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오른 캐롬 3쿠션의 메달리스트들 (왼쪽부터) 은메달 이상천, 금메달 황득희, 동메달 시마다 아키오(일본)

37억 아시아인의 대축제,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37개 종목 중 한 종목으로 참가하는 당구 경기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동주대학교 특설경기장에서 열렸다. 전체 44개 참가국 중 22개국 총 137명의 선수가 캐롬, 포켓볼, 스누커, 잉글리시빌리어드 종목에서 각 10개의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걸고 국가대표로서 열띤 경합을 벌였다.


 

명승부로 기록된 김정겸(왼쪽) 대 트란딘호아의 캐롬빠띠리브레 종목 준결승전

캐롬 3쿠션에서 황득희 금메달, 이상천 은메달 획득

캐롬 3쿠션에서는 한국의 이상천, 황득희와 일본의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시마다 아키오, 히다 아키라의 4파전이 예상되었다.

풀 9볼 복식 결승전. 5-2로 한국이 필리핀을 앞서고 있다.

황득희는 1회전에서 말레이시아의 모룬홍을 50:16으로 쉽게 물리치고, 2회전에서는 풀 9볼 세계 최강자인 필리핀의 에프런 레이즈를 50:33으로 꺾으며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관심을 모은 황득희와 시마다 아키오의 준결승전에서는 황득희가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며 앞서나가 단 한 차례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채 50:29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이상천은 첫 경기부터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베트남의 당딘티엔에게 50:30으로 승리했지만, G·A 1.0을 기록했고, 2회전에서도 승리하기는 했으나 역시 G·A 1.0을 기록해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다. 이상천은 준결승전에서는 필리핀의 그란디아 레이날도를 만나 31이닝 만에 50:17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금·은메달을 확보한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전은 관중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금·은메달의 빛깔의 차이를 놓고 겨루는 두 선수는 자못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내내 G·A 2.0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던 황득희는 초반부터 쉴 새 없이 몰아붙여 시종 10점 차 이상의 리드를 유지하며 이상천을 27이닝 만에 50:24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였으며, 이상천은 은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결승전에 앞서 벌어진 3, 4위전에서는 시마다가 레이날도를 50:21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였다.


 

폴 9볼 복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정영화(오른쪽)과 김원석이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흔든다

캐롬 빠띠리브레에서는 김정겸, 아쉽게 메달 놓쳐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예상되던 빠띠리브레 종목에서는 뜻밖의 복병 베트남이 금·은메달을 모두 차지하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대회 중 가장 멋진 명승부의 하나로 꼽히는 경기는 한국의 김정겸과 금메달리스트 베트남의 트란딘호아의 준결승전. 김정겸은 H·R 141점을 기록하며 14이닝까지 279:66으로 크게 앞서나갔다. 김정겸의 결승 진출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트란딘호아는 1회전에서 400점을 단 큐에 쳐낸 유일한 선수인 데다 2회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의 마찌다 타다시를 8이닝 만에 400:41로 꺾은 저력을 보여 관중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트란딘호아는 15이닝에서 135점을 치며 283:201로 추격했지만 23이닝까지 340:304로 김정겸이 앞서나가 승리를 굳히는 듯했다. 25이닝까지 제한이기 때문에 2이닝만 앞서면 김정겸이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24이닝에서 트란딘호아는 60점을 쳐내 344:364로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김정겸은 나머지 2이닝에서 만회하지 못해 344:371로 2시간 45분의 혈전에서 분패하고 말았다.

트란딘호아는 결승전에서 같은 베트남의 둥호앙안을 16이닝 만에 400:142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3, 4위전에서는 일본의 고바야시 노부아키가 김정겸을 22이닝 만에 400:149로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의 김효수는 1회전에서 고바야시를 맞아 초반에 리드했지만, 고바야시의 탁월한 세리 능력에 주도권을 빼앗겨 결국 351:202로 패하고 말았다.

 

폴 9볼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양칭쑨

풀 9볼 개인전에서 정영화 동메달 획득

정영화는 16강전에서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대만의 기대주 첸후앙우를 9-4로 크게 앞섰지만, 막판 추격을 허용해 10-10 동률을 이뤘고, 마지막 세트에서 혼전을 벌였다.

