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도하 기자] 황제가 이번에 전설을 또 한 번 넘어설 수 있을까.
'스누커 황제' 로니 오설리번(47·잉글랜드)이 프로 스누커 월드챔피언십 통산 8승과 대회 2연패에 도전, '스누커 황제' 스티븐 헨드리(54)를 제치고 현대 스누커에서 가장 많은 월드챔피언십 우승자로 기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설리번은 지난해 '2022 월드스누커투어(WST)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은퇴한 헨드리(54)와 통산 7승으로 동률을 기록했다.
월드챔피언십 7승은 현역 선수 중 최다승인 동시에 스누커 종목이 프로로 정착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가장 많이 우승한 기록이다.
현역에서 존 히긴스와 마크 셀비(각 4승), 마크 윌리엄스(3승) 등이 오설리번의 뒤를 쫓고 있지만, 오설리번과 헨드리가 기록한 7승을 넘어서는 것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헨드리와 오설리번은 현대 스누커에서 가장 독보적인 선수다. 90년대 헨드리에 이어서 2000년대 이후 오설리번의 시대가 열렸고, 이 두 선수가 프로 스누커의 30년 넘는 세월을 나눠 가졌다.
지난 2012년에 43세의 나이로 비교적 일찍 은퇴한 헨드리는 90년대 프로 스누커 무대를 완전히 평정했다.
90년 4월부터 98년 5월까지 8년 넘게 프로 랭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무려 418주나 랭킹 1위에 오른 헨드리의 이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그 시기에 헨드리는 92년부터 96년까지 5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고, 90년과 99년에 두 차례 더 우승하면서 통산 7승으로 현대 스누커 선수 중 최다승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헨드리는 메이저 랭킹 타이틀도 36회나 차지해 오설리번(39승)이 2020년에 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2005년부터 무려 15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오설리번은 이러한 헨드리의 전설을 넘어선 유일한 프로 스누커 선수다. 랭킹 토너먼트 통산 승수에서 39승으로 헨드리를 앞질렀고, 월드챔피언십은 동률을 이뤘다.
2002년 5월 7일에 처음 랭킹 1위에 올랐던 오설리번은 52주 동안 1위를 지켰다. 이후 2004년과 2008년에 각각 104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에는 오설리번이 총 260주를 랭킹 1위에 오르면서 헨드리의 뒤를 이은 '오설리번의 시대'를 열었다.
맥시멈 브레이크(15:11), 센추리 브레이크(1198:777) 등 경기 기록과 통산 상금에서도 213억원을 기록하며 143억원의 상금을 벌고 선수 생활을 마친 헨드리를 크게 따돌렸다.
현역 선수 중에서 이런 오설리번을 기록으로 비교할 만한 선수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프로 32년 차인 오설리번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록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오는 15일 잉글랜드 셰필드에 있는 크루시블극장에서 개막하는 '2022 카주 월드챔피언십'에서 월드챔피언십 우승 기록에 한 차례 더 도전한다.
오설리번은 13일 영국의 유로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는 결코 종목보다 큰 선수가 아니다. 그저 하나의 퍼즐 조각일 뿐이다. 단지 스누커 역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선수와 비교되는 것보다 내가 가진 표준과 비교하고 싶다. 항상 내가 가진 최고 기록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프로 선수를 계속할 계획인지 묻는 기자의 말에 "스누커를 계속할 계획이다. 나는 아직도 스누커를 사랑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경쟁을 좋아하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스누커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