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조명을 LED로 무상 교체해 드립니다.”
“정부 에스코(ESCO) 자금으로 초기비용 없이 최고급 LED등기구로 바꾸어 드립니다.”

이런 말들을 당구클럽 운영자들은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를 받거나 영업사원이 직접 방문하여 교체를 종용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필자의 본업인 전기조명과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당구업계 관계자들에게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이런 빗발치는 전화와 영업사원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가에서 에스코(ESCO) 기금을 마련한 건 사실이다. 늘어나는 전기 사용량을 대처하기 위하여 공급을 늘리려면 발전시설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 문제와 부지 문제 그리고 위험성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발전시설의 확장보다는 사용량 절감으로 자금을 쓰는 쪽이 현명하다고 판단되어 시행되는 국가 권장 정책이다.

에스코 기업은 에너지 사용자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기존에 보유 중인 에너지 사용 시설을 개체 보완하는 것이 기술적,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이 기술, 자금 등을 제공하고 투자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말한다.

많은 장점을 가진 이 에스코 기업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약 42개국에서 시행 중에 있다. 한국에는 1992년에 4개 업체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증가해 왔으며, 2011년 말 기준으로 236개의 에스코 기업이 등록하여 활동 중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에스코 등록업체가 정부자금이 아니라 개인자금으로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에스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여기에 숨겨진 편법들이 난무하면서 우리 당구클럽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 무척 안타깝다.

우선 정부 자금을 당구클럽에 가져다가 쓴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선전만 그런 식으로 할 뿐 결국 현실적으로 당구대 위에 달리고 있는 LED조명은 대부분 정부에서 인증하고 있는 제품이 아닌 저급한 품질의 제품이고, 정부가 대준다는 자금은 지역 조명업체가 시행하는 외상이나 할부의 개념에 불과한 자금이다.

정부의 에스코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인증하는 제품을 사용해야만 한다. 에스코 등록업체가 에스코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검수, 검사, 감독, 준공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많은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구클럽에 정부자금을 가져다 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 이 많은 전화와 영업사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사급 에스코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함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물론 그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정말 당구클럽을 위해서 개인 자본을 가지고 당구클럽에 양질의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며 당구클럽이 부담스러워하는 초기 공사비용을 대주는 착한 기업도 어딘가에는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당구클럽에 설치되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의 제품이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구클럽 운영자들은 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알아야만 더 이상의 피해 사례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당구클럽에서 많이 쓰이는 조명은 저렴하고 교체가 간편한 PL 36W x 2등이다. 일명 일자등, 스키등 등으로 불리며 당구클럽이나 식당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다. 그 일자등을 LED로 교체해 준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사급 에스코에서 장착하고 있는 그 대체용 LED라는 것이 수상하다.

초기엔 기존의 기구를 그대로 사용하고 전구만 교환하면 된다고 홍보를 했다. 그 대체 호환용 LED는 18W란다. 그러면 기존 PL 형광등은 36W가 2개씩이니, 한 조에 72W다. 18W LED 역시 두 개면 36W다. 그러면서 무려 전기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현혹시킨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No’다

LED의 전력소비량은 18W가 맞다. 하지만 기존의 PL 형광등을 켜기 위한 안정기가 기구에 내장되어 있다. 그 안정기를 거치면서 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비량이 18W가 아닌 20W 이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오랜 수명을 자랑한다는 LED 자체에도 숨겨진 문제점이 있다. 보통 LED 전구는 오래가는 것이 맞다.

그러면 기존 PL 형광등기구의 수명은 어떤가? 내장되어 있는 안정기의 수명은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전문가들은 약 20,000시간 이내로 본다. 그것도 인증된 안정기의 수명이다. PL 형광등기구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형광등 2개를 포함한 1조당 싼 것은 4,500원에서 비싼 것은 15,000원까지 한다. 현재 우리 당구클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은 한 조에 약 8,000원 정도의 등기구다. 이런 정도의 품질이면 약 10,000시간 정도를 수명으로 본다.

LED 전구는 30,000~50,000시간을 버틴다고 하지만, 이미 등기구는 그 전에 수명이 다한다. 당구클럽이 하루에 15시간 정도의 조명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1년에 15시간 x 365일 = 5,475시간이다. 지금 PL 등기구를 사용하는 운영자라면 약 1년 반이나 2년이면 등기구의 수명이 다한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감할 것이다.
 
