찬을 가려 들을 줄 아는 것도 모두 멘탈에 속한다.
심지어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이 곧 경기장 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멘탈이다. 그렇기에 멘탈은 경기 당일날‘한번 해보자!’라고 외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멘탈은 훈련장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한 기술로 날마다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유럽축구를 쉽게 접하는 국내 축구팬들 중 일부는 이제 우리도 정신력 타령 그만 하고 기술 축구 좀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환상적인 기술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바로 강력한 멘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하나같이 멘탈을 언급하는 이유도 박빙의 경기에서 경기 결과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기술이나 전술이 아니라 바로 멘탈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이영표 해설위원의 SNS 중)
비단 축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구 역시 3쿠션이든, 풀이든, 스누커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완벽한 기술은 그들의 강력한 멘탈에서 나오는 것이다. 프레데릭 쿠드롱이나 토브욘 블롬달 등 세계 톱 플레이어들이 인터뷰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바로 멘탈이다. 강한 정신력이야말로 최고의 무기인 셈이다.
비록 한국은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직도 월드컵이 한창이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최고의 멘탈을 가진 축구팀이 가려질 테니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축구는, 아니 당구도, 결국 멘탈 게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