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의원 B씨, “파면당한 방 씨 고발 취하하고 권고사직으로 돌리자”
[빌리어즈=김주석 기자]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회장 박종화)의 사무처장 비리 혐의로 인해 발단된 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체육단체 통합을 앞두고 몇몇 이사진과 대의원들이 ‘파면당한 사무처장 방 모 씨의 복권과 동시에 박종화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서 균열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상급단체인 국민생활체육회에서는 고소, 고발, 징계와 진정이 난무하고 있는 전국당구연합회 내분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20일 ‘전국당구연합회 대의원 및 이사 간담회’를 주최했다. 간담회에는 20여 명의 대의원과 이사들이 참석하여 의견을 나누었는데, ‘박종화 회장의 사퇴와 방 처장의 복권’을 주장하는 측과 ‘박종화 회장을 중심으로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는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고성과 막말이 난무한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난해 2월 박종화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 전국당구연합회 회장대행이었던 부회장 A씨가 간담회 자리에서 “박종화 회장을 학력 위조와 조직 사유화로 청와대에 진정을 넣었다. 박 회장은 모든 사태를 9월 이전으로 되돌려 놓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A씨는 지난해 말 ‘국민신문고’를 통해 박종화 회장의 허위 학력과 조직 사유화 등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당구연합회 내부에서는 진정인이 누구인지를 놓고 말이 많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소속 단체의 부회장인 A씨가 직접 민원을 넣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전국당구연합회 한 임원은 “단체의 부회장이면서 회장대행을 했던 사람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얼마든지 단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지 않은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사회 임원 신분인 A씨가 이사회와의 논의 없이 돌출 행동을 한 것으로 보고 내부에서는 부회장 A씨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열린 간담회를 주관한 국민생활체육회 종목육성부는 최근 사무처장 방 모 씨가 파면을 당하면서 일어난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사태에 대해 내부적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
▲ 징계를 받은 대의원 및 이사들의 징계 해제
▲ 박종화 회장과 대의원 간의 소송 갈등 해결
▲ 박종화 회장에 대한 의혹 제기 중지 등을 기본 안으로 놓고 사태를 잠재우려 했다.
이에 박종화 회장은 국민생활체육회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징계 해제와 고소, 고발 취하’ 등을 약속했으나, 몇몇 대의원과 이사진은 뜻을 굽히지 않고 “박종화 회장이 자진사퇴하고, 방 처장에 대한 고발 건까지 취하하라”고 요구하면서 마땅한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국민생활체육회 종목육성부에서는 “방 씨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논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형사적 단계에 접어들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러분들이 공적인 것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 어떤 사심이 들어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다”고 박종화 회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측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태를 전해 들은 체육계 관계자들은 “당구가 씨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씨름협회는 지난해 사무국장이 비리로 처벌을 받고 내부적 갈등을 겪다가 끝내 지난 1월 27일 관리단체로 지정되었다. 대한씨름협회는 새 회장을 선출하여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대한체육회가 징계를 받은 전 사무국장의 세력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으로 회장 인준을 거부하고 대한씨름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항간에서 “박종화 회장을 사퇴시키고 새로운 회장으로 모 원로를 회장에 앉혀서 방 씨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는데, 이번 간담회에서 방 씨 측 대의원으로 알려진 모 대의원이 “전국당구연합회가 방 처장을 고발했으니, 고발도 취하하고 파면이 아닌 ‘권고사직’ 정도로 마무리하자”고 주장하면서 “결국 박 회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이 전 사무처장 방 씨의 파면, 횡령 고발 등을 취소시키고 되돌리려는 것이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횡령으로 고발된 사건은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발 취하가 안 된다. 방 씨에게 내려진 파면 징계도 국민생활체육회에서 파면 결정을 내려 보고가 끝난 사항이고, 방 씨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간에 어떤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시기도 놓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도대체 왜?