그러나 경험과 기량에서 앞선 정영화가 마지막 9볼을 포켓에 넣으며 명승부의 종지부를 찍고 8강전에 진출했다. 정영화는 4강전에서 워렌 키암코와 대결을 펼쳤다.

경기 초반에는 정영화가 약간 앞서나갔으나 중반 이후부터 키암코가 따라붙어 후반에는 8-8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정영화는 경기 운이 따르지 않아 연달아 3세트를 내주며 8-1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기대를 모았던 박신영은 32강전에서 일본의 오하시 기요타카를 11-6으로 여유 있게 물리쳤으나 16강전에서 강호 안토니오 리닝에게 8-11로 역전패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대만의 양칭쑨은 4강전에서 안토니오 리닝과 숨 막히는 풀세트 접전 끝에 11-10으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도 빈틈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보인 양칭쑨은 키암코를 11-3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3, 4위전에 나간 정영화는 안토니오 리닝을 11-5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폴 9볼 복식 금메달리스트 부스타만테

풀 9볼 복식전에서 김원석·정영화 조가 은메달 차지

김원석·정영화 조가 대표로 출전한 한국은 1차전에서 태국을 11-7로 꺾고 2차전에서는 싱가포르를 11-4로 물리치며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준결승전 상대는 98년 세계 챔피언 다카하시 쿠니히코와 국내 최고의 실력자로 꼽히는 도시가와 아키쿠모의 일본 팀. 그러나 경기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일본 팀은 선수끼리의 차례를 바꾸어 경기를 하다가 파울을 범했고, 20여 분간의 항의가 결국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끈덕지게 따라붙은 뒷심 좋은 일본이 한국을 8-9로 역전시켰을 무렵 2시간 45분의 시간제한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브레이크 차례마저 일본에 돌아가 일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태. 도시가와의 브레이크 샷이 스크래치를 범하며 마지막 기회가 한국에 왔다.

정영화는 1번 볼을 살짝 맞히고 수구로 9번 볼을 맞히는 고난도의 샷을 구사하며 9-9 동점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한국의 브레이크 샷. 정영화의 브레이크 샷이 아무 공도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았으나, 코너에 서 있던 9번 볼을 밀려오던 7번 볼이 쳐내며 홀인원을 기록, 순식간에 10-9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는 시간제한으로 경기는 끝나고 한국은 결승전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일본은 긴 인터벌과 심판 판정에 대한 불복 등으로 낭패를 보고 말았다.

 

폴 9볼 복식 금메달리스트 안토니오 리닝

결승전에서는 프란시스코 부스타만테와 안토니오 리닝이 호흡을 맞춘 필리핀과 대결, 한국이 5-2로 앞서나갔으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끝에 필리핀이 힘겹게 9-1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가져갔고 한국은 은메달을 차지하였다. 

한편 풀 8볼 개인전에 출전한 류승우는 선전을 펼치며 8강전까지 진출했으나 싱가포르의 탄티앙분에게 1-9로 패해 탈락했고, 이열은 1회전에서 인도의 아심 모하메드에게 5-9로 패하여 탈락했다.
 

잉글리시빌리어드에 출전해 잠시 숙고하는 이완수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는 참가에 의미 부여

스누커의 팀전에는 박승칠, 이완수, 이재호가 출전했는데, 1회전에서 브루나이에 0-3으로 패해 탈락하였다. 복식에는 박승칠, 이재호가 출전해 캄보디아에 2-3까지 가는 선전을 펼친 끝에 아깝게 탈락했다.

단식전에서는 이재호가 첫 경기에서 캄보디아의 취린 소판나를 2-1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지만, 은메달리스트인 샤넬라 수포이에 0-3으로 패해 탈락했다. 박승칠은 1회전에서 대만의 쿠친웨이에게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잉글리시빌리어드의 복식전에서 박승칠·이완수 조는 강호 파키스탄에게 0-2로 패해 탈락했다. 단식전에 출전한 이완수는 금메달리스트인 태국의 차이타나사쿤 프라프루트에게 0-2로 졌으며, 박승칠도 말레이시아의 모룬홍에게 0-2로 패해 탈락했다.

 

 

빌리어즈 김기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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