PL 36W 형광등은 권장시간이 약 7,000시간 정도다. 죽지는 않더라도 약 5,000시간이 경과하면 형광물질의 소비와 형광등 안의 가스 소멸로 인하여 빛의 밝기가 처음과 같지 않다. 그러므로 형광등은 약 1년이나 1년 반 정도면 교체한다. 전기의 소비량만 따지고 본다면 18W LED 제품이 20~23W의 소비량이 된다고 하더라도 절전이 되긴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조도(밝기)가 이전 PL 형광등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대는 7조, 대대는 9~10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기존의 밝기를 유지하기 위해 수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대대를 10조라고 가정하면 기존의 PL 형광등은 720W이다.

1대1의 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18W x 2 x 10이면 360W이지만, 앞서 말했던 이유로 실제 시간당 소비전력은 460W 정도가 된다. 거기다가 기존의 조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3~4조를 더 달게 된다면 실제로 시간당 전력소비량은 644W가 된다. 절감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LED를 교체했다고 하자. 초기 공사비용이 안 들었으니 업주 측에서는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초기 비용이 할부가 되어서 돌아왔을 때 그 업체들이 자랑하던 절감된 전기료에서 가져가겠다던 에스코 기금(사실상 할부)이었는데, 전기세가 절감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미비한 절감 금액에서 기금을 회수해 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할부는 할부다. 그럼 기존에 당구클럽에서 평균 50만원의 전기료를 내던 곳이 조명이 차지하는 전기료(약 20~30만원)에서 약속한 반값(실제는 아님) 10~20만원 정도만 가져갈까? 만약에 절감액이 45만원이 나왔다면 5만원만 가져가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할부 약 20만원에 금융 비용이라는 탈을 쓴 이자와 할부 원금 20만원까지 생각하면 매달 전기세를 50만원 내던 곳이 70만원씩 내게 되는 꼴이 된다. 이것이 바로 현재 당구클럽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에스코 사업의 실체다.

초기의 질 낮은 제품에 비해 조도가 개선된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는 같다.“W(와트)를 높여서 조도가 잘 나옵니다”라고 말하는 영업사원의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조도와 전력소비량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소비량이 늘었다고 해서 꼭 조도가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예전 백열전구 60W짜리는 현재 LED 조명보다 훨씬 밝아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LED 전구의 수명은 10만 시간 정도가 맞다. 그런데 LED 전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광등의 안정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SMPS가 필요하다. SMPS의 수명은 LED 전구의 수명을 따라가지 못한다.

SMPS는 중급 이상의 제품이 약 3~5만 시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무상으로 교체해 준다는 업체들이 사용하는 SMPS의 경우 수명이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리고 조도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값싼 부속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눈부심과 시력저하까지 의심되는 문제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구클럽에 설치되는 LED 등기구는 약간의 특화성이 요구된다. LED 소자를 직접 노출할 수 없으므로 주로 아크릴로 된 커버가 등기구에 있는데, 이 아크릴 커버의 특화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가형 LED 소자와 특화되지 않은 아크릴 커버로 인하여 당구를 즐기다 보면 공을 바라볼 때 공의 두께가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기게 된다.

일반 조명용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이긴 하나 당구클럽에서 이런 현상은 당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적지 않은 자본과 노력을 들여 바꾼 LED 등기구가 손님들이 불평을 한다면 당구클럽 운영자의 입장은 난감하게 될 것이다.

당구클럽 등기구를 교체하는 한 업체에서는 솔직하게 초기 비용을 에스코 사업의 일환으로 캐피탈 회사와 연계하여 설치를 해주는 곳이 있다. 차라리 바른 정보를 전하고 이 업체처럼 할부임을 명시하여 설치해 준다면 신뢰를 할 수 있다.

이런 정직한 업체는 아쉽게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설치에 어려움이 있고, 현실에서는 솔직한 업체보다 감언이설로 저가의 등기구를 속여서 공급하는 불량 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

당구클럽 운영자들이 LED에 대한 전문 지식을 알아야 이런 불량 업체들의 횡포에 당하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당구클럽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당구클럽 운영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처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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