통합 앞두고 회장 나가라는 이상한 단체
체육단체 통합이라는 역사적인 일을 앞두고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에서는 지난 몇 개월간 이상한 일이 벌어져 왔다. 지난해 2월 개인 자금으로 3,000만 원을 후원한 당구계 유일한 회장인 박종화 회장을 갑작스럽게 대의원과 이사 몇 명이 ‘학력, 나이, 가족관계’ 등을 문제 삼으며 탄핵을 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박종화 회장은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무처장의 비리 의혹을 조사한 것에 대한 그의 측근 임원들이 보복을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맞섰다. 그러자 탄핵을 주장하던 대의원 B씨가 박 회장을 불러내 전치 3주의 폭행을 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 회장이 폭행으로 고소하자 대의원 B씨도 박 회장에게 맞았다며 맞고소를 했다. 대의원 B씨는 시도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사퇴서를 보내왔고 사태는 진정되는 듯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부회장 A씨가 국민신문고에 박 회장을 학력 위조, 조직 사유화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다시 점화되었다.
부회장 A씨는 박 회장을 폭행하여 물러난 대의원 B씨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박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1월 20일 간담회 자리에서는 국민생활체육회 직원들과 전국당구연합회 임원들이 듣는 자리에서 “내가 3,000만 원을 대신 내주겠으니 그만 회장에서 사퇴하라”는 알 수 없는 말까지 꺼냈다.
도대체 왜, 이들은 멀쩡한 회장을
통합을 앞두고 갑자기 사퇴하라는 것일까.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측은 “박종화 회장의 문제에서 시작되었으므로 박 회장이 사퇴하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측은 “사무처장 방 씨의 복권을 목적으로 박 회장만 쫓아내면 다른 사람을 회장을 앉혀 놓고 누군가 다시 조직을 장악하려는 수작이다. 박 회장은 오히려 16년간 사유화되었던 조직의 비리를 해결한 공적이 크다”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상급단체인 국민생활체육회에서도 이에 대해 내부 봉합을 추진했지만,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것처럼 보이자 사태 해결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박종화 회장은 이들의 요구대로 관련자의 징계를 모두 풀고 폭행까지 가한 대의원의 고소도 취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박 회장의 사퇴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박종화 회장을 사퇴시키겠다’는 측이 지나치게 완강하게 나오면서 연합회는 파행을 거듭하며 통합추진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 법정시한인 3월 말까지 통합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당구선수와 동호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직원들 계좌로 연합회 자금 이체한
전국당구연합회
후원금 등 직원 계좌로 흘러들어 간 정황 포착, 경찰 수사 의뢰할 것
직원 C씨, 연합회 자금 4,000여만 원 개인용도로 사용 밝혀져
<빌리어즈>의 2015년 11월호 기사 ‘사무처장 파면, 그리고 그후’에서 제기되었던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관련 의혹에 대해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서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후원금과 자체사업 자금 등이 직원들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되었고 일부 혐의가 인정되어 경찰에 고발될 전망이다.
전국당구연합회는 지난 ‘2014년 문광부 감사’에서 “자체사업과 후원금 등이 전국당구연합회 계좌가 아닌 직원들의 개인 계좌를 사용하고, 적자가 나면 연합회 운영비를 직원 개인계좌로 이체시키면서도 이를 이사회, 총회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관련자인 사무처장 방 씨와 직원 C씨와 D씨 등을 징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8월에 임시이사회를 열어 해당 직원들을 최소 징계인 견책(훈계) 처리했으나, 감사 결과를 무시하고 2015년에도 계속해서 자체사업을 직원 개인 계좌로 받는 똑같은 수법으로 해오다가 지난해 12월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적발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문광부 관계자는 “통합된 단체에는 비리 혐의가 있는 직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깨끗하고 공정한 단체를 만들기 위해서 관련 사항에 대해 규정대로 처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의 1차 조사 결과는 오는 3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김주석 기자
thebilliards@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